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따스한 온기가 담긴 그림책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필독서라고 할까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도 이 책이 앞으로는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물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으로 죽음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아름답게 소개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팡도르
글 안나마리아 고치|그림 비올레타 로피즈|역자 정원정, 박서영|오후의소묘
정원을 가꾸며 번역을 하는 시댁 식구인 아가씨의 선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따뜻하지만 강렬해 보이는 붉은 동그라미 그리고 할머니를 데리러 온 사신이 할머니 앞에서 큰 몸을 구부리고는 얌전히 기다리며 푸근하게 앉아있는 표지를 처음 보는데 장작불이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서 바라보는 따스함이 왠지 모르게 전해졌습니다.
"산다는 건 맛을 나누는 일이에요."
할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그저 평범하게 크리스마스 디저트를 준비합니다. 이탈리안 디저트를 만들고, 그렇게 또 덤덤히 나누어 주는 기쁨을 상상하며 준비되는 동안 사신에게 기다리라고 하지요. 사신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이 자신을 잊은 건 아닌가 생각하는 할머니는 사신을 만나 반겨주면서 이야기합니다.
"아이고 사신씨, 뭐가 그리 급해요. 잠깐 기다려 줘요. 이제 막 크리스마스 빵에 넣을 소가 완성될 참이라고요. 이것만 마저 합시다."
"잠깐이면 돼요. 그러지 말고 간이나 좀 봐 줘요"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죽음을 그렇게 잘 마무리하시겠다고 팡도르를 만들고 정성을 다해 기다리는 다양한 디저트들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사신과 함께 나누어 먹고 갑니다. 건포도, 비스코티, 바삭한 누가, 참깨 사탕과 꿀에 졸인 귤과 밤, 부드럽게 부푼 금빛 팡도르, 찰다까지..
"찰다 속에 레시피를 숨겨 두었으니 이제 비밀은 아이들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거에요. 이제 갈 시간이야. "
달달한 디저트를 처음 맛본 사신은 그 맛이 궁금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건포도 한 조각엔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함께 하고 자꾸만 기다립니다. 생의 맛도 맛보고 사신의 두 눈이 붉어질 땐 저도 모르게 울컥했고, 사신의 검은 옷을 벗고 색색의 숄을 두르며 따뜻함을 나누고 느낄 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서로 나누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죽음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손그림으로 따뜻한 온기를 담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 글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아이들과 함께 캐릭터가 잔뜩 들어간 로보카 폴리, 뽀로로 이런 것만 보다가, 전집으로 구매해서 책을 펼쳐보면 똑같은 디자인과 레이아웃에 같은 느낌의 글들이 주르륵 늘어져있는 책만 보다가, 이렇게 한 권 안에 많은 의미와 글과 그리고 따뜻한 그림이 담겨 있는 정성 가득한 그림책 한 권을 보는 기분은 참 소중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한 권이 그림책에서 주는 감동이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했지요.
앞으론 이 책을 읽은 이상, 빵집에서는 별달리 관심이 없던, 팡도르가 크리스마스마다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저는 팡도르를 먹으며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득, 출판사가 궁금해집니다.
오후의 소묘 출판사 (https://sewmew.co.kr/)
작고 따뜻한 온기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과 에세이
웹사이트의 소개에서부터 따뜻하게 마음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월간 레터를 통해 온기가 듬뿍 담긴 글들과 소소하지만 심플하지만 따뜻한 그림이야기를 메일로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월간소묘 레터 확인 하기 >> CLICK !
소소한 일상을 깊이감 있는 글로 써내려가는 에세이들 그리고 한 권 한 권 정성 들여 만들어내는 그림책과 에세이집 함께 글을 읽고 나누는 클래스까지 번역가와 작가의 일상마저 궁금해지는 출판사입니다.
오후의 소묘 출판사 (https://sewm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