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 퍼스트 Oct 11. 2016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는 中입니다


스모그, 황사, 미세먼지 등의 ‘탁한’ 용어를 볼 때마다
그들과 짝을 이루는 단골 수식어가 떠오릅니다. 
바로 ‘중국발’이죠.
‘폐병 환자만 수만 명’, ‘집 안에서도 숨 쉬기 힘들 정도’란 설(說)이 
그들의 대기오염 상태를 가늠케 합니다.
여러분은 그 실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사진: axz700/Shutterstock.com)



그들의 시선


중국은 짧은 여행 시에도 반드시 비자를 발급 받아야만 방문할 수 있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방문 할 때마다 비자 발급업체에선 ‘취재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허가 받지 않은 취재 활용이 적발될 시 추방 및 불가피한 처벌을 감수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습니다.


과거 취재 기자로 활동할 당시, 중국 측에 등록된 기자 명단에 필자의 (각서)기록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입니다. 

중국은 도대체 어떤 국가이길래, 이렇게 일방적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각서에 지장까지 찍은 후에야 당도할 수 있는 걸까.  왜 이토록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감시가 철저한 것일까. 그 실체에 대해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사진: ChameleonsEye/Shutterstock.com)



그녀의 시선


중국의 언론 통제는 매우 강력합니다. 대표적인 언론 매체들의 소유주는 ‘국가’이며, 민영 매체로 알려진 상당수 인터넷 언론사들조차 사실상 최대 주주 자리엔 어김없이 공산당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죠.


유별난 기자정신을 가진 언론인이라 할지라도 절대 취재가 불가한 영역도 있는데, 국가 행사와 재난지역에 대한 상황보도, 군사 활동을 담은 내용이 그렇습니다. 이 영역은 오로지 국영언론사만 보도할 수 있죠. 타 언론사에선 이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형국이고요.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던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민심을 자극할 만한 자극적인 사건이라면, 설사 그것이 100% ‘팩트’라 해도 보도하지 않거나, 아주 짧은 내용으로 축소시키고 말죠.


지난 2월 중국 국영언론사 인민일보와 CCTV를 방문한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모습.


당시 현장에서 시 주석은 “당의 언론 활동은 국정 수행과 국가보위를 위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고 말했다. (사진:베이징 지역일간지 신경보(新京報) 보도 사진)


이 같은 정부의 언론 통제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기 오염 문제를 다룬 보도입니다.


지난해 3월, CCTV 전 간판 앵커 차이징(柴静)이 제작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모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국 스모그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 영상으로 ‘돔 아래에서(穹頂之下·Under the Dom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죠.


그녀가 103분짜리 해당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쏟은 비용은 자그마치 100만 위안(1억 8천만 원). 영상 제작을 위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영상을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에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공개 직후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죠. (일부 세력에 의한) 언론 탄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사진: ‘돔 아래에서(穹頂之下·Under the Dome)’ 영상)


그녀는 영상 제작에 앞서 “최근 베이징의 스모그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스모그 속에서 살며 출산한 딸아이가 출산 직후부터 심각한 질병을 얻었다. 이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스모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한 소녀(중국 산시성 거주)는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에 따르면,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일명 ‘징진지(京津冀)’로 불리는 대도시 인근에는 매년 약 5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심각한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영상이 어느 순간 온라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건은 또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톈진항에서 터진 폭발사고 직후 중국 정부는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톈진 지역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을 금지시켰습니다. 이후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모든 조치는 오직 중국 공산당 중앙 기관지를 통해서만 소통했죠.


당시 중국 당국은 신화통신(新華通訊), 인민일보(人民日報), 천진북방망(天津北方網) 등 소수 관영매체에게만 사건 진압 소식을 일괄적으로 알렸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중국의 SNS 웨이보(微博)와 웨이신(微信)을 통해 사고 현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정부는 수 백 여개의 SNS 계정을 강제삭제 조치하며 이 마저도 차단했죠. 표면적인 이유는 ‘유언비어 확산 방지’였습니다.


(사진: Bennian/Shutterstock.com)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현지에 거주하는 상당수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에서 공개하는 발표보다 서방 언론이 공개하는 내용에 더 큰 신뢰를 가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톈진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 내린 빗물이 표면에 닿아 하얀 거품을 보였다는 다수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역학조사 결과 현지 상황은 ‘양호하다’는 일관적인 답변을 늘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주중 미국 대사관 측이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톈진 현장 문서에는 톈진 인근에 퍼져있는 화학성 위험물질과 인근 지역에 내리는 빗물 속에 다수 포함된 악성 화학 물질 등이 위험 수준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해당 문서는 곧장 온라인상에서 크게 확산되며, 추가 자연 재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어 냈죠.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언론 통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여론 형성이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2015년 12월 기준 중국 인터넷 사용 인구 수 가 6억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 10여 년 전과 비교해 약 7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더욱이 향후 인터넷 사용 인구수는 더욱 급격하게 증가할 전망이죠.


때문에, 과거에는 조용히 묻혔을 법한 사건이 온라인을 통한 먼저 확산돼 여론을 만들고, 언론이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기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후난성(湖南省)의 한 고등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받던 학생과 교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100여명의 학생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건의 빌미는 현장에 있던 교관이 한 여학생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고, 이를 지켜보던 남학생들이 항의하자 교관이 몰려와 폭행한 것에서 비롯됐었죠.


당시 폭행을 주도한 교관은 중국 인민무장부에서 파견한 이들로, 기존 언론들은 이 같은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으나, 온라인 공간에서 뜨겁게 여론이 형성되며, 언론이 후속 취재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바 있습니다.


교관 폭행으로 부상을 입은 고등학생들의 모습. (사진: 베이징 지역일간지 신경보(新京報) 보도 사진)


6억 명에 달하는 네티즌들이 기존 언론보다 네티즌 수사대를 더 신뢰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네티즌의 힘은 지금껏 언론 봉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중국 정부를 당혹케 하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들에겐 새로운 기회죠. 온라인을 통해 과거보다 한결 더 자유로운 발언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보통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언론의 기능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보다 밝은 전망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모든 것! 

작가의 이전글 김유정, 소설가를 품은 간이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