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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31. 2020

행복은 연습이 필요해

최근에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만화를 봤습니다.


어려서 힘든 가정상황을 견뎌내고 성장한 회사원이, 지금은 물질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풍요로운 상태인데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만화 링크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it&no=16067 입니다. 


만화를 보고 글을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한 사람의 편린만 보고 마치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꼴불견입니다. 


그렇지만 만화를 보고, 그 만화의 주인공에 대한 느낌을 글로 쓰는 것은 제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일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실화라고 했지만, 뭐 모를 일이니까요. 저는 가상의 인물로 인식하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만화의 주인공인 회사원은 어려서 가난하고, 폭력적인 아버지,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자식에게 푸는 어머니를 둔 사람입니다.


저라면 엄청 화가 나고 분노에 찰 것 같아요. 여러분은 안 그런가요?


그런데 회사원은 엄청나게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만화 전반에 감정이란 것과 거리를 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표적으로, 만화에서 주인공의 표정을 보면 대부분 표정이랄 것이 없거나, 당황하는 정도뿐입니다.


또한 아내가 '화'가 없음을 강조하죠.


이건 대비되는 회사원에게는 화가 있다는 표현인데, 그 화가 만화의 다른 곳에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이런 현상을 '고립'이라고 부릅니다.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이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죠.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어려서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 회사원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게 만들었겠지요. 


거기에 자신의 힘든 상황을 독서로 풀어내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건 '지식화'라고 고립 중 하나입니다.) 회사원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쉽게 고립을 배우고 사용하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회사원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감정의 고립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감정의 격류가 이 회사원을 시시때때로 삼킵니다. 


회사원은 아내의 잔잔한 호수 같은 감정을 동경합니다. 


감정을 떼어냈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고립은 감정을 잠시나마 안 느끼게 할 수 있을지언정, 그건 완전한 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인간에게서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지)


고립은 비유해보자면, 마음에 댐을 쌓아서 그 너머에 감정을 지금 당장 안 보이게 숨겨두는 것입니다. 


그 댐이 가득 차서 넘치거나, 스트레스 사건으로 댐에 구멍이 나면 그동안 쌓인 감정이 쓰나미가 되는 것이지요. 


이러면 평소에 느껴지지 않으려 했던, 너무 싫어서 댐 너머에 던져두었던 불행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결국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시도가 더 강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버립니다. 




고립의 단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행복'은 뭔가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것도 감정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정을 고립시키고 있는데, 그중에서 행복한 감정만 쏙쏙 골라서 느낄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진지)


행복한 감정을 느끼려다 보면, 어느새 불쾌한 감정도 같이 느낄까 무서워집니다. 


결국,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니 실제로 행복해도, 행복을 느낄 수 없습니다. 


불행하지 않기 위한 회사원 필사의 노력은, 그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 이 회사원은 행복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감정을 느끼는 것도 처리하는 것도 두렵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 무서울 수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뚫고 결론적으로 성공한 후에도 이건 쉽게 바뀌지 않지요. 


맛있는 회를 먹고, 좋은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감정으로 연결시키지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회를 분석하고, 술을 연구할지언정 그 맛과 느낌을 행복으로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이 행복이 아니라 그저 기호와 취향이 됩니다.




반대로 아내를 봐 봅시다. 


아내는 잔잔한 호수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여기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아내와 비슷한 배경과 모습은 저도 많이 봐서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만화에서 예로 든 연예인 이상순을 봐도 알 수 있지요.

(이효리/이상순 커플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한 번 써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들은 감정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화가 날만한 일도 웃어서 넘겨버리지요. 


위트가 있어보입니다. 자신을 크게 낮추지 않고도, 남을 높이면서 재밌게 말하지요. 


이들은 그때그때 감정을 느끼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댐에 감정을 쌓아두지 않지요. 


그래서 그들은 바로바로 행복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고, 분노를 느낍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불행하겠죠.


행복은 추억하고, 슬픔은 떠나보내지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불행과 슬픔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의 감정이, 차분히 흐르는 강이라고 표현합니다. 


강은 흐르다가 막힙니다. 불행과 마주쳤을 때, 잠시 멈춰 옆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행복을 찾아 다시 흘러가지요. 


막혔을 때 그 슬픔을 분명히 느끼기에, 흐를 때 기쁨도 느낍니다. 


스트레스 사건이 강하게 오면 이들도 막혀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댐 안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서요.


그러니 강인해 보이지요. (물론 강물이 넘칠 정도의 엄청난 스트레스면 이들도 무너집니다.)




회사원의 불행하지 않기 위한 감정의 고립은, 회사원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회사원이 감정을 잘 고립시키고 있을 때 세상은 회색이고, 별다를 것 없습니다. 


감정의 고립에 실패하면, 불행의 쓰나미가 덮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불행합니다. 


행복은 그때 그때 느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지요.


아내와 다르게 회사원은 불행을 받아들이지 않기에,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원은 행복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려서 하지 못했던 그 연습을 지금이라도 한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만화의 주인공인 회사원과, 이런 상태의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대의 과거에 있었던 불행은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대는 행복할 수 있다. 


마치 과거가 불행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행복해지지 못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말아 달라. 


당신의 그 모습은 병이 아니다. (물론 우울증의 가능성이 0은 아니지만, 표현된 모습만 보면)


박혀버려 바꿀 수 없는 성격도 아니다.


그대의 불행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연습'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도움을 받으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


아마 아내분이 당신에게 그 연습을 시켜줄 것이다.


조금 부족하다 느끼면, 언제든지 도울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알아달라.


나는 당신이 행복해지면 좋겠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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