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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31. 2020

핵심 대인관계로 나아가기

오늘은 핵심 대인관계로 나아가기... 라기보다는 나아가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대인관계는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저는 아래 3개로 구별합니다. 


기초 대인관계 - 직장 동료, 급우 정도


중요 대인관계 - 친하다!라고 할 수 있는 정도


핵심 대인관계 - 로또당첨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




이렇게 분류하는 기준은 뭘까요?


그냥 단순하게 관계의 '깊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그 깊이는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상대에 대한 '경험에 의해 축적된 신뢰,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믿음만이 기초 -> 중요 -> 핵심 대인관계로 올라갈수록 일관되게 높아지는 요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을 말로 풀어 설명해보면...


'네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순간적으로 나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그것은 나에게서 더 큰 해를 방지하거나,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라는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자 그럼 이 믿음, 신뢰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이 될까요?




먼저 대인관계라는 것이 어떤 주기를 가지는지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1타 강사처럼 슬라이드를 넘김)

제가 대인관계의 흐름을 설명할 때 애용하는 도표입니다. 


저 도표에는 Courtship = 구애처럼 주로 연인관계에 대한 용어가 쓰여있는데, 모든 관계에 적용 가능합니다.


기초 대인관계든, 중요 대인관계든, 핵심 대인관계든 상관없이 모든 대인관계는 이 도표를 따라갑니다.


1. 상호작용 증진 단계


대인관계는 어떤 계기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상호작용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옆자리에 앉게 된다거나, 동아리를 같이 하게 된다거나 하는 등의 계기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 대인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암묵적 동의가 발생하면 상호작용이 증가하기 시작하죠? 그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2. 상호작용 절정 단계


상호작용이 양적/질적으로 점점 증가하다가 최고치에 이릅니다. 


이 최고치에 이르는 속도, 최고치의 높이는 그 대인관계마다 다릅니다. 


연인이라면 가장 좋을 때이고, 친구라면 이때 엄청나게 많은 상호작용을 나누면서 추억을 쌓지요. 



3. 상호작용 감소 단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호작용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이전에 있던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사를 간다던가, 진학하면서 학교가 갈린다던가, 시험기간이 된다거나, 큰 프로젝트가 떨어지거나 등등이죠.


우리는 대인관계를 제외하고도 해내야 하는 다양한 과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대인관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겠지요. 싸울 수도 있고요. 자연재해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관계는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4. 상호작용 소실 및 관계 유지 결정 단계


상호작용이 감소하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0인 상태가 발생하여 유지되다가, 선택의 시기에 놓이게 됩니다. 


싸우고 냉전상태일수도 있고,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서 상호작용이 소실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상호작이 0인 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첫 번째는 관계를 파탄시키는 것입니다. 그림에는 빨간색 선으로 나오지요. 대인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싸우고 헤어지는 연인이 대표적이겠지요. 


두 번째는 상호작용이 0인 상태로 계속 두는 것입니다. 그림에서는 노란색 선입니다. 이건 그냥 놔두는 것입니다. 이사 간 친구와 그냥 연락 없이 그대로 지내는 것이지요. 첫 번째와 다른 것은 이건 다시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세 번째를 선택하기 위한 기초이지요.


세 번째는 상호작용을 다시 시작하여 이 1.~4. 의 사이클을 다시 돌리는 것입니다. 녹색선으로 표현되어 있지요. 계기를 마련하거나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다시 상호작용을 늘려나가게 됩니다. 




자, 여기까지를 한 대인관계 주기라고 합니다.


우리는 기초/중요/핵심 대인관계 모두에서 이 주기를 반복합니다. 


각 단계의 높이와 길이가 다를 뿐, 공통적으로 이렇게 흘러갑니다.




대인관계에서 믿음과 신뢰가 쌓이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빙 돌아와 버렸네요.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서, 믿음과 신뢰는 그럼 어느 단계에서 생길까요?!


바로 이 대인관계 주기를 '반복한 횟수'에서 발생합니다. 




대인관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둘이 하는 것이겠죠?


그럼 이 상호작용 소실은 어쨌든 둘 사이에서 어떤 갈등으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이 위기상황을 누가 희생을 하던, 합의를 하던 여하튼 둘의 어떠한 노력으로 극복해 나온다면?


신뢰가 형성되겠지요. 


그런데 여러차례 위기상황을 한 가지 방법만으로, 그러니까 누군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결국 둘 사이에 일방적이지 않은, 동등한 관계를 형성했어야지만 이겨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이 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것은, 둘 사이에는 '건강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관계의 건강함이 쌓이고 쌓이면, '경험에서 의해 축적된 신뢰'가 일정 수준을 돌파하고 핵심 대인관계가 되는 것이죠.




그럼 이게 왜 어렵냐?


이 건강함을 쌓아나가는 주기의 반복이, 정말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1~2년?


그리고 이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사실 대인관계를 만드는 것은, 그리고 적당히 친해지는 것까지는 엄청나게 쉬운 것입니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하면요.




가끔 보면 엄청 빨리 친해지고, 서로가 엄청나게 신뢰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와... 저 사람은 대인관계 기술이 엄청나네, 핵심 대인관계를 저렇게 빠르고 쉽게 만들다니."


라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경우지요.


이건 단지 여러가지 요소를 동원해 대인관계 주기 중 2. 상호작용 절정 단계에서 상호작용의 양을 빠르게 높이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렇게 만드는 인간은 보통 에너지를 대인관계 '한 주기'에 쏟아붓기 때문에, '반복'이 불가능합니다. 


관계가 줄어들고, 관계가 0이 되는 순간 그 동안 쏟아부은 에너지에 대한 보상을 원하기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면서 관계가 파탄에 이릅니다. (연인들이 첫 싸움을 못 넘기는 이유, 관계에 집착이 심한 경우 등)


아니면 관계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다른 이유가(사기를 치기 위한 접근이거나 정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등)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유가 없어지면 관계가 순식간에 사라지지요. 


이건 핵심 대인관계의 모습이 아니라, 기초 대인관계 중에서 아주 특수한 어떤 하나의 경우입니다.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대인관계 조종 능력이 높은 것일 뿐입니다. (어감이 다르죠?)




아주 거칠고 극단적인 예를 들어 봅시다. 원나잇입니다.


성욕 끓어올라 클럽으로 원나잇을 목적으로 온 남자. 별다른 생각 없이 친구랑 놀러온 여자.


남자는 여러가지 요소를 동원해서 여자에게 접근하여 급격하게 상호작용을 늘려나갑니다.


그러기 위해 외모관리부터 시작해서 클럽 분위기 선택, 여성에게 적정량 술을 마시게 만들어 경계심을 허물고, 자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성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대한 대화를 준비하고, 자신만의 제스처나 표정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등... 다양한 대인관계 조종 능력을 동원하여 여자를 '트랜스'상태로 만듭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관계가 만들어져서 성이라는 인간의 아주 내밀하고 방대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졌죠. 


어떻게 생각하면 대인관계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순식간에 아주 높은 단계의 대인관계를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둘 사이에 이런 관계가 다시 반복되지는 않겠죠?


다른 예로는 사기꾼이 대상에게 빠르게 접근해서 쉽게 친해지는 것,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안정시켜줄 대상에 집착하는 것, 인싸라는 아이들이 거리감 없이 쉽게 쉽게 다가가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대부분 첫번째 상호작용 감소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관계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다른 인간을 믿지 않습니다.


쉽게 믿는 사람도 이상한 사람이지만, 쉽게 믿게 만드는 사람은 더더더 이상한 사람입니다. 




자... 그럼 이제 핵심 대인관계와 그렇게 보이지만 아닌 관계까지 구별했으니, 그럼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이 핵심 대인관계로 나아가는 방향을 잡을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글이 엄청 길어지네요.



먼저 제일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 갈등 상황에서 견디는 능력입니다. 


갈등이 발생하고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사실 가장 편한 것은 그 관계를 소실시키고 다른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계가 더 재밌고, 에너지도 더 적게 소모됩니다. 


갈등을 풀려면 결국 나도 뭔가를 양보해야 하고, 자존심도 좀 굽혀야 합니다. 


이게 모두 감정적 에너지를 격렬하게 소비합니다. 이걸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아주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아이들이 핵심 대인관계로 남게 됩니다. 


가족은 환경적으로 어떻게든 관계를 다시 만들게 되니까 신뢰가 점점 쌓이게 되고요. 


소위 불알친구들은 잘 모르고 어릴 때 관계를 만들고 갈등을 반복하면서 견디니까 신뢰가 많이 쌓여있지요.


결혼도 사실 강제로 붙어있게 만들어서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든 다시 관계를 만들어내도록 유지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갈등 상황 견디는 능력을 사회적 제도로 강제력을 부여하여 보조하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나의 일정 부분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입니다. 


이건 경제적, 신체적, 감정적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특히 감정 영역이 중요합니다만, 다른 것도 어느 정도는 있을수록 좋지요. 


대인관계 갈등 시기에, 나의 것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여유가 없으면 내어줄 것이 없지요. 그럼 예민해지고 민감해집니다. 그럼 관계가 파탄 나죠.


거기에 더하여 인간은 여유가 있는 부분에서만 공유를 합니다. 


여유 자금이 있어야 친구들과 계를 할 수 있겠지요. 


감정적 영역은 이런 여유와 공유의 정도를 측정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예를 들면, 상대와 만나서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집에 오니 뭔가 공허하고 관계가 비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 상대나 나 둘 중 한 명이 감정적 여유가 없어서 공유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톡으로, 전화로 계속 연락을 하는 등 상호작용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질이 중요한 대목이지요.



마지막으로, 적절한 상대를 고르는 안목입니다. 여기에는 나를 돌아보는 안목도 포함됩니다.


결국 대인관계는 둘이 하는 것이라서, 나 혼자서는 되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경험이 제일 중요합니다만... 약간의 가이드를 드린다면,


관계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극복하기 위해 나만 희생한다? - Warning!


관계를 유지하는데 나의 자존감이 깎여나가야 한다? - Warning! Warning!


공유하고 있는 영역이 없다고 느껴진다 - 이건 상대의 상태를 살펴봐야 하므로 작은 경고


물론 본인도 돌아봐야 합니다. 


상대의 희생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자존심을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며 만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내어주지 않으면서 상대가 내어주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어휴,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번 글에서는 핵심 대인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어려운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핵심 대인관계를 원하고 많이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술 같은, 엄청나게 빠르게 호감을 사고 거리감 없이 대하는 모습을 동경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대인관계는, 그리고 추후에 진정 핵심 대인관계라고 할 정도로 믿을 수 있는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의 성실함과 인내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변화에 적응하며 듬직한 산처럼 버티는 능력이 시간은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핵심 대인관계를 하나하나 늘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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