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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Sep 20. 2016

대파, 밑천이 되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어머니가 꾸려놓으셨던 냉장고 살림을 떠올렸다. 냉장고에 마를 날이 없던 재료들. 그걸 먼저 사서 쟁여놓으면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몇 가지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중에 대파도 있었다. 굳이 음식에 들어간 파를 골라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자주 만나는 재료였다. 찌개에도, 매운탕에도, 그리고 가끔씩 먹는 육개장에도 들어있던 큼지막한 파 조각들이 생각났다. 굳이 조리를 하지 않더라도 곰탕에 고명으로도 올라가 있던 모습도 떠올랐다.


당장 시장에 가서 대파 한 단을 사왔지만, 사분의 일도 채 먹지 못했다. 남은 것들은 급기야 불쾌한 악취까지 풍겼다. 코를 틀어쥐고 대파 무더기를 음식물 쓰레기 통에 집어넣던 순간을 기억한다. 야심찼던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곧바로 대파 한 단을 다시 사왔다. 생으로 먹어 보고, 국물에 넣어 보고, 불에 볶아 보고, 기름에 졸여도 봤다. 파는 그렇게 내 요리 밑천이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대파를 어떻게 먹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찌개에 들어있는 파 쪼가리는 보았지만, 파가 무슨 맛을 내는지는 알지 못했고, 곰탕에 흩뿌려 얹으면서도 왜 고명으로 굳이 파를 얹어야 하는지 몰랐던 거다.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후, 곧바로 대파 한 단을 다시 사왔다. 그리고는 생으로 먹어도 보고, 국물에 넣어도 보고, 불에 볶아도 보았다. 파가 들어가면 국물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뜨거운 물 안에서는 어떻게 풀어지는지, 기름과 만났을 때는 어떻게 변하는지 따위의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대파 한 단을 사면 버리는 부분 없이 알뜰하게 떨어낼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생긴 첫 요리 밑천이다.




 혼자 먹기, 대파


파는 생으로 먹었을 때는 알싸하고 톡쏘는 맛이지만, 가열하게 되면 달달한 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파의 흰 부분은 육수를 만들 때 시원한 맛을 내기에 좋고, 초록 부분은 단맛이 있어 볶음에 사용하면 좋다.

이정도로 구분하여 잘라주면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질된 파보다 시장에서 흙이 묻은 채로 사오는 것이 경제적이다. 손질도 어렵지 않으므로 한 단씩 사는 편이 좋다. 손질된 파는 파를 통째로 구워먹거나, 채썬 파가 필요하거나, 파의 아삭한 식감이 필요할 때에만 조금씩 사오는 것이 좋다.

조금 썩어있고, 흙이 붙어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 썩은 대파보다는 통장잔고가 더 두려운 법이니까.


육수용으로 쓸 대파는 검지 손가락 길이로 썰어 놓고, 볶아서 향을 내는 데에 쓸 파는 2 mm 정도로 다져서 냉동보관하면 관리하기 편하다.

사진과 같이 얇게 저민다는 느낌으로 다지면 좋다. 썰어놓은 식재료들이 가끔 이뻐 보일 때도 있다.


뿌리는 흙을 잘 씻어 말려 얼려두면 육수낼 때에 요긴하다.


대파 레시피 : 달걀 볶음밥



재료             

밥 한 공기

달걀 두 알

다진 대파 두 큰술

참기름 반 작은 술




레시피             

달걀 한 알을 그릇에 풀어놓는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한 큰 술 정도) 두르고 센 불로 달궈준다.

기름이 뜨겁게 달궈지면 다진 대파를 넣고 볶는다. 중간에 소금을 한 꼬집 넣는다.

대파에 옅게 갈색이 돌기 시작하면 풀어놓은 달걀을 부어 볶아준다. 소금 약간과 후추로 간을 한다. 

달걀이 얼추 익으면 밥을 넣고 볶는다. 맛을 보아가며 소금 간을 한다.

간이 되고, 밥이 볶아졌으면 참기름을 넣고 한 번 잘 섞어주며 마무리를 한다.

팬에서 밥을 덜어내고, 달걀을 후라이해 얹어낸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대,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혼자서 만들고 먹은 음식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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