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 안녕! 나의 까미노 친구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 네그레이라

by 정한결

산티아고 셋째 날은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함께하기로 한 날이었다.


첫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800km여를 걸으며 곳곳의 성당에 눈이 익숙해졌는지 화려한 내부를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이 성당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과 순례자,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까지 북새통이었다.


산티아고에 3일을 머물렀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한식당 ‘누마루’를 가기 위해서이다.

산티아고에 입성한 일요일과 월요일은 이 식당의 휴무일이었다.

셋째 날에야 이곳에서 순례길을 함께한 한국인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꾹꾹 눌러 담은 밥과 불맛까지 나는 두루치기, 한국식 양념치킨과 김치전까지.

오랜만에 먹는 한식은 우릴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까지 손님이 가득해서 음식이 천천히 나왔고, 오히려 그래서 감사했다.

마지막 감상들과 힘듦을 함께 나눌,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어서.

초-중반까지만 해도 피스테라-묵시아까지 갈까 대부분 고민했는데, 막상 산티아고에 도착해 보니 나와 YH님과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4월 초부터 동고동락한 사이인데 여기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의 까미노 완주를 축하하며 마지막으로 식당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고, 마지막인 사람들과는 허그까지 하고 헤어졌다.

다들 어디서든지 행복하길 바라!


이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념품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그러다 도시에서 우연히 Kim을 만났고, 더 돌아다니다가 숙소에 돌아가기 전 Kim이 저녁을 먹는다는 식당에 찾아가 굿바이 인사까지 했다.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나와 피레네 산맥을 함께 넘은 그녀.

함께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과 절뚝거리던 나에게 건네었던 물집밴드와 함께 묵었던 숙소와 그 밖의 모든 것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겠지만 항상 행복과 행운이 그녀에게 함께하길!


이후 코인세탁방에서 밀린 빨래를 하며 다시 여정을 떠나기 위한 채비를 했다.


다시 나만의 여정이 시작된 다음날.

숙소에서 늑장을 부리다 10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티아고에서 피스테라까지 89km, 피스테라에서 묵시아까지 28km.

도합 117km의 여정에 올랐다.


하루 종일 오솔길 같은 길을 걸었던 날이었다.

오전엔 적당히 구름이 낀, 좋은 날씨였지만 오후를 넘어가며 날이 흐리기 시작했다.

막판엔 비도 조금 왔으나 다행히 많이 맞진 않고 계획한 세시에 목적지 Negreira(네그레이라)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사과와 땅콩버터 조합, 라자냐 2인분까지 손쉽게 해치웠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과 같은 숙소였는데, 그분들은 이 와중에 삼겹살과 비빔면을 드시고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어딘가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떠난 길은 20.5km로 평탄했다.

이렇게 세상의 끝으로 향하는 나의 까미노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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