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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Mar 08. 2017

변화를 통한 즐거움을 선택한, 김주애

2015년 10월 24일의 기록

진실을 말하려 할 때 우린, 용기를 내지 못해 망설이곤 한다. 그리고 그 긴 망설임은 어느 순간 진실을 밝힐 용기조차 낼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얼마 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나온 내레이션이다. 그리고 작년 퇴사를 하기 전 내 생각도 딱 이랬다. 망설임이 더 길어지면 용기를 내지 못 하게 될 것만 같아서 서둘러 사직서를 냈다. 하루치 용기를 다 써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그 날, 나를 다독여주며 '잘했다' 말해주던 사람이 바로 주애언니, 오늘의 인터뷰이였다. 자기도 딱 내 나이 때 첫 회사를 그만뒀다며 진심으로 공감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와 같은 시기에 새로운 출발을 했다던 언니는, 그동안 어떤 길들을 걸어왔을까.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부탁했다.




Q.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언니를 어색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질문 하나 할게.(웃음) 언니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네가 생각하는 나는 어때?(역질문) 내가 나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Q. 앗.. 그럼 혹시 별명 있어?


요즘은 주누. 주애누나.(웃음) 내가 여기저기서 언니고, 누나니까 그렇게 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예전에는.. 대장? 어디서든 챙겨주는 이미지가 있어서.. 내가 막내일 때는 총무, 시간이 지나고서는 대장, 언니/누나 같은 역할을 해왔어. 예를 들면 우리 회사 동기 모임이 끝나고도 내가 운전해서 다 데려다줬던 적 있었잖아. 그런 느낌인 거지.


- 개인적으로 호의도 한두 번이지, 그렇게 꾸준히 챙겨주는 모습이 대단하고 신기해.


이제 좀 줄었어. 회사 다니니까 줄게 되더라. 그리고 점점 내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한테만 잘하게 되는 것 같아.



PART 1. 다르고 다양하고 많은 길들


Q. 먼저 언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어?


지금은 '미디어 콘텐츠 매니지먼트' 팀에 속해 있어. 회사 내 다양한 채널을 통합 관리하는 스탭부서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우리 팀 안에 편성, 마케팅, 디지털 이렇게 3개의 파트가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편성 파트에 있어. 각 채널에 있는 편성팀처럼 편성표를 짜는 건 아니고 편성 파트를 관리하는 일을 해.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그중에서 채널 효율 '분석', '보고'가 주 업무야. 거의 앉아서 전화로 일하고, 취합하고 그래.


Q. 지금의 일을 하기까지 언니가 밟아온 길을 차근차근 듣고 싶어. 대학교 때 전공은 뭐였어?


원래 전공은 식품공학이었어. 엄청 달라.


Q. 전공을 식품공학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원래 건강식품 쪽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어. 음식∙건강 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식품공학과가 잘 맞겠다 싶어서 가게 됐는데, 막상 가니까 유기화학∙물리∙생물을 배우는 거야. 그래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싶었지. 그리고 대학원까지 가지 않으면 졸업하고 할 수 있는 게 뻔한 것 같았고, 또 영양사라는 직업은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건강식품이 메인인 첫 회사에 가게 된 거야.


Q. 첫 회사, A사를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좀 더 해줄 수 있어?


우리 언니가 홍보∙인쇄 쪽 일을 하는데, A사랑 같이 일해보니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열심히 알아봤고,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상시 채용이어서 나랑 맞는 자리에 지원을 했어. 그렇게 잘 포지셔닝을 해서 교육 파트로 들어가게 됐는데, 초반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커뮤니케이션 파트로 이동하게 된 거야.


Q. 어떤 면에서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어?


일단 외국계니까 좀 더 안정적인 것도 있고 분위기도 자유로워. 무엇보다 복지가 좋아. 일례로 여성 휴가의 경우, 보통 한국 대기업에서 미용실이나 네일샵 간다고 반차를 내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잖아. 그런데 첫 회사에서는 그런 이유로 반차 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용인이 되는 분위기였어. 심지어 난 그때 신입 막내였는데도 쿨하게 보내주셨어.


Q. 그럼 첫 회사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뭐였어?


커뮤니케이션 파트에 디자인 전공자도 있고 나 같은 비전공자도 있는데, 둘 다 똑같이 어떤 게 좋다고 해도 전공자의 말에는 힘이 있고 내 말에는 힘이 없는 거야. 나는 그냥 느낌, 감으로 좋다고 하는 것뿐인 게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연차도 낮으니까 아무리 말해도 결국 수용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쪽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원래 관심이 있기도 했고. 

그리고 당시 스물다섯의 나는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회사가 정말 너무 편했어. 시간이 많으면 생각도 많아지잖아. 지금이었으면 계속 있었을 텐데 그땐 좀 달랐어. 그렇게 꽉 채운 1년을 보내고 퇴사하게 됐지.


Q. 이후 홍대 국제 디자인 전문대학원에 간 걸로 알고 있는데, 대학원 준비는 얼마나 했어?


바로 대학원에 간 건 아니었고, 그전에 여행도 가고 싶고 대학생 때 못해본 어학연수도 하고 싶어서 5개월 정도 캐나다에 있었어.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 달 정도 대학원 준비도 하고 첫 회사였던 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


첫 회사를 그만둔 후 대학원 진학 전까지 캐나다 어학연수:)


- S: 대학원을 가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준비를 하신 거예요?


네.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대학원을 가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이탈리아 대학원 과정이 짧았고 그때 패션 쪽으로도 관심이 있어서 이탈리아로 가려고 했었어요. 근데 갑자기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일단 여행을 하면서 결정하자는 생각으로 캐나다에 가게 된 거죠.


Q. 그 대학원의 디자인 경영이라는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학교에서 디자인 비전공자 과정(3년), 전공자 과정(2년)을 따로 뽑았는데 나는 비전공자 과정이었어. 비전공자 과정의 경우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것은 아니고, 디자인 베이스를 가진 사람이 경영 마인드를 배우고 싶어서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곳은 아니었어. 당시 내가 주로 들었던 수업들은 브랜딩, 마케팅 같은 수업들이었어. 처음부터 직접 디자인을 하는 일보다, 첫 회사에서 했던 일처럼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그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 경영'을 선택한 거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었다던 대학원 시절


그리고 그 대학원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좋았어. 외국인 교수가 반이고 한국인 교수가 반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원 가면 교수님 밑에서 엄청 고생하는데 그런 게 없었어. 교수님과 동등한 관계라서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었어. 내가 아부 같은 건 또 못하잖아.(웃음) 외국인 교수님들 덕분에 외국에서 학교 다니고 싶었던 마음도 어느 정도 충족되기도 했고 여러모로 좋았지. 


- 그래도 배우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솔직히 초반에 일러스트와 포토샵은 아예 못했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 처음 1년 동안은 그걸 따라잡는 데 공을 많이 들였고, 그 다음에는 PT 만드는 것이 위주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


Q.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는 뭘 할 생각이었어?


나이가 있으니까 1년이라도 빨리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논문 쓰면서 취업 준비도 하느라 되게 힘들었어. 여러 곳에 지원서를 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식품공학+디자인경영을 전공한 나와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한 회사에서는 떨어졌고, 지금 일하고 있는 미디어 쪽 회사에 붙게 됐어. 지금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그런지 전공을 정말 안 보더라고. 그 점이 그때 나랑 잘 맞았던 것 같아.



PART 2. 지금 걷는 길, 그리고 길 위의 생각들


Q. S: 처음부터 지금 하고 있는 편성 업무에 지원하신 건가요?


아뇨. 당시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일반 직군으로 한꺼번에 뽑았어요. 그리고 면담 후 부서 배치를 했는데, 그때 제가 편성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스타일기획팀에 배치가 됐죠. 그런데 제가 입사하고 두 달 반 만에 팀이 없어지는 바람에 통합편성팀으로 이동하게 됐어요. 저 정말 기구하네요..(웃음) 그러다가 조직 개편이 되면서 다른 파트로 넘어가고 또 조직 개편이 돼서 지금 팀으로 오게 된 거죠. 원래 스탭 부서의 조직개편이 잦아요.


Q. 지금 속한 팀에서 하고 있는 일은 만족도가 어때?


상중하로 치면 하. 사실 처음 1년은 배워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괜찮았어. 콘텐츠업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 분석 업무를 하면서 엑셀도 많이 늘고.(웃음) 근데 1년이 지나니까 조금만 더 있으면 나는 편성으로 굳어지겠구나 싶어서 점점 불안해지는 것 같아. 게다가 지금 속한 팀에서는 편성표를 안 짜기 때문에 막상 채널 편성팀으로 가도 편성표도 못 짜고.. 이러다가는 나중에 내가 붕 뜨겠구나 싶은 거야. 그래서 쉽지 않지만 윗분들과 인사팀에 다른 팀으로 바꿔달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어. 그러면 나중에 미움받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물론 신입 때부터 스탭에만 있었기 때문에 현업에 가서 실무를 배우고 싶다는 타당한 이유도 있고.


Q. 요즘 일과 삶의 균형은 어느 정도야?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80%, 가족들∙친구들 만나는 시간이 20% 정도? 사실 요즘은 친구들보다 동기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 친구들을 오랜만에 보면 반갑고 좋긴 한데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점점 공통점이 줄어드니까 할 얘기도 없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X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동기들을 만나게 돼. 여행도 입사 1년 차까지만 해도 친한 친구랑 다녔는데 이제 동기들이랑 다녀. 


Q. 대학교부터 지금의 회사까지 쭉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언니가 선택하고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있어?


호기심이 많아서 '트렌드'가 그 기준이었던 것 같아. 대학원에서도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걸 통해서 무언가를 도출해내는 공부를 하는 전공을 선택했고, 지금 회사도 트렌드에 맞춰 가는 곳이기에 선택했지. 


Q.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기 때문에, 누리고 있던 안정감을 접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진짜 미친 듯이 열심히 산 건 아닌데, 그동안 뭘 하면 어떻게든 되긴 됐어. 대학, 대학원, 졸업논문, 회사 모두 어떻게 다 되긴 되다 보니까 '난 어떻게든 되긴 되겠지'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 아직까진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어.

그리고 내가 상황에 맞춰서 편한 길을 선택하기도 해. 무조건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중간을 찾는 거지.


Q. 가장 좋았던 때와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자면?


첫 직장 다니던 스물다섯 살 때가 가장 좋았어. 원래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것도 있지만 그때가 가장 좋은 나이였어. 대학 졸업하고 돈도 벌어서 금전적인 자유도 있었고, 첫 직장에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서 퇴근하면 맨날 친구들이랑 놀았고. 단지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첫 직장을 오래 다니면 안 되겠다는 철없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지.(웃음)


가장 좋았던, 해맑은 스물다섯


그리고 가장 힘든 때는 지금! 불안한 미래 때문에.. 편성으로 굳혀질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이 일을 하며 점점 기가 세질 까봐 두렵기도 하고, 결혼 때문에 불안하기도 해. 회사 내에 성비도 정말 안 맞고, 개인 시간도 거의 없거든. 좀 더 어렸으면 이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을 텐데, 나이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



PART 3. 함께 걸어갈 사람


Q. 결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까 당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거지. 나도 내가 까다로운 걸 아니까 더 불안해. 그래서 까다로운 성격이 비슷한 동기랑 더 친해진 것도 있어. 둘이 "우린 글렀다..."고 그래.(웃음)


Q. 이상형은 어떻게 돼?


이상형은 딱히 없어. 요즘 친하게 지내는 동기는 적어도 이상형이 뚜렷한데, 나는 그런 게 없어. 음.. 굳이 꼽자면 너무 못생기면 안 돼..(웃음) 그냥 나랑 비슷했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그게 제일 어렵대. 그래도 만나기 전까지는 까다로운데, 만나고 나서부터는 맞춰주기도 하고 별로 안 까다로워.


Q. 애인 말고, 살면서 언니와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고집이 세다기보다.. 주관이 뚜렷한 편이어서, 나에 관해서는 내 선택을 믿고 남한테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야. 그래서 멘토도 없고 영향을 받은 선생님도 없어. 대학원 다닐 때 친해진 외부 교수님이 계시긴 한데 거의 친구처럼 지내. 교수님께서 먼저 추석 잘 보내라고 연락도 해주시고 그래.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아도 누군가 내 인생에 큰 감명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아.


Q. 처음에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주로 챙긴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을 주변에 두는 편이야?


대화가 통해야 해. 모든 주제가 공감이 될 수는 없어도 어떤 한 주제에 대해서라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해. 무조건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하고는 대화가 잘 안 되고 못 친해져.


Q. 회사 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지는 않아?


당시에는 힘든데 지나고 나면 그냥 까먹고 잘 지내게 되는 것 같아.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 이후에는 괜찮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엔 그냥 투덜대고 털어버려. 그래야 살겠구나 싶더라. 그리고 처음부터 일부러 쿨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포지셔닝 하기도 해.

같은 문제를 어릴 때 겪었다면 더 힘들어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이미 한 번 겪어 보기도 했고 나이도 있으니까 덜 무시하는 것 같아. 예전에 비해 좀 더 무뎌진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는 더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받을 거리도 아니었어.




Q. 죽고 나서 묘비명에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어?


묘비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 그럼 사람들 기억 속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어?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 근데 이미 사람들이 난 별 고민 없이 재미있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 또한 순간순간의 고민도 많고 힘들었던 적도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 별것도 아니게 되고 재미있던 기억만 남는 것 같아.


Q. 인터뷰를 해보니 언니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


예전에 면접 준비할 때 "넌 정말 끈기가 없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던 적이 있어. 근데 끈기가 없다기보다는 아직 내 길을 못 찾았던 거였다는 생각을 해.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문제였을 수도 있고. 어릴 때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일단 대학 가서 생각하라고 하니까 수능 성적에 맞춰서 대학 전공을 정하는 경우가 많잖아.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많은 경험들을 잘 엮어서 지금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 회사랑 잘 맞았던 것도 있고 내가 잘 맞춰서 온 것도 있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에 자신을 '언니/누나', '대장'이라고 표현했던 게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을 다시 한 마디로 표현해본다면?


남들보다 결정을 쉽게 하는 사람인 것 같아. 어차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기 때문에, 또 아직까지는 책임도 피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나 혼자만 지면 되는 거였기 때문에 결정하기 더 쉬웠던 것 같아. 그리고 내 운을 믿었던 것 같아. 근데 이제 운발이 다 한 것 같다.(웃음)



자유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 나 또한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했으며, 그렇지 못 했을 때 나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때문에 다양하고 이질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았다는 언니의 말 이면에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한 분야만 해 온 사람들보다 더 노력해왔다는 말이 숨어있을 것이다. 그간의 이야기들을 가볍게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이 꼭 그간의 경험들이 쉬웠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님을 안다.

또한 자유에는 '불안'이라는 놈이 항상 따라온다는 것을 안다. 언니는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분명 따라왔을 불안을 겪어 낸 그 시간을 짐작해 본다.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나에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더라"는 언니의 말이 참 위로가 된다.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보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한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변화를 통한 즐거움을 선택한 언니와, 많은 사람들의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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