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entering Navajo Nation. Enter at your own risk.
나바호 네이션에 들어갑니다. 자기 책임 하에 들어가세요.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연일 40도에 육박했던 옐로 스톤 국립공원 투어 직후 연달아 그랜드 서클 투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엔텔로프 캐년이었다. 이번엔 이곳을 꼭 내 눈으로 보고 가야겠다 싶었다.
인생에 생각보다 '다음'은 자주 오지 않기에, 이번에도 '다음'을 기약한다면 아마도 그다음은 정말이지 장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왠지 모를 절박함이 한낮 기온 42도~45도 넘는 사막 지역으로의 여행을 감수할 용기를 줬다. 나의 사막 여행은 한겨울 아니면 한여름. 매번 왜 이리 극단적인지. 그리 보면 중간쯤, 적당히 산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엔텔로프 캐년이 위치한 나바호 네이션은 약 33만 명의 나바호족이 거주하며, 독자적인 정부와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내 가장 큰 원주민 보호구역이다.
엔텔로프 캐년 투어 역시 나바호족이 직접 진행하는데, 투어가이드 아저씨의 사진 실력이 수준급. 한국말 리액션도 수준급. 자기가 찍고 자기가 '대에박'을 연신 외치며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 주셨다. 한국에서 5년 정도 군 복무도 하셨다는 데 덕분에 귀한 사진도 한 장 건졌네.
그런데 그래서일까...
엔텔로프 캐니언의 감동은 그간 사진에서 보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라는. 너무 잘 관리되어 오히려 그 매력이 떨어진달까.
오래전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고 호주 원주민에게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룰루가 너무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호주의 오지 각지를 여행했지만 울룰루만은 끝내 보고 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 마음속 자리 잡은 울룰루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그리움을 차마 지워내고 싶지 않았던 듯싶다. 엔텔로프 캐니언도 그렇게 한 조각 깊은 그리움으로 남겨 두었어도 좋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