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기만 해도 짜증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요즘들어 갑자기 새삼스럽게 회사 사람들이 너무 짜증나기 시작했다.
말없이 맨날 미팅에 늦는 사람,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세번씩해줘도 또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
2초에 한번씩 떠나라가 한숨을 쉬는 사람,
동료면서 마치 자기가 상사인듯 가르치려드는 사람,
티나게 사람 가려서 아부하는 사람,
원래는 눈에 안들어오던 사소한 일들이 쉴새없이 화를 불러일으킨다.
'내 할일만 잘해야지'라는 마인드로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넘기며 흐린눈 해보려해도,
우당탕탕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그 사람들의 존재가 상기되면 내 마음속 버럭이와 까칠이가 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내가 그들을 싫어하고 짜증나한다고해도, 그들 앞에서는 적당히 웃으며 예의바르게 지낸다.
즉, 싫어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것이다.
내가 그들이 싫은 이유가 사소해질수록 그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줘서 상황을 개선해나가거나 그들과의 오해를 풀 것도 없다. 그냥, 그냥 싫고 짜증날 뿐. 그 분노는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나에게만 머무를테니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다. 나만 괴롭다.
난 이런 발전없는 분노를 싫어하기에, 정말 열심히 그들을 덜 싫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내 고민의 해답은 '벽보고 앉아서 일하기' 였다.
우린 자율좌석제의 오픈사무실 공간으로 칸막이도 없고 캐주얼하게 사람들이 서서 이야기하거나 돌아다닐 수 있는 구조이다. 그동안 나는 사무실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면 답답하다는 이유로 사무실 입구쪽에 앉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통로쪽을 바라보며 일했다. 그러다보니 정말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 거리는데, 그중 내가 평소에 조금이라도 싫었던 사람이 돌아다니면 나도모르게 인상이 찌뿌려지곤 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들의 존재가 이미 나에겐 짜증 그 자체로 연결되어있기에, 그들의 존재가 안보일수록 짜증도 덜 불러일으켜 질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느정도 맞았다. 어쩔수없이 같이 일해야하는 상황들이 아니라면 최대한 그들을 보지않고, 자리를 피하거나 내 시선을 돌리는게 답인것 같다.
그들을 바꿀 수 없다면 (솔직히 이젠 그들이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싫었던게 더 크다) 내가 나를 바꿔서라도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거하고 싶었다. 나의 우선순위는 '그들이 싫어!'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이 싫은 이 마음을 없애버릴 수 있지?'였다. 물론 그들을 좋아하게된다면 더 좋겠지만, 나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확실한 편이라 한번 싫어지면 더 싫어질뿐, 좋아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하려고하는게 아닌, 그들이 싫은 그 순간들을 없애버리려 했다.
사실 이런 분노와 짜증들은 직장생활 한지 5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경험해본 감정들이었다. 나는 일에 대한 애정이 크고 욕심도 큰만큼 회사에서는 최대한 공과사를 잘 지키고 프로페셔널한 모습들을 보여주는게 중요했다. 나 스스로도 회사에 가서는 사적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사실 그런 사적인 감정들이 잘 들지도 않았다. 일은 일일 뿐이고, 각자의 역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그 각각 개인의 성격, 말투, 가치관, 인품, 외모 등등은 내 관심 밖이었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친구만드는 곳이 아니니까.
아마 근데 이 생각이 바뀌면서 내가 그동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분노들이 스멀스멀 표면위로 올라온 것 같다. 회사에서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을 많이 만들었고 일만하고 헤어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목표와 비전과 고민들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감각이 예민해졌다는 것은 양방향적인 것이라서, 싫은게 많이 보이는 만큼 좋은것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팅시간을 상대방을 배려해서 잡아주는 사람,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타인의 의견 또한 진심으로 묻는 사람,
점심시간마다 정갈하게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
인사를 건네면 꼭 따스한 눈빛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
귀여운 캐릭터 네일아트를 자주 바꾸는 사람,
좋은 것만 크게 보이고 싫은건 작게 보이면 참 좋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 듯 하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좋은 것들을 자주 잘 보고, 싫은것들은 등을 돌린채 좀 살아가려 한다!
*이미지 출처 및 저작권은 MBC 무한도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