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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 퍼스트 Sep 21. 2017

세계 최대의 건축물을 만든 자, 헤미우누

이번 회에 소개할 주인공은 ‘헤미우누’(Hem-Iunu, 그리스식으론 헤몬이라고 불림)라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겠죠. 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물건(?) 가운데 하나에 속합니다. 바로 4500여 년의 세월을 딛고 여전히 기자 고원에 당당하게 서 있는 대피라미드(The Great Pyramid)입니다. 


물론 앞선 시리즈에서 소개했다시피 대피라미드의 주인은 파라오 쿠푸(Khufu)입니다. 공식 이름이 ‘쿠푸의 지평선’일 정도죠. 하지만 이 피라미드를 설계하고 건축과정 전반에 직접 관여했었던 것은 쿠푸 시대의 총리이기도 했던 바로 이 헤미우누라는 인물입니다. 예컨대, 파라오 조세르에게 임호텝이 있었다면 쿠푸에게는 헤미우누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독일 힐데스하임의 펠리제우스 박물관에 소장 중인 헤미우누의 좌상. 그는 거의 비만에 가까운 엄청난 거구의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헤미우누는 왕족 출신의 인물입니다. 고왕국 시대만 해도, 파라오 궁정의 주요한 직책들은 대부분 왕족들이 차지하고 있었죠. 아마도 왕권의 강화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을 겁니다. 후대에도 왕족들이 주요한 요직들을 맡기는 하지만, 주로 신전의 대신관 같은 종교 직책이었고, 총리 같은 정치 직을 맡는 경향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헤미우누는 네페르마아아트(Nefermaat) 왕자의 아들이자, 이전 회의 주인공이었던 파라오 스네페루(Sneferu)의 손자입니다. 즉 쿠푸에게는 조카였던 셈인데요, 헤미우누의 아버지 네페르마아아트는 쿠푸와는 어머니가 달랐던 배다른 형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페르마아아트는 헤미우누의 전임 총리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만약 그랬다면 헤미우누는 아버지의 직책을 계승한 것이 됩니다. 파라오 직은 물론이고 다양한 고위직이 이처럼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계승되는 일은 당대에 비일비재했습니다. 


그의 무덤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그는 “왕족이자 고귀한 귀족, 하(下)이집트 파라오 인장의 운반자”, “왕의 자손, 대법관, 총리, 토트 신의 신전 5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자”라는 호칭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호칭들은 그가 이집트 사회 최상위 계층에서 이집트의 제2인자로 살아가던 인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대피라미드


그가 남긴 대피라미드는 역사상 세워진 모든 피라미드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일뿐더러, 가장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피라미드는 이집트 건축사 속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업적입니다. 


피라미드 한 면의 길이가 230m, 높이는 146m(현재는 상단부가 조금 파괴되어서 138m입니다), 사용된 석재 블록의 숫자는 대략 260만 개, 피라미드 전체의 무게는 약 700만 톤에 이르는 이 ‘돌의 괴물’은 3800년 넘게 ‘인류가 만든 것 중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서기 1311년 첨탑의 높이가 160m인 링컨 대성당(Lincoln Cathedral, 영국)이 완성되기 전까지 말이죠.(그마저도 내부 전체의 규모에 있어서 링컨 대성당은 대피라미드에게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고왕국 시대 귀족 묘로 사용되었던 마스타바 형식의 무덤 (헤미우누의 무덤은 아닙니다)


헤미우누는 쿠푸의 재위 19년경 사망합니다. 대피라미드 건설이 정확히 언제 착공되어서 언제 완공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계의 정설에 따르면 쿠프는 대략 23년가량을 제위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니, 대피라미드가 거의 다 완성되어 갈 때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그가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면 상당히 애석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피라미드의 바로 인근에 묻혔다는 겁니다. 그의 무덤은 ‘마스타바’라고 불리는 고왕국 시대의 전형적인 귀족 묘 형식을 하고 있는데, 마스타바들 가운데서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독일인 고고학자 헤르만 융커에 의해서 1912년에 발굴된 헤미우누의 마스타바는 가로, 세로가 각각 47m와 21m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그의 카(Ka영혼)는 영원히 자신의 무덤 곁에 머물며 자신이 남겨 놓은 거대한 업적을 바라보며 흡족해했을 것 같습니다. 


헤미우누 무덤의 평면도와 입면도 (출처: Junker, Hermann., 1941. Gîza I. Die Mastabas der IV. Dynastie auf dem Westfri


/글: 곽민수


삼국지만큼 재밌는 고대 이집트 인물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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