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D ME
표지를 보며, 이 책의 영어 원제 'All the Beauty in the World'에서 말하는 'All the Beauty' '그 모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습니다. 미술관의 작품들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으며 단순히 미술 작품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술에서 배우다 (P.206)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예술에서 배우다'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형의 죽음 이후, 완벽한 고요 속으로 숨어버리기를 결심하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패트릭 브링리는 수만 년 수십만 년 이상이 된 작품들과 시간을 보내며, 삶, 예술 그리고 그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전달하고 이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을 하나하나, 공간과 그곳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훌륭한 가이드 북
뉴욕에 가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자, 많은 여행자들의 로망인 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 미술관의 경비원이 들려주는 뒷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설렙니다. 작가는 입구, 각 구역, 야외 공간, 보관함 등등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곳곳을 자세하게 그려줍니다. 책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가진 작품의 해설과 작가의 생각, 이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의 의미도 소개합니다. 함께 책을 읽으며 그 작품을 상상해 보고, 작품을 다시 찾아보며 또 책을 읽게 된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모든 그림이 '짠'하고 커튼을 열어 안을 보여주는 건물 1층의 창문들처럼 보였다. (P.37)
위대한 예술이 그렇게 쉽게 평범한 환경과 섞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P.63)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P.51)
분명 메트로폴리탄을 가보았지만, 하루나 이틀로는 다 볼 수 없었던 작품들에 대한 소개. 작품의 스토리와 관람객들의 반응을 작가가 오랜 기간 인내와 시간을 가지며 지켜보며 그 마음과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책 페이지와 함께 잘 소개해 두어서 같이 보니 더 좋았습니다.
둘, 수많은 작품 속 예술의 의미와 경비원과 관람객, 사람 속 인생의 의미가 만난 멋진 컬래버레이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은 러시아, 알바니아, 가이아나, 서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지만, 동일한 경비복을 입은 동료입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마지막 출근 날의 대화와 모습은 감동도 있습니다.
이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면, 자꾸만 경비원분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자꾸만 명찰을 확인해 책 속의 그 동료들이 있는지를 확인할 것 같습니다.
발은 좀 아프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잖아. (P.187)
이제는 경비원으로서 수많은 방문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신비로운 감정에 반응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P.30)
'발은 좀 아프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다는 문장을 보고 왠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비원들의 다양한 삶, 그들의 인생이 이곳에서만큼은 고요하고 조용하며,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셋, 완벽한 고요 속 몰입하고 집중하는 나에 대한 성찰
아마도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에서 10년을 보내며, 집중하였고, 자신의 내면을 자라게 했으며, 명화와 작품을 하나씩 보고 마음에 품으며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킨 작가의 이야기에 큰 공감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P.34)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한 삶에 적응해 버렸다. (P.102)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고하는 두뇌를 잠시 멈춰뒀다면 다시 두뇌의 스위치를 켜고 자아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P.194)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10년 전에 방문했던 예전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유명한 작품을 다 보겠다는 열정 가득 관광객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번에는 그곳에서 패트릭이 이야기한 것과 같이 조용한 아침에 방문해 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전체를 디테일을 발견하는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애정하는 작품, 살아가는 데 연료가 될 작품을 마음속에 품고 나오고 싶습니다. 그 작품이 그 시간이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남아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길 기대하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지금 당장 가보기에 너무 멀리 있으니, 다음 주에 가까운 미술관에 가서, 한번 생각에
나를 변화시킬, 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결심해 봅니다.
아마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방문객은 더 늘었을 것이며 경비원 지원자는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그만큼, 매력적으로 잘 써 내려갔고, 메트로폴리탄의 곳곳을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책입니다.
패트릭 브링리에 대한 궁금증은 아래 인스타그램 &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Met with Patrick이라는 투어 프로그램도 신청할 수 있고, 책 속에 소개된 그림들이 인스타그램에는 올려져 있고, 아기 올리버와 루이스의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