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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r 30. 2020

이런 香은 괜찮으실까요?

초급자, 중급자 모두를 위한 인센스 구매 가이드

안녕, 에디터M이다.  최근엔 어느 때보다 가열차게 향을 피우고 있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으니까.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을 활짝 열고(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뒤척임으로 엉망이 된 침구를 정리한다. 그리고 인센스에 불을 붙인다. 밤사이 내가 내쉰 숨으로 탁해진 공기를 새롭고 향기로운 것으로 가는 일. 씻고 나오면 조금 쌀쌀한 공기와 함께 익숙한 향이 풍겨오는 방으로 들어설 때야 비로소 아, 여기가 내 집이구나 싶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날아드는 수많은 택배 박스 사이에 새로운 인센스 스틱이 많이 끼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도 조잘조잘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오늘은 인센스 구입 가이드를 준비했다. 어떤 향을 골라야 할지 수많은 종류의 인센스 중에서 정말 좋은 것들만 말해보려고.

오늘의 가이드는 대학 시절 나의 선배이자, 현재는 부산에서 또오기 스토어라고 불리는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또오기 마스터의 도움을 받았다.

이 바이브 넘치는 잡화점에서 인센스와 서핑 그리고 쉽고 친근한 다도 문화를 전파 중이다. 향에 일가견이 있는 마스터가 직접 피워보고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들을 위주로 추천받았으니 믿어도 좋다. 인센스 특유의 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도, 이미 인센스를 사랑하는 중급자를 위한 향까지 다양하게 준비해봤으니 다들 준비하시고!


[1]
HEM

가장 먼저 소개할 브랜드는 헴(HEM)이다. 헴은 인센스의 고향인 인도에서 온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초록창에서 인센스라고 치면, 스티브 잡스가 사랑했다는 사티아의 나그참파와 함께 헴이 가장 먼저 보인다. 만약 사티아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하지만 향의 종류가 100여 개가 넘어 막상 사려고 하면 무엇을 사야 할지 참 어렵다.

헴에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가장 클래식한 향인 ‘찬단(CHANDAN)’. 산스크리스어로 샌달우드를 뜻하는 말로, 신과 가까워지는 향이라고 불린다. 불을 붙이기 전엔 고급스러운 비누 향이 나는데, 일단 불을 붙이면 우리가 흔히 인센스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상상할 수 있는 향에 가깝다. 만약 당신이 인센스 향 자체에 크게 거부감이 없다면, 찬단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본다. 개인적으로 내 최애기도 하다. 반면 헴의 ‘화이트 머스크(WHITE MUSK)’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맡아 봄 직한 익숙한 향이다. 한때 기분 좋은 살냄새라고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더 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 향수와 비슷한 향이 난다. 실제로 향수에서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향료기도 하거니와 보송보송한 파우더 향과 묵직한 머스크 향이 잘 섞여 거부감이 없다. 마지막으로 ‘씨브리즈(SEA BREEZE)’는 서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인센스다. 왜냐면, 코를 가져다 대면 아주 희미하게 짭짤한 바다 향이 나거든. 요즘처럼 외출이 쉽지 않은 때 집 안에서 씨브리즈로 대리만족을 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

앞에 향을 골라준다고 자신 있게 질러놓고 이제 와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사실 향기란 건 워낙 취향이 갈리는 문제라 직접 피워보는 것만 한 게 없다. 그렇다고 20개나 들어 있는 한 박스를 무턱대고 사기엔 좀 부담스럽다면? 또오기 스토어에서 ‘헴 베스트 시리즈’ 샘플러를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10종류의 인센스를 4개씩 소분해 하나의 패키지에 담았다. 초보자들에겐 딱 좋은 구성이다. 헴 뿐만 아니라, 인도의 느낌을 즐길 수 있은 ‘인디안 바이브’나 ‘에로틱 무드’ 등 재미있는 큐레이션도 있으니까 한 번 들러보시길. 이런 샘플러로 시작을 해서 가장 좋아하는 향을 골라서 정착하면 되겠다. 골라 피우는 재미도 있고.


[2]
DARSHAN

다음으로 추천할 브랜드는 DARSHAN이다. 다샨이라고 읽기도 하고 다르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학 향료를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라 성분에 예민하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다르샨의 귀여운 포인트는 바로 대나무 부분이 핑크색으로 염색되어 있다는 것.

가장 먼저 추천할 향은 ‘팔로산토(Palo Santo)’ 박스에 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굉장히 우디한 향이다. 팔로산토라는 나무는 수천 년 전부터 아마존 사람들이 신성하게 생각하고, 또 이 나무를 태운 연기를 쐬면 부정적인 기운이 달아난다고 믿기도 했다. 우디하고, 묵직한 향이라 피우면 뭔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나는 주로 글을 써야 할 때 피우곤 한다.


다샨에는 재미있는 컨셉의 인센스가 많다. 지금 소개할 ‘인티메이트(Intimate)’는 뭔가 로맨틱한(?) 무드를 잡을 때 피우는 향이란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아니 건조한 친구 사이도 이 향을 피우면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뭐 그 정도면 위험한 약으로 취급되어야 하겠지만, 굉장히 농염한 꽃향기가 난다. 나도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시험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머니 드로잉(Money Drawing)’은 하루에 한 개씩 피우면 재복을 가져오며… 농담이고. 굉장히 보송보송하고 파우더리한 향이다. 실제로 불을 붙이면 여기에 탄내가 더해져서 어떤 느낌이냐면 파우더리한 향수 한 병을 쏟고 불을 붙인 것 같은 향이 난다. 베이스가 굉장히 익숙한 향이라 이것도 호불호 없이 피울 수 있어서 추천.

사실 인센스는 태워서 향을 내는 거라 불을 붙이는 순간 특유의 태운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만약 그게 싫다면 꼭 태우지 않아도 된다. 인센스는 공기 중에 두어도 3개월 동안 향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을 붙이는 대신 예쁜 인센스 홀더를 사서 좋아하는 향의 인센스 스틱을 꽂아두는 방법도 추천한다.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인센스의 향이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면서 방향제의 역할도 동시에 한다.

헴이나 다샨처럼 20cm 정도 길이의 인센스가 끝까지 타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방의 크기가 작거나 유독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날엔 30분을 온전히 피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땐 인센스를 물에 담가 불씨를 죽이면 된다. 물에 젖은 스틱은 다시 말려 사용할 수 있으니까 경제적이다.

자, 지금부터는 나는 이미 인센스를 좀 피워 봤다거나 아니면 조금 더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위한 향을 준비했다. 가격은 좀 있지만, 뻔한 인센스의 향이 지겹다면 추천.


[3]
DEARON

디아론(DEARON)의 웜 바닐라 인센스 스틱. 20개가 들어 있는 한 박스의 가격은 1만 원 정도. 태국 향방과 함께 개발한 인센스라고. 나무껍질과 깨끗한 성분으로 만들어져 태우면 향이 독하지 않고 독특한 컨셉의 인센스가 많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실제로 만듦새를 보면 굉장히 하나하나에 신경썼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고른 건 웜 바닐라. 디아론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향이다. 인센스에서는 달콤한 향을 내는 종류가 그리 많이 않은데, 피워 보면 이름처럼 따듯하고 달콤한 향이 난다. 달콤한 바닐라 향과 프레시한 무화과 향의 밸런스가 좋아서, 기존의 인센스와는 확연히 다른 향기다. 패키지도 고급스러워서 인센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딱 좋겠다. 물론 나는 나에게 셀프 선물을 했지만.


[4]
OR-FIUME

다음은 올피움(OR-FIUME)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제품들은 모두 대나무에 에센셜 오일을 넣은 반죽을 묻힌 죽향이었는데, 올피움은 반죽 자체를 길게 뽑아낸 선향이다. 가수 선우정아가 좋아하는 향으로 유명한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선우정아 작업실에 찾아갔다가 여기서 좋은 향이 난다고 하자, 선우정아가 수줍게 제일 좋아하는 향이라고 소개하더라.

내가 산 건 올피움의 5가지 향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5기프트팩이다. 네롤리, 라벤더, 오키드, 바질라임, 유칼리투스 등 세련된 향료를 솜씨 좋게 조향해서 향이 참 고급스럽다. 선향이라 불을 붙여도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한 향이 나서 좋다. 무엇보다 내가 올피움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향을 포장하고 있는 플라스틱 박스 뚜껑 자체를 인센스 홀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롭게 입사한 이PD 말에 따르면 요즘 힙스터들 사이에서는 밑에 예쁜 엽서를 깔고 그 위에 올피움을 피우는 게 유행이라고. 5가지 모두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근사한 편집숍에서 날 것 같은 향이 난다. 무책임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이게 최선이다.

요즘은 날이 좋아 자꾸만 창문을 연다. 그리고 인센스에 불을 붙인다. 몽글몽글했다가 또아리를 틀었다가 흩어지는 연기를 보다가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신다. 좋은 향은 나를 조금 더 멋진 곳으로 데려가 줄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아 더 좋은 나의 사치. 여러분도 이 향기를 좋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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