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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ug 14. 2019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 이전에 이곳을 주목해보자

음악 비즈니스와 아마존 프라임 <더 보이즈>의 상관관계

안녕, 디에디트의 말 많은 필자 차우진이야. 오늘은 화제의 미드, 마블과 DC 무비의 안티테제, <왕좌의 게임>st의 슈퍼히어로 드라마, 아마존 프라임의 킬러 콘텐츠인 <더 보이즈>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해. 물론 이 글은 <더 보이즈>로 시작해서 폴 매카트니와 마이클 잭슨을 지나 21세기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로 끝날테니 각오(?)해두는 게 좋을 거야. 후훗.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한 건 1년 전쯤이었어.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제일 먼저 본 게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이었지. 나는 ‘톰 클랜시 원작!’이라는 소개글이 붙은 90년대 블록버스터 무비에 추억을 가진 옛날 사람이거든. 이 작품이 최신 시리즈로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가입해서 1개월 무료의 혜택을 누렸지. 이외에 가장 존경하는 작가 중 하나인 닐 게이먼의 <아메리칸 갓>과 <굿 오멘> 시리즈도 잘 봤어.


사실 아마존 프라임은 넷플릭스에 대한 아마존의 대답이자 아마존 정기 구독을 위한 미끼 서비스인데, 여기서 서비스하는 작품들이 에미 상을 휩쓸거나 높은 수익을 내면서 기존에 방송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드라마 산업을 쪼개놓고 있지. 아무튼, 아마존 프라임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고, 앱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특이한 건 ‘엑스-레이’라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IMDB와 연동해서 장면에 따라 출연 배우 및 캐릭터 소개, 제작자 코멘터리, 트리비아, 그리고 그 장면에 나오는 음악을 확인할 수 있어.



<더 보이즈>는 아마존 프라임의 최신 시리즈야. 슈퍼히어로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보우트’라는 대기업이 슈퍼히어로 집단을 후원하며 국가의 치안을 보조하고, 그로부터 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 산업 같은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지. 그 중 슈퍼히어로 오브 슈퍼히어로 그룹인 ‘더 세븐’을 둘러싼 음모가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야. 인자한 얼굴 뒤에 사이코패스적인 속성을 감춘 슈퍼히어로들과 위법한 방식으로 그들과 싸우는 안티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매회 피범벅과 19금 장면이 등장해. 마블과 DC 영화에서 피가 한 방울도 등장하지 않는 게 불만이었거나, <왓치맨>이 2%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거야. (응?)


[더 보이즈 스틸컷. 출처=IMDB]


그런데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는 적재적소에 들어간 위트있는 음악 선곡이기도 해. 1화에서는 클래쉬의 ‘London Calling’과 이기 팝의 ‘The Passenger’가 흐르고, 2화에서는 런어웨이즈의 ‘Cherry Bomb’이 흐르지. 드라마의 장면과 노래 제목이 딱 맞아떨어지는 재미가 있어.


이런 식으로 제인스어딕션의 ‘Stop’,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스파이스걸스의 ‘Wannabe’, 존 리 후커의 ‘Strike Blues’ 같은 명곡들이 시대와 무관하게 뒤섞이지. 빌리 조엘, 아이린 카라, 케이티 페리, 에어 서플라이까지 말이야.


[더 보이즈 1화의 엔딩 장면]

이 장면에 흐르는 게 이기 팝의 “The Passenger”야. 이런 가사인데…


“I see the stars come out of the sky
Yeah, they’re bright in a hollow sky
You know it looks so good tonight”


어때? 소름끼치지?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드라마를 볼 때 이렇게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도 큰 게 사실이야. 에피소드의 내용을 반영한 선곡,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짐작하게 하는 상징적인 선곡 등 음악을 갖고 노는 재미가 있지. 물론 이런 흐름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야. 상징적으로는 2002년 <그레이 아나토미>가 있어. 세계적으로 히트한 이 드라마는 사운드트랙도 덩달아 히트했는데, 킨이나 스노우 패트롤 같은 신인의 곡이 삽입되면서 세계적인 밴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어.


이 드라마 사운드트랙의 성공을 이끈 건 알렉산드라 팟사바스라는 음악 감독이야. 그는 <그레이 아나토미> 외에 <The O.C.>, <가십걸> 같은 드라마 외에도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 시리즈의 음악을 맡으면서 드라마/영화와 결합된 인디 음악의 글로벌 성공 공식을 써 내려가. 이쪽으로는 랜달 포스터도 유명한데, 그는 <행오버> 시리즈, <스쿨 오브 락>, <쥬랜더>, <조디악>, <인 디 에어>, <위핏>, <네버 렛미고> 등의 음악을 맡았어.


[로드 – Yellow Flicker Beat / 헝거 게임 모킹제이 OST]

아무튼, 이렇게 드라마에서 음악이 중요해진 건 21세기에 드라마 산업이 영화보다 커지면서 벌어진 일이야. 미국 드라마의 세계화는 2000년 <C.S.I.>로부터 꼽을 수 있어. 80년대 <탑 건>을 필두로 블록버스터 무비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제리 브룩하이머가 드라마 산업으로 넘어오면서 제작한 이 전설적인 시리즈는 미국의 드라마 산업을 마침내 글로벌 비즈니스로 만들어냈지.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런 흐름에 음악을 끼워 넣으면서, 가뜩이나 온라인과 디지털, mp3 등의 여파로 기존의 수익 모델을 위협받던 음악 산업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기회가 되었어. 이후 음악 사업자들은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지. 그리고 이 흐름을 대표하는 게 바로 소니/ATV라는 회사였어.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셀린 디온, 비욘세, 마돈나 같은 거물급 가수들의 저작권을 보유한 회사야.


소니/ATV를 설명하려면 폴 매카트니와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해야 해. 왜냐면 얼마 전까지 마이클 잭슨은 이 회사의 지분을 소니와 반반씩 나눠가진 대주주였거든. 시간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 안부 전화를 하다가 콜라보에 대한 얘기를 했고, 그 결실은 1982년에 이뤄지지. 같은 해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에 실린 ‘The Girl Is Mine’과 폴 매카트니의 앨범 <Pipes Of Peace>에 수록된 ‘The Man’, ‘Say Say Say’는 그렇게 탄생해. 그런데 이때 두 사람은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노래를 함께 만들고 부르는 일 외에 다른 얘기도 나눴어. 바로 음악의 권리에 대한 얘기였지.


[‘Say Say Say’ 뮤직비디오]

폴 매카트니와 마이클 잭슨이 ‘사이좋게’ 출연한 비디오야.


비틀스의 음악은 EMI에서 관리하고 있었지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솔로 곡들은 ATV라는 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었어. 그는 이 회사를 통해 당시 히트한 여러 곡의 판권도 사들였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 잭슨이 바로 이 판권 비즈니스가 음악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미래 전략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래서 그는 1985년에 ATV를 인수하지. 서류상으로 마이클 잭슨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음악을 소유하게 된 거야.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개박살났다고 알려졌어. 그리고 1995년, 마이클 잭슨의 ATV는 소니와 합병해 소니/ATV로 재탄생하지. 이때 마이클 잭슨은 이 회사의 지분 50%를 확보하면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음악 부자가 돼. 참고로 폴 매카트니는 2017년에야 소니/ATV에 소송을 걸고 비밀 협상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권리를 ‘충분히’ 되찾았다고 해.


2018년, 소니/ATV는 EMI 뮤직 퍼블리싱을 100% 지분으로 인수하면서 최소 500만 곡에 달하는 음악 퍼블리싱 권리를 확보했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회사가 된 셈이지. 이때 ‘퍼블리싱’이란 음원을 발매하는 것 외에 광범위의 음악 유통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관리 수익도 포함돼. 즉, 어떤 기업에서 드라마든 광고든 영화든 게임이든,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음악을 쓰려면 거의 무조건 이 회사를 통해야 한다는 얘기야. 이렇게 소니/ATV의 주 수익은 영화/TV시리즈/게임/노래방/공연/광고/머천다이징에 사용되는 음악의 사용료인데, 이런 음원들의 목록을 ‘카탈로그’라고 불러. 스포티파이나 유튜브를 통한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2019년 현재, 세계 유수의 음악 레이블이나 유통사들은 이런 카탈로그를 통해 돈을 벌고 있지. 자세한 내용은 소니/ATV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글로벌 마켓에서 음악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부러운 삶이 어떤 것인지 살짝 엿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사례를 들면서 미디어 콘텐츠의 비즈니스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해. 맞는 얘기야.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소니의 저력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얼마 전 소니는 향후 3년간 자사의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를 전자, 엔터테인먼트, 금융 서비스에서 찾겠다고 발표했어. 플레이스테이션과 카메라 센서 등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전인데, 플레이스테이션은 2016년 이래 300% 정도 성장했고, 1년 만에 소니의 순이익은 7배나 증가했지. 이런 상황에서 소니/ATV를 통한 음악 퍼블리싱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한다면, 사실상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갑오브갑이 될 수도 있어. 궁극적으로 소니의 비전은, 결국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의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그림이 되겠지.


심지어 소니/ATV는 올해 안에 ‘실시간 로열티 지급 시스템’을 만들겠다고도 발표했어. 소니/ATV와 계약한 아티스트는 자신의 노래가 어떤 매체에 어떤 형태로 사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서 필요한 만큼 즉시 자신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고 해. ATM에서 현금을 빼듯이 저작권료를 정산받는 시스템이지. 이게 어떤 말이냐면, 디지털 환경에서 원천 콘텐츠는 갈수록 중요해질 거란 거지.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확장성이고, 이 확장성을 보장하는 게 지적 재산권이야. IP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 말이지. 이 점에서 1980년대에 이미 음악 비즈니스의 미래를 간파했던 마이클 잭슨은 사업가로서도 대단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


아무튼, 이런 얘기가 <더 보이즈> 같은 미드를 더 재밌게 즐기는 포인트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디 가서 아는 체하기 좋은 TMI는 되지 않을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의 사례도 얘기해볼게. 1차 한류와 드라마 OST, 그리고 웹드라마와 유튜브 라이센스에 이르기까지… 음 재미없겠네?


이보다는 2018년 포브스에서 발표한 ‘사망한 셀럽들의 자산 순위’는 재미있을 것 같아. 1위가 마이클 잭슨이고, 2위가 엘비스 프레슬리인데 둘의 자산 차이는 무려 10배나 돼.  


Michael Jackson – $400 million

Elvis Presley – $40 million

Arnold Palmer – $35 million

Charles Schulz – $34 million

Bob Marley – $23 million

<The Highest-Paid Dead Celebrities Of 2018>

출처: forb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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