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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ug 21. 2019

태국 코사무이에서 하룻밤

식스센스 호텔, 온전한 자연이 주는 위로

안녕 에디터B다. 지난번에 썼던 디지털 웰빙 기사를 다들 읽었는지 모르겠다. 바빠서 읽지 못했다고? 괜찮다. 하하.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면 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지 말고 시의적절하게 잘 쓰자’. 시작부터 갑자기 지난 기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공간이 디지털 웰빙 출장 때문에 묵었던 호텔이기 때문이다.


‘출장 가서 묵은 호텔까지 굳이 소개하다니, 기사 쓸 게 없나 봐’ 에이, 아니다. 그 호텔이 꽤 특별한 경험을 줬기 때문이다. 식스센스 호텔은 산 속에 있었다.

[식스센스 사무이. 출처=식스센스 호텔 페이스북]

혹시 에코투어리즘이라고 들어봤을까?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데 환경을 생각한 관광, 친환경 관광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관광지를 개발한다고 산을 깎아내는 등 환경 파괴를 하지 않는다는 건데…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잘 될 거다.

[식스센스 라무 in 몰디브]
[식스센스 야오노이 in 태국]
[식스센스 울루와뚜 in 발리]
[식스센스 라무 in 몰디브]

유엔 세계 관광기구에서는 에코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을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고 설명하던데 정확한 의미는 ‘관광객과 주거 지역의 요구를 만족시키며 미래 기회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관광’이라고 한다. 말이 조금 어렵다. 딱딱한 설명은 이쯤에서 스킵하자. 사진이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어서 다음 단락으로 고고.

자, 여기가 내가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다. 모두 독채로 되어있고, 숙소 하나하나가 마을처럼 산을 덮고 있다.


이렇게 겉에서 슬쩍 보면 소박한 오두막처럼 보이지만, 들어가면 깜짝 놀랄 거다.

내가 묵었던 곳은 19호였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폰트가 귀엽다. 오이체인가..?

안내판만 봐도 벌써 친환경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 여긴 웬만한 것들은 다 나무로 만들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은 대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보안이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문을 통과해봤자 별거 없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문을 또 통과해야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 위쪽에 보면 얼굴 문양의 무언가가 있는데, 숙박객의 상태를 말해주는 용도다. 나무판자를 왼쪽 오른쪽으로 옮기며 ‘절대로 들어오지 마시오’ or ‘지금은 방문해도 괜찮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자, 그럼 싸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아까 말했듯이 여기는 별게 없다. 계단을 올라가서 현관문을 열어야 진짜 공간이 나타난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뷰다. 내가 받았던 첫인상은 따뜻하다, 아늑하다 정도. 벽부터 천장 그리고 대부분의 가구를 목재로 만들어서 그렇다. 소파나 방석은 녹색 계열을 사용해서 더 안락한 느낌이었다.

친환경 호텔이라고 해도 플라스틱이나 철재 소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꼭꼭 숨겨 놓았다.

에어컨 리모컨은 이렇게 한지 느낌(?)이 나는 상자 속에 보관해놓았고

에어컨은 냉방 기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안 보이도록 가려 놓았다.

천장에 걸려있는 팬 날개 역시 나무로 되어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집스러움이다.

개인적으로 철제 테이블을 좋아하지 않는다. 팔이 쇠에 닿으면 시원한 느낌보다는 ‘앗 차가!’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하더라. 식스센스에서는 피부에 닿을 만한 소품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서 그런 느낌이 들 일이 없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나니 웰컴 과일이 눈에 띄었다. 초록색 귤? 태국어로는 쏨 키여우완이라고 하더라. 한국의 귤보다 신맛이 강하고 포도씨보다 조금 큰 씨가 있었다. 귤과 칼라만시를 3:1로 섞은 맛이었다.

가구의 모서리는 둥글둥글했다. 테이블도 둥글, 의자도 둥글, 소파 끝은 뭉툭. 뾰족한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인센스 스틱이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있었다. 나도 인센스 향을 좋아해서 집에서 종종 피우곤 하는데 태국까지 와서 피우고 싶지는 않더라. 무엇보다 집 안 내음이 그 자체로 상쾌해서 다른 향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침실 및 거실은 여기까지. 이제 욕실로 넘어가 보자.

습기가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욕실에도 나무가 많이 사용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무서울 정도의 일관성이다.

욕조는 해가 잘 들어오는 창문 바로 옆에 있다. 별도의 욕조를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바닥을 파서 만들었기 때문에 공간이 깔끔해 보이더라.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다.

나무 거치대가 있으니 욕조에 몸을 담그고 책이나 읽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야외에 풀장이 더 좋아서 욕실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풀장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더 얘기해보겠다.

걸이는 모두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 욕조 위에 거는 옷걸이, 세면대 앞에 수건걸이 등. 식스센스 호텔의 장식 중 유일하게 귀여운 포인트였다. 다른 가구들은 워낙 꾸밈이 없어서 편안하긴 했지만 심심하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으니까. 그리고 물고기 디자인은 식스센스의 글로벌 공통 디자인이더라.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호텔답게 어메니티 역시 사기로 만든 병에 담았다. 일회용품을 절대 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사진으로 찍은 게 없지만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 빨대 대신 식물 줄기를 준다. 레몬그라스의 줄기라고 하더라. 환경 보호에는 좋지만, 커피 맛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다음으로 볼 공간은 화장실과 샤워실이다. 두 개의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저 곳은 화장실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곳은 샤워실이다. 특히 재밌는 건 샤워실인데…

대나무로 벽을 만들어 놓았다. 당연히 온수도 잘 나오고 바닥도 튼튼한데 기분이 참 이상하다. 임시로 대충 만들어놓은 샤워실에서 씻는 기분이 든다. 숲속에서 발가벗은 기분. 이게 다 뻥 뚫린 천장 때문이다.

이렇게 하늘이 다 보인다. 괜히 부끄러워진다. 벽이 높아서 누가 볼 수도 없지만 기분은 묘하다. 그리고 여기가 산이다 보니 씻고 있으면 새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볼 곳은 가장 만족스러웠던 풀장이다. 두 개의 선베드가 있고, 그 앞으로는 수영장, 그 주변으로는 수풀이 우거져있고 그 너머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크으으.


풀장에 들어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이것 참 호사로운 삶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새들의 변이 물속에 빠져있다는 것. 수심은 1.4m로 그리 깊지 않았고 울타리도 높아서 옆집에서 훔쳐볼 염려는 없겠더라.

이틀 때 묵던 날,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는데 비가 후드득 떨어졌다. 풀장 위로 지붕이 없어서 비를 그대로 맞게 되더라. 난 그게 좋았다. 방으로 바로 들어가려다가 더 놀다가 들어갔다. 숲이 비 맞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보면 위로가 되는 그런 경험. 춥지만 않았으면 몇 시간이나 그대로 있고 싶을 정도였다.


숙소 리뷰는 여기까지. 여행이 아닌 출장을 간 거라 많이 둘러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특히 레스토랑이 뷰가 참 좋던데 낮에는 디지털 중독에 대해 토론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지나가는 길에 겨우 몇 장 찍었다.

바로 여기다. 테이블 바로 옆이 바다다. 절벽 끝에서 식사하는 기분은 어떨까.

밤에는 이렇게나 로맨틱한 공간이 된다. 이런 곳에서는 뭘 먹든 뭘 마시든 맛있지 않을까.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곳에서 먹다 남긴 와인이 생각난다.


식스센스 호텔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터키, 포르투갈, 스위스 등 유럽에도 있다. 호사스러운 자연인이 되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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