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 ‘broken leg’ 구역을 지나다

파라스 데 레이 - 아르수아

by 정한결

다음 목적지인 Arzúa(아르수아)까지 약 30km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었다.

이 날 길 위엔 유명한 카페가 있어서 카페에서 쉬는 시간까지 계산해 해가 뜨기 전, 6시 20분에 길을 나섰다.


걸은 지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오늘의 첫 목적지, The Essential Coffee Home.

이곳은 12/20 현재 기준, 구글 리뷰 1,029개에 별점 5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기대를 가득 안고 들어가 아침 식사를 주문했다.

털로 뒤덮인 귀여운 강아지는 덤!

아침 메뉴가 따로 정해진 건 아니고 원하는 조합을 말하면 사장님이 요리해 주시는 곳이었다.


각자 취향대로 오픈토스트, 스크램블에그, 베이컨 등을 주문했다.

여기 테이블마다 잼이 종류별로 가득해서 원하는 조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여기에 오랜만에 먹는 따듯한 오트라떼까지 곁들이니 이런 호사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곤 케이크를 먹어야 할 때였다.

HY, EJ, YH, 그리고 나 넷이 있던 우리 테이블은 5개 케이크 중 뭐를 먹을까 엄청나게 오랜 고민을 했다.

사장님에게까지 조언을 구하며 결국 고민 끝에 치즈케이크, 브라우니, 당근케이크를 골랐다.


맛있게 먹는 와중에 갑자기 사장님이 산티아고 케이크를 건네셨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엄청 감동하고 있는데 추가의 추가로 블루베리 머핀까지 가져다주셨다!

친절한 사장님은 고민 끝에 5개 중 3개를 고른 우리에게 공짜로 남은 케이크까지 맛보게 하셨다.


먹을 거와 정에 약한 한국인들은 당연히 무한으로 감동했다.

왜 이렇게 서비스를 많이 주시냐 물었더니 머나먼 한국에서 이곳까지 자기 가게를 찾아온 게 big thing이라며 본인들이 감사하다고 하셨다.


왜 이 가게가 별점 5점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까미노 위 이런 분위기의 예쁜 카페가 있다는 것만 해도 5점 감인데, 이 분위기에 이렇게 친절하고 따듯한 사장님의 조합이라니!


그 후 계산을 할 때 한국 순례자들이 건네고 간 편지와 손수건까지 보여주셨다.

순례길 위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라 사장님들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감사한 마음과 든든한 배를 안고 다시 길에 나섰다.


한동안 무난한 길이 이어진 후엔 갑자기 끝없는 오르막 내리막이 나오기 시작했다.

힘든 길을 걷고 있자니 아침에 가득 느꼈던 감사가 빠르게 휘발됐다.

평소 남들보다 체력이 좋고 걸음이 빠른 HY님마저 힘들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짧은 텀으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 내리막을 걸을 때 이미 다음 오르막이 보이는 구조였다.

길이 험하면 짧든가, 혹은 길이 길면 편한 길이든가 해야 하는데 이 길은 험하고 긴 길이었다.


막판엔 날씨까지 엉망이었다.

걷고 걷고 또 걸어 아르수아에 도착했다.


힘을 많이 쓴 하루의 저녁은 삼겹살로 정했다.

슈퍼에서 파는 리조또와 오전에 들렀던 카페의 오믈렛까지 곁들여 먹었다.


저녁에 정전이 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잠깐 부엌에 들린 알베르게 주인의 말에 의하면, 오늘 걸었던 구간이 현지인들 사이에선 ‘Broken Leg’로 불린다고 했다.

하루종일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말이었다.


이렇게 힘든 길인걸 알고 시작했다면 좀 수월했을까?

어찌 됐든 힘들고 지치는 까미노였지만 그 안의 사람에게는 또다시 감동받았다.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40km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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