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평대리 제주 in aA 카페
전 제주도 한 번도 못 가봤어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이효리가 제주도로 내려가 소길댁이 되고, TV와 잡지에서 제주도 맛집이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지만, 어쩐지 나와는 별로 연이 닿질 않았다. 어쨌든, 정말 충동적으로 디에디트의 제주도 워크숍이 결정됐다. 목적은 단 하나. ‘좀 쉬자.’
어영부영 나의 제주도 첫경험에 막이 올랐다. 물론 시작부터 험난(?)했다. 사실 난 국내선 비행기도 처음 타는 서울 촌년이다. 그런데 여러분, 국내선은 한 시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해도 된다면서요? 전 몰랐죠. 왜 나에게 아무도 말 안해줬어요? 국제선을 생각하고 3시간이나 일찍 온 덕분에 김포 공항 커피숍에서 하염없이 에디터H를 기다렸잖아요. 게다가 호기롭게 여권도 챙겼다구요. 얼굴이 후끈(에디터H는 깔깔 거리고 날 비웃고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네네, 다행히 비행기 탈 때 신발은 신고 탔다구요. 하하. 저 원래 똑똑한 아이예요.
원래 여행지가 결정되면 맛집부터 검색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말 그 어떤 것도 찾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었으니까. 다행인 건, 우리 숙소 주변에 꽤 괜찮은 곳이 많았다는 것.
비 때문에 숙소에서 파스타를 해먹고, 부대찌개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갇혀있어야 했지만, 3박 4일의 짧은 일정에도 찬란히 빛났던 순간이 있었다. 서로 일행이 아닌 것처럼 따로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각자 챙겨온 책을 읽었던 시간이다. 장소는 제주 in aA.
우리 숙소와 제주 in aA가 있는 곳은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쪽으로 40분 정도 걸리는 외딴 곳이다. 많이들 알고 있는 월정리보다 조금 더 동쪽에 위치해 있어, 아직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덜 닿아있다. 집 밖을 나설 때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하루종일 자리를 비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시골 마을이다.
이 카페 인테리어의 절반은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다. 드넓게 펼쳐진 한동리 바다를 향해 뻥 뚫려있는 큰창은 그 자체만으로 한 폭의 그림같다.
맛있고 따듯한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고요한 시간은 전쟁처럼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가끔 창문을 때리는 비바람 소리와 문틈으로 새는 빗물이 아니었다면, 아주 화질이 좋은 큰 스크린으로 제주도 바다의 영상을 틀고 있는 거라 착각할 정도. 물론 날씨가 맑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검게 칠한 건물의 외관처럼 내부도 담담하게 꾸며져 있다. 단순한 직사각형 공간을 꽉 채운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은 마치 유럽을 칼로 반듯이 잘라다가 이곳 제주도로 옮겨 둔 것 같다.
누가 그랬다. 제주도를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온 사람은 없다고. 맞다. 역시 한 번으론 부족하다. 제주도는 가까운 곳이니까. 여유가 될 때마다 오고 싶다. 다음 번에도 비가 온다면 우산 같은 건 치우고, 우비를 입고 비자림이나 곶자왈을 거닐어 보고 싶다. 맑으면 더 좋구.
제주 in aA
Where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계룡길 2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