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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나무 Oct 28. 2020

뒷담화가 짜릿해!

오늘은 신청을 받은 내용을 풀어보겠습니다.


뒷담화가 왜 짜릿한지, 우리는 왜 멈출 수 없는지!!


폐쇄병동에 모이는 환자분들은 늘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 뒷담화를 하면서 친해지십니다. 

(잠깐 여담인데, 앞으로 폐쇄병동은 보호병동으로 쓸게요. 학회에서 언어 순화 작업 독려를 해서 ㅎㅎ)


뒷담화는 대인관계에 아주 깊숙하게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는 그 속성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이지요.


오늘은 의사나 학자가 아니라, 경험에서 느끼는 뒷담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뒷담화와 험담을 구별해야 합니다. 


뒷담화는 사전에 따라 정의가 다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를 해보면, 


1. (대상이 되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는 의미의) 뒤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 행위


만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 어떻게 보면, 뒤에서 칭찬을 하는 것도 뒷담화라고 할 수 있겠죠. 


그와 비슷하지만, 


2. 뒤에서 서로 말을 주고 받는 행위 + 남을 헐뜯거나 흉보는 행위


로 해서, 험담의 개념이 뒷담화에 포함되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험담은 뒷담화보다 훨씬 짜릿한 것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인간의 추악한 감정들이 좀 깔려있어서...


다음에 인간 심리의 추악함을 다루는 부분에서 하기로 하고요. 


이번 글에서는 험담의 부분은 좀 줄이고, 가능한 1번 의미의 뒷담화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자 먼저 뒷담화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볼까요?


1. 뒷담화를 말하는 사람


2. 뒷담화를 듣는 사람


3.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됩니다. 뭐 집단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너무 이야기가 번잡해지니 사람으로 합시다.


그럼 여기서 1. 과 2. 사이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오가나요?


4. '뒷담화 대상이 없는 곳에서' '뒷담화 대상의 정보'를 나누는 작용이 발생합니다.


이제 이걸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뒷담화라는 것의 속성을 세밀하게 알 수 있겠군요. 




순서대로 하면 좋겠지만, 먼저 '4. 뒷담화 대상의 정보'를 먼저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뒷담화는 언제부터 유행했을까요?!


그건 인간이 말이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부터입니다. 


사실, 언어가 뒷담화를 하려고 생겼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사회 구성원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다는 정보는 생존을 위해서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원시사회를 한 번 생각 해봅시다. 


제일 힘이 센 족장이, 나이가 들면서 화가 나면 자기한테 말하려고 오는 사람을 패는 습관이 생겼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족장보다 힘이 약한 사람은 족장의 기분을 살펴야 하겠죠. 


'야 오늘 족장 괜찮다. 말 걸어봐.' '오늘 족장님 기분 최악. 말 걸면 바로 죽음.'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교환하겠죠.


보호병동에서도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보호병동에 환자로 입원을 하면 주치의의 권한이 엄청 막강해 보입니다. 


내 생사여탈권이 주어진 느낌을 받게 되죠.


그러면 주치의에 대한 다른 환자들의 평가를 수집하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인간은 알게모르게 살아가는데 정보가, 특히 자신과 연관된 사람의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본능적으로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싶어 하죠. 이 욕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합니다. 


평소에 다른 일로 바쁘더라도, 이걸 확보할 기회가 생기면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뒷담화는 들으면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생존본능이 채워지는 순간은 너무나 짜릿합니다. 


이런 이유로, '2. 뒷담화를 듣는 사람'은 뒷담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지요.


'4. 뒷담화 대상의 정보'라는 것은 '2. 뒷담화를 듣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그럼 '1. 뒷담화를 말하는 사람'은 왜 뒷담화를 할까요?


모든 것은 Give & take 입니다. 


위에서 본 것 처럼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상대에게 뭔가 안 것 같고, 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좋은 기분을 줍니다.


이런 뒷담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이런 이득과 좋은 기분을 줘서 나도 이득을 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합리적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상대가 느끼는 이득은 매우 큽니다. 저비용 고효율입니다. 


그럼 상대에게 큰 것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따라서 '1. 뒷담화를 말하는 사람'은 뒷담화를 함으로써 사회적 유대, 상대의 환심, 자기가 정보를 제공했다는 뿌듯함 등등 긍정적인 요소들을 얻게 됩니다. 


'1. 뒷담화를 말하는 사람'도 뒷담화를 멈출 이유가 없지요. 




그런데 '3. 뒷담화의 대상이 된 사람'은 아무 이득을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손해를 보지요. 


내 정보가 밝혀진다는 것은,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가령 울어버리는 상대에게는 혼을 잘 못내는 상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럼 뒷담화로 이런 정보가 아래 사원들에게는 돌겠지요. 


그리고 부하 직원 하나가 엄청나게 큰 실수를 했습니다. 상사에게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요. 


부하 직원이 그 실수를 보고하면서 엉엉 울어버립니다. 잘못했다고. 


그렇게 혼도 덜 나고 해피앤딩...이 아니죠. 


만약 이 뒷담화를 통해서 부하직원이 이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이용했다는 사실을 상사가 들었다고 해봅시다. 


사실 이건 뒷담화가 험담도 아니고, 결과가 나쁘기만 했던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상사는 기분이 나쁘겠죠. 왜? 나의 공개돼버린 정보로 인해 이용당했으니까.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피해를 본 것에 대해 화도 제대로 못 내는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대인관계라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뭐가 중요한 정보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뒷담화를 당하는 상대는 그 어떤 뒷담화여도 기분이 나쁩니다. 


심지어 칭찬도 뒤에서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안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1.과 2. 는 3. 이 없는 곳에서 4. 를 나눔으로써 이득을 쌓아나갑니다. 


3. 은 그 사실도 모르지요.


뒷담화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이지요. 


게다가, 사람이란 모이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임에 있는 사람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면 결국 불편한 부분을 건드리게 돼요. 


서로 눈치를 봅니다. 


편한 주제는 거기 없는 사람이 되버리죠. 3. 이 선택당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보통 자신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순서로 선택됩니다. 


보통 순서가 최근 이슈가 되어서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다음은 자신의 생사여탈권이 주어졌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상사나 윗사람.


그리고는 자기에게 손해를 끼치는 비슷한 사람이나 아랫사람. 


그래서 뒷담화의 대상이 연예인과 직장상사, 선생님 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대상이 선택되면, 자연스럽게 뒷담화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그 뒷담화는....


재밌어. 


최고야.




그런데 많은 격언과, 인생을 통찰해 본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면 이득인데 왜 그럴까요? 3. 은 어차피 모르는데?


그건 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물거품 같은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심리라는 것은 늘 당장 편하고, 당장 즐거운 것을 추구합니다. 


이걸 보통 단기적인 이득을 얻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장기적인 이득을 취하겠다면, 이 즉각적으로 발동하는 심리를 이성으로 조절해야 하지요.


험담으로 얻는 이득은 거의 대부분 단기적인 이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장기적인 이득이 인생 전체에 걸쳐서 필요하지요. 


단기적인 이득에 맛들려서 이것에 취하면, 그것만 탐합니다. 중독이죠.


술도 담배도 단기 이득이 분명하지만, 장기 이득이 없고 폐해가 심하니 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뒷담화도 적당히 해야지요. 조금 더 타이트하게는 안 하는 것이 좋고요. 




특히 현대사회에 이르러 통신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뒷담화는 뒷담화로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세 귀족 시대에는 왕이 절대 모르게 뒷담화를 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현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3. 뒷담화의 대상'이 알게 되어 있어요. 


관심이 몰리면, 그 내용을 전 국민이 아는데 2시간도 안 걸리는 시대입니다.


예전보다 더더욱 조심하여야 합니다. 


특히 카톡방에서 뒷담화하지 마세요. 


누군가 캡처해서 돌립니다. 


혹 자제분들이 있는 분이라면, 이거 강조해서 알려주세요. 


요새 Cyber bullying이라고 하는데, 별생각 없이 카톡으로 뒷담화하다가 그게 친구들에게 돌려져 가지고 바로 따돌림으로 이어지면서 카톡으로 괴롭힘 당하는 것이 무슨 공식이더라고요.




뒷담화의 짜릿함!


제 이론이 조금은 설득력 있는 썰이었나요? ㅎㅎ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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