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H, 이거 봤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로 링크를 보냈다. DJI가 오즈모 모바일3를 출시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몹시 의연했다. 정확히 말하면 심드렁했다. 왜냐하면 조금도 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무실엔 오즈모 모바일과 오즈모 모바일2가 있지만 마지막으로 사용한 지 1년이 지났다.
한때는 나도 이 스마트폰용 짐벌을 찬양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도 흔들림 없는 전문가급 영상을 찍을 수 있다니! 당장 결제하지 않곤 견딜 수 없었다. 이걸 이용해서 예술 세계도 제법 펼쳐봤던 기억이 있다. 한때 잔잔한 화제(?)가 됐었던 ‘해방촌 투어 영상’은 오즈모 모바일과 폰을 결합해서 찍었고, 작년에 ‘포르투에서 촬영한 여행 영상’ 역시 오즈모 모바일2를 활용해 촬영했다. 궁금하면 한 번 보고 오시길. 폰으로 찍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끝내주는 영상미다. 후후.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저 영상들을 찍은 뒤로는 오즈모 모바일을 쓸 일이 없었던 것이다. 평상시에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찍는 일상 영상은 짐벌이 없어도 충분했고, 본격적으로 촬영할 땐 고프로가 훨씬 용이했다. 요컨대 이거다. 스마트폰을 짐벌에 장착하고 사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계속 전화도 받고, 카톡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도 해야 하는데 내 아이폰이 짐벌에 매달려 있으면 불편한 일이 계속 생겼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두 대 들고 다니는 것도 뭔가 이상했다. 흔들림 보정만이 목적이라면 액션캠이 훨씬 깔끔하고 변수가 적었다는 얘기다. 결국 한때 나와 찬란한 시절을 보냈던 오즈모 모바일은 먼지 쌓인 채 잊혀갔다.
하지만 오즈모 모바일의 완성도와 가성비에 대해서도 깎아 내리려는 건 아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고프로 같은 액션캠을 따로 사용하는 건 아니니까.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에서 ‘폰만으로’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오즈모 모바일이 매력적이리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달랐을 뿐.
그래서 살 마음은 없지만 여러분을 위해 오즈모 모바일3의 소식을 정리해보았다.
제일 중요한 건 가격이다. 첫 번째 모델만 해도 4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는데, 오즈모 모바일2에서는 17만 원으로 뚝 떨어졌더랬다. 덕분에 내 주변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오즈모 모바일2를 구입했다. 40만 원이면 촬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구매할 가격이지만, 10만 원대로 떨어지니 “이번에 여행 가는데 한 번 사볼까…?”싶은 가격대로 진입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 공개된 세 번째 모델은 13만 8,000원으로 한 번 더 몸을 낮췄다. 대단한 전략이다. 인지도는 점점 쌓여가는 스타급 제품이 나올 때마다 저렴해지다니! 그럼 전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들은 지를 수밖에 없다. 신제품이고, 성능은 더 좋아졌는데 가격은 싸졌으니까!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접이식 구조다. 여기선 솔직히 감탄했다. 짐벌이라는 게 생각보다 섬세한 기기다. 아무렇게나 들고 다니다가는 모터에 무리가 가서 망가지기 십상이고 말이다. 그래서 난 여행지나 출장지에 오즈모 모바일을 챙길 때마다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뭔가 불안해 보였거든. 그런데 반으로 접히는 구조가 되니 수납했을 때 훨씬 안정적이고, 휴대하기도 편해졌다. 무게도 가벼워졌다. 전작인 오즈모 모바일2는 485g, 새로운 오즈모 모바일3는 405g이다.
대기 모드 실행 중에는 짐벌이 접힌 상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다시 펼치면 곧장 촬영을 재개할 수 있다는데 이 반응 속도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궁금해진다.
‘퀵 롤’을 통해 세로에서 가로 모드로 전환되는 과정도 더 빠르고 편해졌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전용 앱에서 피사체 추적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손떨림 방지와 짐벌 시스템의 안정화로 하이퍼랩스 촬영도 더 개선됐다고. 전용 앱에 추가된 기능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손바닥 제스처로 셀피를 찍거나 동영상 녹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도 이번 제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데, 오즈모 모바일3에서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움직임이 빠른 피사체도 놓치지 않고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사용 시간은 전작과 동일하게 스펙상 최대 15시간. 이제 오즈모 모바일3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대략적인 특징을 여러분에게 설명해드리고 나니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이 싹튼다. 13만 8,000원 밖에 안 하는데 그냥 사 봐야 하나? 이렇게 싸게 나왔는데 안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이번에 시칠리아 한 달 살기를 가서 필요하면 어쩌지? 이 글의 첫 문단에 쓴 표현이 무색해진다. 의연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