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기업에서 터득한 직원관리꿀팁

6년동안 만나본 최악과 최고의 상사들의 특징

by 정원

'카페 창업 준비하는 직장인'이라는 나의 아이덴티티에서 '직장인' 파트를 강조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내가 카페 준비를 함과 동시에 직장을 계속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월급 뿐만이 아니라 직장에서 보고 배우는 여러가지 일들 때문이기도 하니까. 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뷰티 그룹에 종사하는데, 약 4년은 국내 마케팅, 그리고 약 1년은 직무를 바꾸어 제품 개발 부서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있다. 약 5-6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다보면서 느꼈던 것은, 조직의 뼈대는 인사관리라는 점이다. 어떤 포지션에 어떤 사람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팀의 분위기, 안정성 그리고 성과까지도 이어지니까.


나는 현재 관리자가 아닌 실무자, 즉 일개 대리급 직원의 입장으로 이 조직생활을 하고있는데, 이런 경험은 내게 아주 큰 자산이다. 추후 카페를 연 후에는 내가 관리자의 입장이 될텐데, 그때에 지금의 경험들을 양분삼아 인사관리를 잘 해내야한다. 종종 사업하는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오히려 장사보다도 알바생 관리, 매니저 관리라고 하던데, 나도 벌써 그 일들을 생각하면 땀이 삐질삐질 나는것 같다.


직장 생활을 조금 더 하다보니 나 또한 누군가의 매니징을 맡아서 할 연차가 되어가고 있는데, 어떤 상사가 되면 좋을지, 어떤 상사는 절대 되고싶지 않은지를 생각해보곤 한다. 매니저들은 저마다의 업무 가치관과 특징들로 인해 팀원들을 관리하는 스타일이 아주 다른데, 약 7-8명의 상사들을 만나보고 나니 한발짝 떨어져서 그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맞다, 잦은 팀이동과 퇴사로 인해 연차에 비해 많은 상사들을 만났었다).


그중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내가 만난 여러 상사들 중 단 한명도 완벽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보통 그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 허를 찌르듯 또 그 사람의 가장 미운 단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그 당시에는 눈에 확 띄지 않을 수 있다. 양면성을 가진 그 특징은 워낙 서로 다른 상황들 속에서 좋게도, 나쁘게도 작용하고 있고, 그 상황들은 서로 대치되는 상황이 아닌, 조각조각 떠다니는 순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의 예를 들자면, 어떤 상사는 직원들을 정말 진심으로 애정하고 아끼며, 그들의 성장과 정신건강에 아주 큰 심혈을 기울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상사는 나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내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에도 다그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상사이다. 이런 장점은 직원과 상사의 유대감이 아주 크게 형성될 수 있게 해주고, 직원이 인정받고 있는 기분이 들게하여금 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게끔 북돋아 준다.


하지만 이 상사의 치명적인 단점은 계속해서 일을 물어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미 나는 혼자서 1.5인분,아니 거의 2인분의 업무량을 해내며 1분마다 쌓이는 업무메일과 전화에 치여 매일 야근을 일삼아 하고있다. 그 상황에서 나의 이 사랑스러운 상사가 계속해서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셋으로 "우리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보자~"라는 식의 업무 지시를 내린다면? 그 한마디로 생겨나는 수많은 to-do 리스트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싱긋 웃으며 화이팅!을 외친다면? 우리팀 뿐만 아닌 다른 팀의 업무까지 맡아서 해야 우리 팀에게 더 큰 권한과 성과가 생긴다면서 타팀의 업무까지 가져온다면?


이 두 특징은 과연 각각 다른 특징들일까? 나도 예전에는 그런줄 알았다. 사람 자체가 너무 나이스하다는 1개의 특징 그리고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또 다른 특징이 각각 그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때 그 상사를 빛나게도, 끔찍히 싫게도 했던 특징은 같은 1개의 특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바로 "착한사람 콤플렉스". 그 상사가 나를 진심으로 애정하기도 했을테고, 그렇기에 아낌없는 칭찬들을 해줬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상사의 애정표현은 과하게 친절하고 과하게 유난스러웠다. 마치 나를 칭찬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얻어가는 듯 했다. 최선의 표현들과 최상급의 유려한 단어들로 나를 칭찬하기에 바빴고, 그걸 듣는 나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때가 더 많았다. 그놈의 착한사람 콤플렉스는 타팀과 함께 할때 더욱 심해졌다. 다른 팀 앞에서도 자신은 착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위해 남들도 다 피하는 업무를 주저없이 맡아서 하겠다고 선언했고, 남들이 그러한 희생정신에 감사를 표하며 박수쳐줄때 아주 뿌듯해했다. 결국 자신이 물어온 그 업무는 자신이 직접하지 않고 실무자인 나에게 왔지만.


그럼 그녀는 과연 나를 속으로는 하대한것일까? 아니다. 어쩔 줄 몰라 끙끙대며 간식 한꾸러미를 사서 나에게 와서 추가로 자신이 물어온 일을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야근하는 나에게 기프티콘과 선물들을 보내며 끝까지 자신은 "착한사람"으로 보이게끔,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냈다. 어떤 날은 내가 도저히 이런 업무까지는 할 여유가 안된다며 내 우선순위에서 내리겠다고 얘기를 하자, 울상을 지으며 내게 사과하면서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실무진인 내가 우선순위에서 제할정도로 마이너한 업무를 매니저가 직접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 절대 내 마음이 편할수가 없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직접 그 업무를 해냈지만, 그로 인해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 그 한가지의 특징이 "직장"이라는 곳에서는 장점보단 단점으로 더 크게 작용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그를 직장이 아닌 다른 모임에서, 혹은 친구로서 만났다면 단점보다는 더 큰 장점으로만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중요하게 알고있어야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1. 누구나 눈에 띄는 특징이 1개 있을 것이다.

2. 그 특징은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동시에 존재하며 작용할 수 있다.

3. 그 특징은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장점이 더욱 부각될수도,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


이 것이 나한테는 아주 별로였던 상사가 다른 사람에겐 최고의 상사일 수도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사실 내가 6년동안 만나본 최고와 최악의 상사들의 특징은 모두 한명 당 1개이다. 그 1개의 특징이 최고로도 작용할 수 있고 최악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간략히 내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세명의 상사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자한다. 이걸 읽으며 나는 어떤 특징을 나만의 장점으로 키울 수 있을지, 그 특징이 단점으로써 작용할때에는 과연 내 팀원들이 감당할만한 단점일지, 잘 고민해보길 바란다.


상사 A : 인간은 공포로 다스려야 한다.

이 상사는 내가 위에서 예시로 든 상사와 아주 반대되는 성향의 상사이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와는 별개로 차갑고 날카로운 어조를 사용하며, 칭찬에 인색하고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팀 내의 긴장감을 항상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게끔 하며, 굉장히 수직적인 문화를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은 늘상 군기가 바짝 들어있고 일상 스트레스 레벨이 높으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그 상사를 욕하며 퇴사한다. 나는 의외로 이 상사의 날선 차가움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런쪽으로 조금 무딘 성격을 가져서 그런것 같다. 스트레스를 아예 안받았다고할 순 없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는 정도였고, 그 상사의 독한 말들은 보통 감정적인 것들이 아닌 업무적인 불만이라, 그걸 해결하면 뒤끝없이 삭 사라졌다.


반면에 나는 이런 특징이 가져온 장점들이 훨씬 크게 작용했다. 그는 우리 팀에게만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타 팀에게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거의 쌈닭으로 소문이 나있는 사람이었기에 타팀들과 함께 업무 분담을 하거나 서로의 득실을 따져야하는 상황에서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상사는 남들이 있는 그대로 말하기 불편해하는 팩트들을 거리낌없이 쏘아댔고, 상대방은 늘 그 논리에 무너지곤 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주 또렷했기에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할때에도 꼭 중요한 것들 위주로 명확한 가이드를 주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라서 컨펌을 못해주고, 여러가지 안들을 만들어오길 강요했던 이전 상사와는 완벽히 대비되는 장점이었다. 처음부터 명확한 가이드를 줬기에 컨펌은 쉽게 이루어졌고, 업무 효율성 또한 올라갔다.


나의 한줄평: 내편이라 다행인 미친X이지만 내부균열 생기면 최악.


상사 B: 삐빅. 효율성 삐빅. 로봇.

이 상사는 요즘 흔히 말하는 쌉"T" 인간이다. 이 예시야말로 누군가에겐 최고의 상사가 동시에 누군가에겐 최악의 상사가 될 수있다는 예시의 표본이다. 나는 정말 잘맞았다. 그는 효율성 가장 크게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할때에도 최대한 큰 그림을 그려가며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 후 체계적으로 업무를 조절해서 분배했다. 그런 업무 방식은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와는 아주 잘 맞았고, 그가 나의 업무스콥을 존중해주는 느낌도 덩달아 받았다 (그는 자주 자신의 업무지시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나의 의견을 물었고 반영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팀 동료에겐 그는 최악의 상사였다. 그 팀원은 새로 이 조직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해나가고 있는 단계였는데, 그 과정에서 겪고있는 어려움들을 터놓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업무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부담감이나 혼란에 대해서도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동료는 그 상사와의 면담시간에 자신에게 "요즘 어려운건 없냐"는 질문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아... 그럼 이걸 이렇게 개선하면 될까요?"라는 상당히 T 스러운 답변이었다고 한다. 동료는 그 말에 자신의 감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자신의 어려움도 함께 공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실망을 하였다고 한다. 마치 로봇처럼 해당 내용을 감정없이 정보의 조각으로만 입력하고, 그저 해결책을 추출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열심히 하고자하는 동기가 사라지고 위축되었다고 했다. 아마 그 상사는 직원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일을 해주는 기계로 생각하는 인식이 아주 깊은 곳에 몰래 자리했을것이다.


상사 C: 나는 내말을 이해 못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이 사람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사인데, 그래서 그런지 놀랍게도 장점은 없다. (물론 있을건데, 지금 너무 내가 그 상황속에 있어서 그런지 내 눈엔 안보인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미세한 장점으로 작용한게 보일지도?)


이 사람의 특징이 뭔지 사실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특징이 어떻게 단점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특징이 어떤것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이 상사는 업무 지시를 할때 말을 아주 빙빙 돌리곤한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자신조차 자신이 무슨 생각인지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았다. 상반되는 이야기 두개를 모순적으로 빙빙 돌려가며 하는데, 그 대화는 아래와 같다.


C: OO 주제에 대해 찾아보고 준비되면 미팅 잡아서 나한테 발표해줘.

직원: 웅! (열심히 자료를 만든다)

C: 왜 이렇게 오래걸려? 당장 내일 미팅하면 안돼?

직원: 자료 준비가 이틀정도는 걸릴 것 같아. 내용이 어렵고 많은 주제잖아.

C: 나는 자료를 준비하라고 한 적 없어~ 왜 자료를 만들고 있는거야? 캐주얼하게 얘기하자고 그냥~

직원: 아 내가 이해를 잘못했나보네 그럼! 알겠어, 자료 따로 만들지는 않고 찾은 내용들만 갖고 미팅잡을게!

C: 그렇다고 아무 자료도 없이 미팅에 들어오려고?

직원: 자료 만들지 말라며! 자료 간단히라도 만들어올까?

C: 나는 자료 만들라고 한적이 없어~ 왜 그렇게 일을 어렵게 해~?


이런 느낌의 대화가 돌고돈다. 도대체 뭘 원하는건지 알수가 없지 않는가? 이런 대화가 일상이 된 요즘, 드디어 그 상사의 속마음을 알게되었다. 바로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가 알아서 다!!!! 최대한!!!!으로 밤을 새서라도 해와!!! 내가 말해서가 아니라, 바로 너의 의지로 말이야!" 심보이다. 즉, 그 상사가 위 대화에서 원했던 것은 자신은 캐주얼한 미팅이라고 얘기했더라도, 바로 다음날까지 밤을 새서라도 완벽한 자료를 스스로 자처해서 만들어오는 것. 그걸 왜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는지를 고민해보면, 자기가 생각해도 무리한 요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빙빙 돌려서 말하면, 알아서 그 이상의 것들을 해오는 것,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


이 단점에서 보이는 그 사람의 특징은 어쩌면 "권위적"이라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그 특징에서 오는 장점은 무엇일까? 일종의 권위성을 가진 자만 줄 수 있는 명확한 보상같은 것일까? 아직은 그 장점을 파악하긴 이른 것 같다. 나또한 이 상사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합을 맞추며 그 사람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할 때를 찾아봐야겠다.


이런 사람에 대한 입체적인 관점은 그 누구도 너~무 좋거나 너~무 싫지 않게끔 조절해주는 것 같다. 상사 뿐만 아니라 친구나 연인관계에서도 그 사람의 매력으로 작용한 커다란 특징이 어쩌면 그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단점으로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형성할때 미리 그 사람의 특징을 보면서 이 양면성을 인지하고, 그로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에 조금 더 너그럽고 여유있게 대할 수 있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및 저작권은 MBC 무한도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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