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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Sep 26. 2016

자취생의 친구, 달걀


달걀’하면 왠지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생각 난다. “엄마, 엄마, 사랑 아저씨두 나처럼 삶은 달걀을 제일 좋아한대.” 하는 옥희의 말 한마디에 어머니가 달걀을 많이씩 사게 되었다는 대목. 이 대목을 배울 때 선생님께선 “그 당시 달걀이 비쌌기 때문에 더 애틋하게 읽힌다”고 했더랬다. 사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래 달걀을 많이씩 산다는 게 애틋하려면 그 값이라도 비싸야지’라는 정도? 하지만 나라면 오히려 그런 보잘 것 없는 것에 마음을 담아오는 사람을 내키지 않아 했을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내게 달걀은 매일 냉장고에서 보는 보잘것 없는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간식거리 하드 하나 값도 안되는 달걀이 얼마나 애틋한지. 혼자 살며 헐해진 지갑사정 때문만은 아니다. 심지어 값비싼 고기 반찬을 잔뜩 사서 들어오는 날에도 달걀 몇 알은 꼭 장바구니에 담는다. 유달리 달걀이 애틋한 것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취를 시작했다고 집들이 선물로 왕창 들어오는 바람에 해치우는데 한 달 남짓 걸렸던 달걀을, 마침 주머니가 헐했던 어느 월말에 숙박비라며 친구가 두고 갔던 몇 알의 달걀을, 보름날 오곡밥도 못 챙겨 먹었을 것이라며 바리바리 한 상 싸들고 온 친구의 손에 들려있던 -그리고 유난히 노오랗고 고소했던- 그 달걀을 말이다. 오히려 가볍고 사소한 것들이었기에 더 애틋한지도 모르는 일이다.




 혼자 먹기, 달걀


냉장보관시 달걀은 생각보다 보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사놓아도 좋다.TIP 3~5주 정도 안에 소비하면 선도에 거의 문제가 없다.              

달걀을 풀 때에는 노른자와 흰자를 잇고 있는 하얀 알끈을 제거해주면 더 쉽게 풀 수 있다.노른자 아래에 보이는 흰색 끈이 알끈. 젓가락으로 집어내면 깔끔하게 딸려나온다.잘 풀어진 달걀의 노란색은 가끔씩 참 곱다.

달걀을 삶을 때에는 팔팔끓는 물보다 간신히 끓을 정도의 물에 삶는 것이 좋다. 간접열로 익히기 때문에 굳이 뜨거운 물이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행여 냄비안을 돌아다니다가 달걀이 꺠져 흰자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처럼 기포가 간신히 올라오는 정도가 좋다.

삶은 달걀을 베어물었을 때 흰자만 삼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끓는 물에 달걀을 넣은 직후 한 동안 조심히 물을 저어주면 방지할 수 있다. 달걀이 회전하면서 안에서 노른자가 자리를 잡는다.

달걀을 팬에 직접 가열할 때에 센 불에서 익히면 어느 부분은 익지 않고, 어느 부분은 타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웬만한 경우에는 중불~중약불 정도에서 익히면 좋다.



달걀 레시피 : 베이컨 달걀말이



재료

달걀 네 알

베이컨 두 줄

대파 다진 것 세 큰 술

당근 약간


 


레시피

달걀 네 알을 풀어놓고, 소금간을 한다.
 TIP 날 달걀을 찍어먹어보는 것이 꺼림찍하면 달구어진 팬에 달걀물을 젓가락으로 찍어발라 익힌 뒤 먹어본다.

베이컨은 얇게 채 썰고, 당근은 잘게 다져서 준비한다.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중불에서 베이컨을 볶는다.

베이컨이 노릇하게 볶아지면 대파를 넣고 볶는다.

대파도 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다진 당근을 넣고 볶아준다. 이 때 약간의 소금간과 후추 간을 한다.

당근을 먹어보았을 때 아삭한 감이 없어졌을 때 달걀물을 붇고 마구 섞어준다.
TIP 섞으면서 재료들이 팬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불을 약불로 줄이고, 윗면이 몽글몽글하게 익어갈 때 즈음 뒤집기 시작한다.

세번정도 접은 후, 팬에서 잠시 더 익힌후 도마에 내려 식힌다.
TIP 달걀말이가 어느정도 식어야 칼로 예쁘게 썰어낼 수 있다. 뜨거운 채로 썰기 시작하면 모양이 무너진다.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케첩과 내면 좋다.



/사진: 이지응


혼자서 먹고사는 일기 시즌2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대,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혼자서 만들고 먹은 음식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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