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포토부스로 장르변경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난다. 상가를 계약하고, 실측을 세번가고, 벽지, 카페트, 가벽공사, 자판기까지 확정을 했다.
굿즈들을 고르고, 조화장미를 사고, 포장재와 스티커를 샘플링했다.
이제 2주 후면 CHEEK 포토부스가 세상에 나오겠지.
처음 이 브랜드를 구상할때가 생각난다.
어쩌면 CHEEK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23년 겨울, 독립하기도 전에 사당역의 페니힐즈라는 카페의 2층에 앉아 내가 열고싶은 카페의 컨셉을 고민하던게 생각난다.
차갑고, 화려해서 두렵지만 그 무관심이 주는 묘한 끌림과 자유로움, 그걸 그렸다.
당시에도 붉은 장미가 가장 상징적이라고 느꼈기에, Bloody Rose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 이후 크리스마스 쯤엔 Bloody Rose를 더 머릿속에서 구체화 시키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강남역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고있었는데, 우연히 누군가가 어떤 날을 기념하여 사람들에게 사무실에서 무료로 붉은 장미 한송이씩 나누어주었다.
퇴근길에 받은 이 장미 한송이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한동안 고민했다. 이 장미를 활용해서 사진들을 찍어 나만의 무드보드를 만들고 싶었다.
연남동쪽의 소품샵에서 촬영 소품들인 장갑과 리본, 향초, 스티커, 패브릭 등을 사고 촬영할 생각에 들떴었다.
본가의 작은 내 방 한켠에 손바닥만한 미니 조명과 먼지쌓여있던 디카를 활용해서 사진들을 찍었다.
풀어헤친 긴 검은 생머리와 시스루 블랙 드레스, 스모키메이크업과 레드립스틱까지, 내가 당시에 떠올렸던 Bloody Rose는 꽤나 퇴폐적이고 농도가 짙은 검붉은색이었다.
근데 찍은 결과물을 보니 너무 seductive한 느낌이 강했다. 내가 원한건 자유로움과 당당함이지 섹슈얼이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더 발레코어 느낌을 얹어줄 수 있는 체구도 작고 칼단발이었던 소현이를 집으로 초대해 촬영했다.
더 자유로운 느낌을 살려서 연한 메이크업 대신 블랙 끈나시와 커다란 리본, 털장갑, 볼에 붙힌 스티커로 키치하면서 톤다운된 느낌으로 촬영했다.
원하는 무드가 나오고, 이후에 잊었다.
이 무드가 당시에 내가 준비하던 카페의 컨셉과는 거리가 멀다는걸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Bloody Rose는 패션, 뷰티 쪽과 더 어울리는 컨셉이라 느꼈기에, 카페를 위해선 다른 무드들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처음으로 독립을 하고 적응하며 일년을 보냈다. 일년간 쓰던 소설도 완필하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기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렀다. 그러다가 2024년 여름쯤 카페를 위한 3가지의 컨셉을 구상했는데, 대자연을 형상화한 EEZ, 편안한 대화의 장이 되어주는 Square, 그리고 Bloody Rose의 농도를 조금은 덜어내어 긱시크가 많이 가미된 CHEEK였다.
그렇게 세가지의 컨셉으로 한참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 중 가장 반응이 직관적으로 좋았던게 CHEEK였다. 난 CHEEK로 카페를 준비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이후에 너무 큰 막막함에 사로잡혀 슬럼프에 빠졌었다. 어느날 갑자기 케빈과 저녁을 먹던 중 CHEEK로 카페를 먼저 하는게 너무 막막하다면 더 작은 사업을 연습삼아 해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그 순간 케빈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포토부스였다.
왜 그가 포토부스를 딱 찍어 예시로 들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 그 가벼운 예시가 왜 내 마음속에 쿡 박혔는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원래 예정되어있던 것 처럼 나는 포토부스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4년의 10월부터 나는 경쟁사 조사를 시작하고, 사업계획서를 쓰고, 포토키오스크 회사들을 찾아가고, 많은 일들을 벌여놓았다. 2025년 9월 오픈이라는 목표를 회사 출장일정때문에 갑자기 5월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부동산 상가 계약이 미뤄져 다시 7월로 미룰까도 고민하였지만, 어찌저찌 계약을 하고 이제 곧, 6/1일에 오픈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내가 갑작스럽게 막 일을 성급하게 진행시킨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난 2023년부터, 아니면 더 오래전 2022년에 처음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케빈에게 선언한 그때부터 나의 첫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힘들었고,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거다.
하지만 재밌고, 신기하고, 새롭고, 기대된다. 나는 성장한다. 더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와 가까워진다.
어느 순간 다 때려치고 싶을 순간이 오겠지. 괜한 일을 벌였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원하는걸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시도도 못해본것보단 뭐가됐든 더 나은건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