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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Oct 11. 2017

열다섯 번째 사연: 사랑에 관하여

이쪽 모두의 사연


서울 어딘가에서 



안녕하세요, 작가님. 


요즘 저는 작가님의 신간을 읽으며, 사랑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정말이지 마음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걸까요. 내비치면 뜨겁다고 떠나는 사람이 있었고 내비치지 않으면 답답하다고 떠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이 구절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본 것 같아요. 제 상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어쨌든 모두 떠나갔다는 사실은 같았으니까요. 마음을 어찌 다뤄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공감한 것 같아요. 


사랑에 있어서는 항상 불기둥처럼 뜨거워서, 마음의 화력 조절이 안 돼서 연인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씀하신 작가님과는 다르게, 저는 항상 미지근한 사람입니다. 저는 5나 6 정도의 중간 온도로 긴 시간을 변함없이 지켜보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저의 그런 변함없는 모습을 지겨워하며 떠나갔고, 어떤 사람은 제가 10까지 뜨거워지지 않는다며 떠나갔어요. 물론 모든 사람을 똑같은 온도로 사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제 마음이 변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상대방의 변화를 감지하는 쪽이었죠. 


요즘 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랑이라는 것에 너무나 조심스러워진 거예요.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내비치려 하면 ‘모든 시작하는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야. 나는 모든 건 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나를 보호하는 중이야.’ 같은 말들로 회피하게 됩니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 사람도 어차피 변할 거고 어차피 떠나갈 거라는 생각이 너무 크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이번엔 저의 미지근함을 사랑해 줄 사람일까요? 조금은 덜 겁을 먹어도 되는 걸까요?  




서울의 또다른 어딘가에서 



읽고 계신, 그리고 말씀하신 책에는 저이기도 하고, 제가 아니기도 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을 너무도 밋밋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받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을 더 지내며, 그는 사실 자신은 밋밋하다기보단 오히려 불타오를 정도로 뜨거운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마음의 세기를 조절하지 못해서, 그래서 불타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아주 폭력적으로 내뿜는 사람이었다는 걸요. 그래서 누군는 상처를 입고 떠나갔고, 다른 누군가는 상처를 입기 도 전에 도망쳐버렸다는 걸요. 그는 좌절했습니다. 누가 이런 나를 사랑하겠어, 그렇게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앞으로의 남은 삶을 지내기 위해선 영영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작은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조금씩이라도 노력하기를,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밥을 먹는 게 느린 한 사람을 봤고, 결국 어떻게든 그 식사를 마친 것을 본 뒤로부터였습니다. 


또한, 그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 모두는 밋밋함과 뜨거움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닮은 서로를 사랑해가며, 그것들을 극복하고 짐을 덜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결국 그는 ‘사랑할 수 있겠다’는 어떤 희망을 지니게 됩니다. 


생각하고 계시는 자신의 그런 ‘미지근함’을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기보단, 그래서 사랑에 있어 겁을 내시기보단,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멀지 않은 어딘가에, 미지근하지만 편안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 사람이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찾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과 온도가 맞는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선 가만히 있기보단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한 하니까요. 


어쩌면, 멀지 않은 곳의 멀지 않은 사람, 지금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제가 쓴 글을 읽으며, 제가 만든 한 사람의 작고도 큰 변화를 접하며 내심 감동했습니다. 어쩌면 나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내일은 원고 작업을 하러 다소 먼 곳으로 가야 하는 날입니다. 벌써부터 덥고, 지치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설렘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떤 것이 됐든 매일의 이벤트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나아가, 저처럼 더운 것을 싫어하는 누군가를 마주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글: 오휘명

/사진: NA image·ianden / shutterstock.com



당신의 고민이라면, 무엇이든 들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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