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기차를 타며
드레스를 입고 호박 마차를 타고 무도회를 가는 신데렐라가 이런 기분일까요?
12시 땡땡 종이 울린 후 모든 것이 사라져, 유리 구두를 다시 찾을 시간도 없이 (누군가는 뛰어난 플러팅 전략이라고도 합니다만....) 집으로 뛰어 돌아오는 신데렐라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요?
저도 매주 한 번, 무도회를 가는 신데렐라가 됩니다.
평생 서울에서 살던 부부가 남편의 직장으로 주말 부부가 됩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남편은 평소 원하는 직업을 위해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9년 동안 주말부부를 했습니다. 부인은 자신 있게 그를 지방으로 보내지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 나는 친정 엄마집 바로 앞에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주말마다 만나면 더 애틋하다고 하더라. 가거라. 남편!" 지금 봐도 제가 멋있었네요. 쿨하기까지 했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들 둘의 워킹맘은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승진 이후 회사에서는 더 과한 업무와 책임으로 모든 생활이 지쳐갔습니다. 조금씩 하루가 버거워집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둡니다. "아빠가 사는 곳에서 온 가족이 함께 살자!"라고 외치며 저는 또 그렇게 쿨하게 평생 살았던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주부가 되어, 삼시 세 끼를 고민하고, 아이들이 등교할 때 "행복한 하루 보내~" 아이들이 하교할 때 "수고했어 아들~"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맞이합니다. 아침에 눈뜨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 한잔을 합니다. "이곳이 카페이지"라며 잠시 쉬고,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합니다. 비가 오는 오전 출근 시간에는 "역시 비 오는 날 출근 안 하는 건 좋은 일이군" 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도 부려봅니다.
다만 이런 주부생활의 달콤함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일했던 나의 과거가 그립습니다.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이곳에서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
그러던 중, 마침! (정말, 얼마나 찰떡같은 타이밍인지 모릅니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개월 프로젝트로 재택을 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회의를 위해 일주일에 하루, 서울에 올라갑니다.
블라우스를 다려봅니다.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한동안 옷장 속 깊은 곳에 있던 오피스룩과 귀걸이를 하고 나서봅니다. 서울행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는 미팅을 하고 나서,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떱니다. 보고 싶은 직장 동료, 후배,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하며 오랜만에 하는 이야기는 참 즐겁습니다.
그리고 후다닥 기차역으로 달려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야지요.
저녁 기차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봅니다. 문득. "나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도회 갔던 신데렐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집에는 괴롭히는 새 언니 두 명이 아닌, 엄마말은 잘 안 들리는 천사 같은 아들 둘이 있지만, 계모가 아닌 삼시세끼 집밥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남편이 있지만. 잠시 무도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호박 마차가 사라진 화장을 지워야 하는 신데렐라가 된 것만 같습니다.
왕자님이 다시 찾아오는 결말이 나에겐 없습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천사 같은 아들 둘과 사랑스러운 남편이 있는 스위트홈이 내겐 이미 있네요.
집으로 오며 결심했습니다. 신데렐라의 그 하루를 즐겨보려 합니다. 나만의 무도회가 생겼으니, 그 하루를 예쁘게 꾸미고 나만의 춤을 추어보렵니다. 그리고 또다시 집으로 돌아와 , 다음 주를 기다리며 집에서도 그 기대감으로 즐겁게 살면 되겠지요. 신데렐라에겐 1번의 무도회지만, 저는 두 달 동안 여덟 번입니다! 제가 8배는 더 좋네요. 그 여덟 번의 무도회를 위해 쇼핑을 해야겠습니다! 나의 호박마차 KTX로 또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