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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Dec 18. 2017

다큐를 예능으로 만드는 창작자, 정성은

영상 제작사 ‘비디오편의점’을 차리다.

<사소한 인터뷰> 208번째 주인공, 정성은


성은님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공손하게 뺨을 때리는 듯한, 솔직함 때문일까. 아니면 컴퓨터공학 - 페미니즘 - 문화인류학 - 다큐멘터리 제작사 - 프리랜서 - 창업까지 인생의 핸들을 무지막지하게 꺾어왔기 때문일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사는 듯한 그의 행보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게다가 그 마음과 그 발길이 그를 사막이 아니라 비옥한 곳(?)으로 이끄는 것 같아 보이는 요즘이다. 약간의 똘끼와 약간의 아련함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 그의 자유로움에 물들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비운 두 잔의 커피와 두 권의 책 선물. 지각한 걸 책 선물로 퉁치고, 그는 홀연히 화장실로 사라졌다.


Q.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글 쓰고 영상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정성은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번에 새로운... 것을 만들었어요! ‘회사’를 차렸다고 하기엔 너무 거창해서 ‘새로운 것’을 만든 걸로.(웃음)
 
Q. 그래도 회사는 회사죠.(웃음) 회사 이름이 뭐예요?

‘비디오편의점’이요. 고객의 편의에 맞게 비디오를 제작해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Q.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소한 인터뷰>의 공식 질문 드릴게요.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야생에 뛰어든 사람?! 조연출로 일하던 외주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나와 한동안은 프리랜서로, 이제는 사업자로 일하게 됐으니까요.
 
Q. 왜 야생에 뛰어드셨나요?

조연출로 10개월 정도 일했었는데요. 힘들게 만든 1시간짜리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방송되어도 만족감이 없었어요. 심지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좋아요’를 받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훨씬 크더라고요. 그게 너무 아쉬웠고, 작더라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었어요.



PART 1. 알바생의 자아


Q. 어떻게 ‘비디오편의점’이라는 컨셉을 정하게 됐는지 더 듣고 싶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며 정한 컨셉인데요. 영상으로 계속 돈을 벌고 싶은데, 홍보 영상만 찍자니 창작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지 못할까 봐 두려웠어요. 요즘 ‘닷페이스’ 같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잘 나가긴 하지만, 곧 서른이고 돈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회사를 차리긴 무서웠고요. 돈이 되는 영상과 제가 원하는 창작물을 두고 계속 고민하다가, 그냥 둘 다 만드는 영상 업체를 차리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 회사엔 알바생의 자아와 사장님의 자아가 공존해요. 알바생일 때는 고객이 필요한 걸 만들어주고 돈을 받고, 사장님일 때는 번 돈으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거죠.
 
Q. 그럼 결과물의 일관성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죠. 근데 편의점은 정말 많은 것들을 팔잖아요. ‘비디오편의점’이라는 컨셉 안에서는 여러 시도들을 해봐도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 오랜 꿈 중 하나가 *핑크 무비 제작사를 차리는 건데, 이 컨셉 안에서는 핑크 무비도 제작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무궁무진하게 확장시켜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핑크 무비? 성적 대상화를 덜 하는, 여성향 포르노.(인터뷰이의 설명)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관성보다 ‘제가 계속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영상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만든 걸 제가 보는 게 좋아서’거든요. 제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우선 그걸로 된 것 같아요.

Q. 성은님을 떠올렸을 때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수는 있겠네요.

그래도 제가 만드는 영상들에는 비슷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조금 재밌고 조금 감동적인 코드!(웃음)
 
- 오 맞네요. 성은님 영상들을 보면 조금 재밌고 조금 감동적인 것 같아요.

근데 매번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 영상을 완성하기 전에 ‘저번 영상과 비슷한가?’, ‘자가복제는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자주 느끼고요.

얼마 전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아는 광고 감독님께서 “편집 센스가 있다.”며 저에게 편집을 맡겨주셨는데, 제 결과물을 보시곤 “센스는 있는데 패턴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앞부분은 제가 편집한 대로 나가고, 뒷부분은 감독님께서 손보셨어요. 편집이 제 강점이긴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아직 배울 게 많아요.


성은님이 편집한 에피소드! 그의 패턴을 파헤쳐보자.


Q. 아까 하셨던 “패턴이 있다”는 말에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 같아요. 성은님이 생각하는 패턴은 안 좋은 건가요?

패턴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질릴까 봐 무서워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가 스스로에게 싫증을 느낄까 봐 걱정이에요.

Q. 지금까지 많은 영상들을 만드셨잖아요. 거기서 발견된 패턴들 중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영상 자체보다 ‘작업 방식’의 패턴을 바꾸고 싶어요.  
 
Q. 성은님의 작업 방식에 어떤 패턴이 있는데요?
 
‘계획된 게 없어도 일단 현장에 가면 뭐라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뛰어드는 편이에요. 영화 동아리 할 때 늘 욕만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술에 취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성은아, 너의 장점은 호기심과 용기야. 남들이 두 발자국 갈 때 너는 열 발자국 갈 수 있어. 하지만 그 발자국의 깊이가 과연 깊다고 할 수 있을까?" 그때 처음으로 기쁘면서도 제 부족한 점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성향이 원체 그렇다보니 지금까진 일단 찍고, 편집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에 능했어요.


치열한 촬영 현장과 더 치열한 편집 현장


Q. 편집에 공을 많이 들이시는 것 같던데, 혹시 완벽주의 성향이 있나요?

평생을 허당 캐릭터로 살았는데요. 1년간 친구랑 같이 영상 작업을 하면서 어떤 면에선 완벽주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1초 느리게, 1초 빠르게 편집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런 디테일에 집착하니까 친구가 “언니는 다른 건 다 구린데 편집할 때만 완벽주의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Q. 근데 왜 그 작업 방식을 바꾸고 싶어지셨어요?

영상 업체를 차리려고 하니 그 작업 방식의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어딘가에 제안을 할 때는 상대를 설득해야 하잖아요. 근데 제가 “이렇게 대충 찍은 다음, 편집으로 조지면(?) 잘 할 수 있어요.”라고 하니까 상대가 너무 미심쩍어하는 거예요.(웃음) 지금의 작업 방식으로는 상대의 신뢰를 얻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광고 프로덕션에서 알바를 하면서 깨달은 점도 있어요. 광고는 미리 컷을 다 정해두고 찍는데, 그렇게 하니까 편집도 쉽고 완성도 빠르고 훨씬 효율적이더라고요. 기획에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편집으로 조지는 건 불가능한 구조인 거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이런 기획력 및 연출력을 키우는 게 필요해 보였어요.



PART 2. 사장님의 자아


Q. 회사를 차리시는 건데, 기분이 어떠세요?

이제 어디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혼자 다 헤쳐나가려고 하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승처럼 느껴져요. 어딜 가든 “이 카메라는 어떻게 쓰는 거예요? 다루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이렇게 배움을 구걸하고 다니게 돼요.  

얼마 전에는 광고 편집 일을 하는데, 옆에 계신 분이 촬영에 대해 잘 아는 것 같길래 “이 장면에서 어떤 렌즈가 필요한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한 삶을 살면 다 배우게 되어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엄청 큰 도움이 됐어요.
 
Q. 페이스북에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있냐고 하지만,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닐까?'하고 슬그머니 용기가 생기는 요즘이다."라는 내용을 올리셨던데, 어떻게 용기를 가지게 되셨나요?
 
감사하게도 유독 올해 저에게 용기를 주는 사건들과 사람들이 많았어요. <퇴사준비생의 도쿄> 북 트레일러 영상을 만들었던 일도 그중 하나예요. 여행팀과 함께 일본에 가서 촬영을 했는데요. 그때 카메라를 든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저에게 약간의 책임과 약간의 자유가 주어졌어요. ‘사람들이 저를 믿고 맡기는 일’,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 그런 일을 하니 스케줄이 아무리 빡세도 즐겁더라고요. 그때 ‘아,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게 제일 행복하구나’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Q. 또 다른 계기는 어떤 게 있어요?

제 주변에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큰 용기를 준 것 같아요. 지금 기억에 남는 분은 일하다 우연히 만난 분인데요. '회사원으로서 나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술직을 해야겠다'는 이유로 퇴사하고 프로덕션을 차렸더라고요. "대기업 다니다 나오면 경제적으로 힘드시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한 달에 행사 스케치 영상 몇 개 찍으면 회사원 정도의 돈은 벌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 않아도 회사원처럼 돈을 벌 수 있구나'라고 처음 생각하게 됐죠.

또 다른 분은 "꼭 취직이 답일 순 없다. 너는 회사에 들어가도 만족 못할 수 있다", "아무 데도 소속되지 않았는데 돈을 번다는 건 대단한 행위다"라고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그동안 제가 하는 일이 그냥 알바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 능력을 더 키워야겠다’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꿨어요.
  
Q.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뭐였어요?

주위에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 많아졌어요. 그리고 멀리서 혼자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 사람들이 제 창작물을 좋아해 주니 ‘나도 괜찮나?’ 싶어 용기가 생기기도 했어요.



Q. 어떻게 주위에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여러 모임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 분명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불안해 보이지만 그 불안까지 껴안고 즐겁게 자기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을 항상 궁금해하거든요.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람들 곁에서 기웃거리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저도 나중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있어요.
 
- 몇 달 전에 만났던 성은님과 비교하면, 뭔가 확신이 생긴 느낌이에요!

바닥을 찍고 확신이 생겼어요. 지난달에 지원했던 회사들로부터 떨어졌다는 문자도 받고, 여러 힘든 일들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바닥을 찍었거든요. 게다가 '서른 전엔 진짜 꼭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알바로 벌어 온 돈을 계산해보니 엄청 열심히 벌면 회사 다니는 사람들처럼 벌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무언가 눈에 보이니까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Q. 오, 그럼 사업자 등록도 하셨나요?

사실 사업자 등록은 6월에 했어요. 그 무렵 한 미디어 회사에서 1시간 반 동안 면접을 봤고, 분명 절 되게 좋아했는데.. 떨어뜨린 거예요..! 그래서 빡쳐서 마포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을 했어요.(웃음) 그때만 해도 신청만 해놓고 막상 하진 못했는데요. 두 번째 떨어진 11월에는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든 경험들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주로 재밌는 영상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자, 내가 여기서 터뜨려준다’하고 넣는 편집 스킬이 있나요? 사람들을 공략하는 웃음 포인트랄까요.

그냥 솔직하게 까발리는 거요.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만 하고 넘기는 걸 말해주는 거죠. 단, 너무 상처 주지 않게요.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 까발리기(?)


Q. 영상뿐만 아니라 글도 위트 있게 쓰시는 것 같아요. 동아일보에 2030의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가장 반응 좋았던 칼럼은 뭐였어요?

안 그래도 기자님께 한 번 여쭤봤었어요. 왜냐면 연말이 되면 필진이 교체되거든요. 근데 제가 10월에 썼던 칼럼이 마음에 안 들어서 11월이 되니 좀 쫄리는 거예요. 탈락될까 봐.(웃음) 그래서 기자님께 어떤 칼럼 반응이 가장 좋았는지 여쭤보니까 ‘80번 넘게 쓴 자소서’라는 글을 꼽아주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저와 제 친구들의 슬픔을 까발린 글이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내가 넘어지는 걸 좀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 위트 있는 글이 아니라 슬픈 글 반응이 더 좋았어요? 의외네요.

어느 정도의 창피함을 감수하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살짝 넘어졌을 때 부끄러운 걸 감수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저의 슬픔을 담은 칼럼이 '몽상가들(The dreamers)'이에요. 뭔가 정말로 가난이 닥쳐오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신문에 쓰긴 좀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그냥 써버렸죠. 쓰면서도 ‘나의 슬픔을 팔아서 돈을 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서 안 잘렸어요! 내년에 더 하기로 했어요!(웃음)
  
Q. 한 칼럼에 "저널리즘의 미래는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쓰셨던데, 어떤 스토리가 독자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우연히 택시 기사님과 30분 넘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평생을 택시 손님으로만 살다가 그날 처음 기사님의 세계를 알게 됐어요. 그렇게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면, 마음을 쓰거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 좀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또 마음을 너무 쓰면 힘드니까. 이 질문에 대해 계속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의 20대. 안녕.


Q. 20대를 마무리하며, 특별히 드는 감정이나 생각이 있나요?

‘진짜 20대에 하고 싶은 것만 했구나,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지원해주신 덕분에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부턴가 부모님께서 저를 포기해주시더라고요.(웃음) 저에게 11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요. 요즘 저와는 사뭇 다른 동생(a.k.a 신인류)과 지내시더니, 기대치도 낮아지고 ‘건강만 해줘라. 착하게만 살아줘라.’라는 느낌으로 변하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되게 놀랐던 게, 제가 ‘백수 커밍아웃’하는 내용의 칼럼을 썼는데요. 아빠가 그 글을 본인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보시는 거예요. 뭔가 감동이었어요. ‘딸이 백수인 게 알려짐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아빠가 좋아하게 됐나?’ 싶었죠.


신인류와의 소통은 대략 이러하다.


또 제가 창업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 갑자기 아빠가 전화로 "와디즈 아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어요. "어 알아"라고 짧게 대답했는데, "와디즈에서 일하는 제자가 오늘 나를 찾아왔는데, 거기가 정확히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너 같은 사람을 도와준대. 그러니 빨리 연락해봐."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 모든 순간들이 주저하는 저의 등을 떠밀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세희님의 인터뷰 요청도 큰 몫 했답니다. 저 이제 시작해요, 비디오편의점!(꺄)
 
Q. 이전 인터뷰이가 남긴 릴레이 질문이에요. 좋아하는 책을 한 권 추천해주세요.

<릿터 9호- 결혼 플롯> 추천해요!
릿터는 두 달에 한 번씩 나오는 문학잡지인데요. 예를 들어 '결혼'이라는 소재로 여러 작가분들에게 “A4 두 장짜리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는 식으로 부탁해서 글을 모으는 거예요. 그래서 한 잡지 안에 단편소설도 있고 에세이와 논문 사이의 글도 있어요.

이번 호 제목이 결혼이 아니라 결혼 ‘플롯’인 것도 마음에 들어요. 사회적인 의미도 있고 지적인 긴장을 줄 수 있는 주제를 던졌달까. 그걸 문학적으로 풀어내서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렇게 계속 자랑을 하고 다니다 보니 홍보 영상까지 만들게 되었다.


Q. 다음 인터뷰이에게 릴레이 질문을 하나 남겨주세요.

"당신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 영화는 어떤 장르일 것 같나요?"
제가 일반인들 찍는 걸 좋아하는데요. 평범한 사람도 영상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Q. 그에 대한 본인의 대답은?

대항해, 대모험. 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Q. 진짜 마지막 질문이에요. 나중에 죽으면 묘비에 뭐라고 적고 싶으세요?

아직 살아있음!(웃음)



인터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웃었다.  

웃으면서 그가 참,
‘퇴폐적인데 순수하고
현실적인데 꿈같고
언니 같은데 동생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사장님 같은데 알바생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조금의 감동과 조금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영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가 ‘촬영은 다큐처럼 편집은 예능처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영상을 찾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그의 머릿속에선 어떻게 편집되고 있을까. 다큐를 예능으로 만드는 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시선을 더 자주 훔쳐볼 수 있을 것 같아, 묘하게 부러우면서도 설레었다. 그의 다작과 수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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