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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엘 Apr 06. 2021

퇴사를 합니다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의 퇴사는 즐겁지 않습니다.

퇴사를 합니다

20대와 30 초에 했던 퇴사와는 기분이 너무 다릅니다. 10년을 넘게 다닌 대기업에서의 퇴사는 기준도 너무 다릅니다.


승진도 하고 안정적으로 재미있게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싶었을까요? 묻고  물어보고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퇴사를 하는 것일까요?  


재미가 없습니다.  

아마 작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가 '재미'가 없어졌다며 고민을 상담하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혀를 차며... 또는 놀라며 이렇게들 말합니다. '아니! 넌 회사를 재미있게 다녔던 거야?' ' 어떻게 회사에서 재미가 있을 수 있니? 그냥 다녀.' '회사 다니면서 재미를 찾다니!!!! 재미는 회사 밖에서 찾는 거야."


난 회사가 왜 재미있었을까요? 우선 함께 일하는 동료들, 팀원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팀원들과 마음 맞아 신나게 이야기하며 하는 홍보 업무들이 좋았습니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 예산으로 결과물을 만들고 반응을 보는 일들이 적성에 딱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에서 몇 차례 행사를 하고, 궁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K뷰티를 이끌어가고 헤리티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에 신이 났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담당으로의 10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네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생기고,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화하며 이제는 오프라인 행사도, PR이 가진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이 시작됩니다. 추가적으로 조직적으로 업무가 너무나 세분화되어가면서인지.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느낌, 어느 순간 이 이상의 것을 하고 싶은데 조직에 대한 부분이 고민이 자꾸 됩니다. 그렇게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기회가 왔습니다. 그리고 준비를 합니다.

그러던 중 이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선배의 전화가 옵니다. 새롭게 팀을 꾸리는데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제가 손들었습니다. 저를 데려가세요. 뭐에 홀린 듯, 마음에서 원한 듯 그렇게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십 년 동안 만들지 않던 이력서를 다시 작성합니다. 그리고 면접을 봅니다. 컴퓨터로 ZOOM으로 면접이 진행됩니다. 이것도 참 다시 하려니 어색한데, ZOOM으로 하니 더 어색합니다. 그리고 채용 관련 사이트를 보며, 다른 기회가 없나, 이력서를 여기저기 보내보기도 합니다.  최종 확정까지 약 3~4개월이 걸렸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설렙니다. 새로운 시작에 마음이 심쿵합니다.


질문을 계속합니다.

마음속으로 수십 번, 아니 수천 번 물어봅니다.

퇴사에 확신이 있습니까? 자신이 있나요?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나요? 현재 이곳에서 다른 기회가 온다면 퇴사를 할 건가요? 현재 회사에서 기회를 찾고자 해보는 노력을 해보았나요? 누가 나가라는 것도 아닌데 퇴사라니요? 이미 20년을 일했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일 하려고 하나요? 아니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도전하는 건 너무 무모한 게 아닌가요? 스스로에게 머릿속으로 수천번 수만 번 물어보고 또 물어보다 몇 날 며칠을 불면증까지 시달립니다.


아무래도 결정에 기준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래야 스스로의 결정에 확신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5년 VS 새로운 회사에서의 5년 -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어디에서 후회가 더 될까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예측만큼 힘든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첫 출근날부터 바로 후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곳에 계속 있다면, 또 그렇게 후회를 하겠지요. 이곳에서의 5년을 일하면 나의 모습은 어떨지 나의 커리어는 어떨지. 새로운 회사에서 도전이고 무모하지만, 5년을 일한 후 나의 모습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무도 미래를 모르지만, 그래도 도전이라는 게 조금 더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이 더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새로운 나의 모습에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미련이 남습니다.

아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것도 참 많이 남습니다.

부모님들은 말씀하시네요. 대기업에서 이만한 회사가 어디 있냐. 또 주변 분들은 말해줍니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잘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는 곳에서의 이직이 필요하냐고. 그 부분을 잘 활용해 새로운 시작은 여기서도 할 수 있지 않냐고? 확실한 현재가 알 수 없는 미래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맞습니다. 결정을 하고 나서도, 자꾸만 '만약...........' 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정리를 합니다.

결정을 하고,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과 점심을 마시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함께 일한 과거를 추억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축배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그동안 일을 했는데 아쉬움이 자꾸 커집니다. 제 자리를 보고 있으니, 또 그렇게 아쉬움이 생깁니다. 새로운 출발로 기운찬 미래를 예상하며 기분이 마냥 좋을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 기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20대나 30대의 일일까. 나이가 먹어서 그럴까, 그만큼 지금 이곳이 좋았던 것일까. 참 많은 생각이 납니다.  


눈물이 납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두고 가려니 이렇게 정든 곳을 가려니, 자꾸만 또르르 눈물이 납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라며 축하해주는 팀원들의 송별회가 너무 고맙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감사합니다. 헤어진다는 건. 정이 든다는 건. 미안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남기고 가야 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퇴사는 즐겁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렵습니다. 퇴사를 결정한 후에도 미련과 고민이 남습니다. 마음 후련한 줄 알았고, 미래에 설렐 줄만 알았는데, 40대에 10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와의 이별은 즐겁지 않습니다. 좋은 추억들이 좋은 사람들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인사를 하며 헤어짐을 말하니 팀원들과 동료들이 더욱 애틋해집니다.


또 준비를 합니다.

아마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서 저는 또 헤맬 수도 있습니다. 첫 출근하는 날,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이것저것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 마음을 새로 잡아야 합니다. 나는 이런 것까지 잘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이제부터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언젠가 타로에서 매지션 카드를 뽑았던 적이 있습니다. 뭐든 다 잘할 수 있어... 매지션의 마음으로 수리수리 얍. 마음을 다져봅니다.


도전을 합니다.

이제 결정은 했습니다. 네 주사위는 던져졌네요. 앞으로 또 새로운 챕터를 이만큼 더 즐겁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의 또 다른 인연을 기대해봅니다. 할 수 있을 꺼란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그렇게 다짐을 해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새로운 시작을 멋지게 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퇴사를 했습니다.   



워킹맘의 나누고 싶은 그림들 


퇴사를 하며 생각나는 작가는 홍수연, 이정은 2명의 작가입니다. 이 작가들은 회사를 다니며 업무로 만나고 알게 되었고, 그 뒤로 팬이 되어 작품도 보고 전시회도 가보게 된 작가들입니다. 또한, 회사생활을 하며 아마 전생에 여동생이었거나 딸이었을 것만 같은 팀원이 있습니다. 그 팀원과의 추억이 잔뜩 담긴 작품들이기도 하고, 결혼선물로 함께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있습니다. 퇴사를 앞두고 유독 생각이 납니다. 특히, 이정은 작가의 수복강녕 작품의 '福' 글자를 함께 일해 너무나 좋았고 행복했던 우리 팀원들에게 다 나눠주어 행복이 가득한 앞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홍수연 작가

홍수연 작가의 그림은 그림을 보는데 물멍을 하는 느낌입니다. 캔버스 안에 색감이 예쁜 동그라미들이 자꾸만 움직이는 것 같고,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에요~ 회사에서 책상에 붙여두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던 애정의 그림입니다.


이정은 도예가 (@lje_ceramicartist)

수복강녕, 복복 - 인스타그램에서 파워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시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여러 뷰티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 블루보틀에 상품 판매까지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하얗게 구운 자기들이 캠퍼스 위에 예쁘게 담긴 그림들, 도자기들, 꽃병들, 금테가 너무 예쁜 그릇들까지 하나하나 구매하고 싶고, 생활 속에서  함께 해주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수복강녕  그림은 바라만 봐도 복이 가득할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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