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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n 27. 2019

올 여름 볼 것 없을 때 들여다보자

서늘한 드라마&영화&예능

안녕, B의 추천을 들고 온 에디터B다. 나는 단어에 민감하다. 뭐든 정확하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싫다는 말은 잘하지 않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싫기만 한 건 별로 없거든. “지금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게 호감은 아니에요”라는 표현 정도로 대체한다. 내 감정에 RGB 코드가 있다면 그 세 가지 표현은 바로 옆에 있지만, 전혀 다른 색상이거든. 맞다. 나는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한 가지, 여름이다.  여름을 좋아해 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사과한다. 하지만 난 여름엔 효율성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내게 여름의 장점이란 냉면이 더 맛있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래도 30여 년간 이 계절과 맞서 싸우며 나름의 액티비티를 만들어냈는데, 첫 번째는 먹는 거다. 수박, 참외, 냉면, 막국수…두 번째는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보는 거다. 그래서 준비했다. 뜨거운 여름을 식혀줄 여섯 작품.  [월간B추천]의 7월호 테마는 서늘함이다. 당신의 온도를 1도쯤 낮춰주길 바라며, 시작한다.




 [1]
Movie
<데드 돈 다이>



한국에서는 <기생충>으로 시끌벅적했지만, 칸영화제 출품작 중에는<기생충> 말고도 흥미로운 영화가 많았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요거, <데드 돈 다이>.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가 연출한 좀비 영화다. ‘에이, 또 좀비 영화?’ 아니 아니,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는 말자. 나도 이해는 한다. 몇 년 사이 좀비가 꽤 소비된 느낌은 있었지. <킹덤>, <창궐>, 넷플릭스에서도 좀비가 공기처럼 나온 느낌이니까. 그래도 생각해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의 작품은 없었잖아.



좀비 영화의 매력은 공포, 사회 풍자 메시지,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 이 세 가지를 전주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데드 돈 다이>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밤이 사라졌다는 설정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혀있는 모자를 쓰는 인종차별주의자 등이 나오는데, 당연히 트럼프 정권을 풍자하는 것처럼 읽힌다. <씨네21> 인터뷰에서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X나 관심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던데, 나는 어쩐지 <괴물>은 괴수 영화일 뿐 풍자적 요소가 없다고 했던 봉준호의 말이 오버랩된다. 참고로 <데드 돈 다이>는 2019 칸영화제 개막작이자 황금종려상 후보였다.  


개봉일 7.31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스티브 부세미




[2]
WatchaPlay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앗. 그럴 뜻은 아니었는데 또 칸영화제 관련 작품이다. 이번에는 후보작이 아니고 황금종려상 수상작. 코엔 형제의 작품이다. 두 형제가 지금껏 뭘 만들었냐면 <인사이드 르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헤일, 시저!>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카우보이의 노래>. 칸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예단하지 말자.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관객 900만을 넘기는 그런 나라의 사람들이 아닌가. 한민족의 예술적 소양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왠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같은 제목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에드라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상사와 아내의 외도를 알아낸 에드는 상사를 협박해 돈을 받아낸다. 그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려다가 사기를 당하고, 설상가상 상사를 죽이게된다. 운이 좋은 건지, 경찰은 에드가 아닌 아내를 살인자로 의심하고 남자는 무죄를 받아내려 노력한다. 흑백 영화의 매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빌리 밥 숀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스칼렛 요한슨




[3]
Theatre
<미저리>



광기 어린 팬의 대명사로 쓰이는 단어 ‘미저리’. 나도 어릴 때 장난스럽게 몇 번 써본 단어이긴 한데,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원작이었던 소설도, 리메이크된 영화도, 연극도 본 적이 없다. 나처럼 미저리를 대충은 알지만 감상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연극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든 소설이든 연극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장소 이동이 많은데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지?’하는 걱정이 되는 이야기도 많은데, <미저리>는 딱 적합한 듯하다. 거의 음산한 저택 안에서만 전개되니까.



소설가 폴 쉐던은 장편소설을 마감한 뒤 호텔에 들어가 새로운 소설을 준비하려고 한다. 하지만 호텔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고, 애니 윌킨스라는 여자의 간호를 받는다. 굉장히 친절하다고만 생각했던 애니는 사실 폴 쉐던의 엄청난 팬이었고, 더 알고 보니 정신이 약간 이상했던 사람이었던 거다. 난 김상중과 김성령의 조합이 참 기대된다. <독전>에서 잠깐 나왔지만, 김성령의 독한 연기가 좋았거든.  


날짜 7월 13일 – 9월 1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김상중, 안재욱, 길해연, 김성령 외




[4]
Drama
<호텔 델루나>



여기 떠돌이 유령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호텔이 있다. 그 이름, 호텔 델루나.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이다.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는 건 무엇보다 아이유, 다름 아닌 아이유, 단연코 아이유다. 드라마 <프로듀사>, <나의 아저씨>, <페르소나> 등 줄곧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과 관계가 엮이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연하의 남자 여진구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사실 나는 달달한 로맨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역시 누가 죽거나 죽어야 재밌지).



내가 아이유 때문에 이 드라마를 기대한다는 건 반쯤은 농담이고, 이 드라마의 장르가 자칭 ‘호로맨스’이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딱 느껴지듯 호러와 로맨스를 합쳤다는 말인데, 마성의 단짠 조합처럼 호러+러브의 조합도 꽤 어울리거든. 예전에 손예진과 이민기가 출연했던 호로맨스 <오싹한 연애>도 좋은 작품이었지. 드라마에서 아이유는 천년 넘게 호텔 델루나를 지켜온 괴팍한 호텔 사장을 맡았고, 큰 죄를 짓고 긴 세월 동안 저주에 묶인 운명이라고 한다. 그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아마 여진구의 희생이 필요하겠고, 엇갈린 서로의 운명에 슬퍼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 그렇지 않을까?  


채널 tvN

방영일자 7월 13일 토-일 21:00

출연 이지은, 여진구, 정동환, 신정근, 배해선, 피오, 서이숙




[5]
TV Show
<캠핑클럽>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월간B추천]의 컨셉은 호러가 아니라 서늘함이다. 서늘하다는 말에는 온도가 차다는 뜻도 있다. <캠핑클럽>과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캠핑카를 타고 해변으로 떠나는 예고편을 봤는데, 참 시원해 보이더라. 연예인, 셰프, 유명인 적당히 조합해서 여행가는 예능이라면 기대될 게 없었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무려 핑클이다. FINe Killing Liberty.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을 끝내려 했던 아이돌.



<무한도전>에서 젝스키스, HOT, SES가 다시 모여 공연을 하자 다들 이런 반응이 많았다. ‘핑클은 안 해요?’ ‘핑클도 재결합해주세요’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다운 것 같다는 이효리의 말도 하고, 네 명의 스타일이 되게 달랐다고 말하는 걸 보며 앞으로 뭉칠일이 없을 것만 같았다. 우리도 그런 친구들 있지 않나. 같이 놀면 노는데, ‘굳이?’ 생각이 드는 친구. 그래서 <캠핑클럽>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더 기대가 된다. 네 사람이 솔직한 심정을 이제야 얘기할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싶어서. 그리고 <효리네 민박>이 그랬듯, 연예인 핑클이 아니라 인간 옥주현, 이효리, 이진, 성유리를 보게 될 것 같다.  


채널 JTBC

방영일자 7월 14일 일요일 21:00

출연 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




[6]
Webtoon
<호러전파상>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해를 잡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서늘한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내가 호러를 좋아해서가 결코 아니다. 나는 <토요미스테리극장>도 무서워서 못 본 사람이고, <곡성>은 무서운 장면을 미리 파악한 뒤 겨우 봤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볼 수 있는 호러가 있긴 한데, 바로 웹툰이다. 왜냐하면 나는 통제되지 않는 놀래킴을 두려워 하는데, 웹툰의 무서운 장면은 통제 가능하거든.


<호러전파상>은 한국의 MCU를 꿈꾸는 슈퍼스트링의 13번째 작품이다. 개화기때부터 한국에 살던 야크가 주인공인데 전파상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물건을 공짜로 주는 대신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 준다. 1화에서는 한 남자에게 CCTV를 무료로 주며 ‘낮에는 절대 야간모드를 켜지말라’는 주의를 준다. 꼭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을 듣지 않은 남자의 최후는 웹툰에서 확인하자. <심연의 하늘>의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김선희의 그림체가 무서움을 배가시킨다.  


플랫폼 네이버 웹툰

글/그림 봄소희/김선희

날짜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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