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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Sep 19. 2016

빈자와 부자의 파스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 혼자서 살다 보면 지갑 사정이 요동치기 마련이고, 지갑 사정이 요동치면 그에 따라서 밥상의 질도 흔들거리곤 한다. 하지만 넉넉할 때도, 빈곤할 때도 파스타는 밥상에 오르지 않은 적이 없다. 지갑이 얄팍할 때면 기름에 마늘이나 몇 쪽 볶아서 먹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고, 사정이 조금 넉넉하다 싶을 때는 새우며 소고기며 하는 것들을 집어넣어 호사스러운 기분을 낼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메뉴표에서 사라질 일이 없다.



그런 사정으로, 무엇을 가장 많이 해 먹느냐는 물음에 “단언컨대 파스타”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럴 때면 “잘해먹고 사네”라는 대답을 쉬이 듣는데, 가끔은 그런 말을 들은 날에도 부러 저녁 약속을 미루고 집에 돌아와 마늘 다진 기름에 밀가루 가닥이나 볶아먹고는 하는 것이다. 천원도 하지 않는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방안에 누워 ‘파스타를 해 먹고사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하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밀가루로 채운 배만 금세 헛헛해지고는 한다. 그 헛헛함은 허기라기보다는 너와 나 사이의 빈 공간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혼자먹기, 파스타


파스타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쓰이는 스파게티는 무난하고, 칼국수처럼 생긴 페투치니는 진한 소스와 잘 어울린다. 짧으면서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펜네 역시 진한 소스와 잘 어울리고, 스프링처럼 베베꼬인 푸실리는 진한 소스에 곁들이거나 차갑게 해서 샐러드에 먹기에 좋다. 나비넥타이 모양인 파르팔레 역시 그렇다.

비싼 파스타와 저렴한 파스타는 원료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비싼 파스타들은 표면이 거친데, 그 거친 표면으로 소스가 잘 배어들도록 한 공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맛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므로 여유가 된다면 돈을 투자해도 좋다.
TIP 하지만 또 그렇게 극적인 변화는 아니기 때문에 무리해서 비싼 파스타를 살 필요는 없다.

파스타를 삶을 때에는 생각보다 소금을 많이 넣어야 한다. 1인분의 파스타를 삶을 때에는 1 l 의 물에 소금을 10g 넣으면 된다. 바닷물 정도로 짠 물에 삶아야 면에 간이 베어 더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조금 많아보여도 과감하게 소금을 투하하자.

파스타를 삶을 때에 파스타 가운데에 심을 약간 살리는 ‘알덴테’로 삶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알덴테로 삶아지기 직전의 면. 심이 살아있는 것이 보인다. 라면을 꼬들꼬들하게 익혀먹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파스타 레시피 : 명란 파스타 



재료        

파스타 1 인분 (100 g)

올리브유 두 큰 술

마늘 네 톨

명란젓 1/2 개 ~ 1 개

페퍼론치노 3개




 레시피

마늘은 편을 썰고, 명란젓은 껍질에서 알만 긁어내서 준비한다.

냄비에 파스타를 삶을 물은 준비하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집어넣는다.

면을 집어넣은 후,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은 넣은 후 중불에서 천천히 온도를 올린다.

달구어진 팬에서 마늘을 볶다가 살짝 노르스름해지면 페퍼론치노를 넣고 볶는다.

마늘에 갈색이 돌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명란을 넣고 같이 볶는다.

명란이 하얗게 다 익어가면 파스타를 끓이던 면수를 한 국자 부어주고 중약불에서 계속 끓여준다.
TIP 파스타를 요리할 때에 면수를 꼭 활용하자. 면수에 있는 미량의 전분이 소스와 면이 어울리는 것을 도와준다.

면을 건져보아 적당히 익으면 (스파게티의 경우 10분 정도) 소스와 섞어준다.

자른 김과 함께 내면 맛이 좋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대,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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