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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Oct 11. 2016

소리의 온도를 높이는 법

소니가 만든 턴테이블 PS-HX500

요즘은 뭐든 작고 가벼워야 미덕인 시대다. 세상 모든 삼라만상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 있다. 이걸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도 한다.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내 알량한 기억보다 스마트폰이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게 아닌가하고 말이다.


이런 시대에 소니가 조금 뜬금없는 제품을 선보였다. 오늘은 그 녀석을 만나고 왔다. 바로 턴테이블 PS-HX500.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더 이상 음악을 ‘소유’한다는 개념조차 희미해져버렸다. 이런 때에 크고 번거로운 LP판으로 음악이 재생되는 턴테이블이라니, 대체 소니의 머릿속엔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의 이런 볼멘소리는 곧 사라졌다. 어느 부호의 거실처럼 꾸며둔 행사장에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의 데스페라도(Desperado)가 흘러나온 순간 말이다. PS-HX500이 연주하는 소리는 실용적인 것만 취하는 디지털 따위가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따듯한 소리였다. 내 주변의 온도가 1도 정도는 올라가는 느낌. 아, 이래서 다들 LP를 듣는구나.


이렇게 소리를 내는 이유는, PS-HX500은 LP사운드를 최상의 음질로 재생할 수 있는 앰프를 내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니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LP 레코드의 안정적인 회전을 돕고, 레코드와 턴테이블의 밀착력을 높이기 위해 5mm 두께의 고무 매트를 사용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과연 소리의 장인 소니 다운 자세다. 막귀인 내가 듣기에도 이 소리는 분명 달랐다.


사실 소니의 소리 사랑은 지독히도 오래됐다. 워크맨이 그랬고, HRA (High Resolution Audio) 플레이어를 출시했을 때도 그랬다. 더 좋은 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읽은 거겠지. 그래서 PS-HX500은 단순히 음악을 재생을 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LP 레코드를 재생할 때 나는 아날로그 소리 모두를 그대로 기록하는 리핑(ripping) 기능을 담았다. 그것도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High Resolution Audio)로 말이다. 덕분에 이제 묵직한 오디오 시스템이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LP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재미있다. 모두가 노이즈를 제거하지 못해서 안달이 이 시대에 LP 특유의 지직거리는 소리까지 모두 담아내다니.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대하는 소니의 답변이다.


마지막으로 소니 PS-HX500 가격은 89만 9,000원. 물론 나는 엄두도 못 낼 가격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읽는 이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추억하기 위한 소니의 노력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소니 PS-HX500
Point – 아날로그를 쫓기 위한 디지털의 진화
Price – 89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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