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여자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by 엘의 브런치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결혼 빼고

출산 빼고

연결고리를 모두 떼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지금까지 한 인간으로서 한 일은 무엇인가?

열심히는 아니지만 공부도 했고

직장도 다녀봤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을 낳고

온통 돈 돈 외치는 세상에서 부자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나와 연결된 고리를 다 끊어내고

결혼과 출산을 벗어나서

오직 나를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요.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지금의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뭐 이런 생각들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저 자신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엑스세대인 저는 풍요의 시대를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 시절 모두 넉넉하지 않아도

가장이 열심히 일을 하면 먹고살 수 있었던.

그래서 다행히 대다수의 우리 세대는

떡볶이를 사 먹으며 학교 다니고

가수 좋아하고

홍콩 영화 보고 극장 다니며 문화를 즐겼죠.



'나는 나'라며 개성을 중시하고

옷차림, 외형에도 많이 신경 쓰고 다니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잊고 지나왔더군요.

나의 겉모습 말고 속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고민 없이 살았어요.

겉모습만 요란했지

실상은 그저 관습대로 살아왔음을요.



아무 질문 없이.



내가 내면으로 고뇌한 적이 있던가..

라는 생각이 미칠 때면…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결혼을 했구나..

라는 부끄러움이 몰려와요.


자립하지 못한 채 결혼한 여자.


결혼하고 비로소 혼자인 시간을 통해서

삶이란 무엇인가 알아왔습니다.

난임이라는 고통 속에서

삶의 힘듦을 맛보고 해결책은 없음을 깨닫죠.

그 고통의 시간을

책을 통해 넘어오며 조금 자랍니다



비로소 엄마가 되었지만 뭘 알겠어요.

육아의 시간은 언제나

찰나의 기쁨과 육체의 한계를 마주한 시간이었죠.

그때 비로소 책을 통해 내면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간.

돌아보면 결혼을 한 후에야 내면의 성장을 시작한 저더군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다시 보는데

또 새로운 것이 보였어요.


시몽의 스물다섯은 폴을 만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이십오년동안
이 선생에게서 저 선생에게로 옮겨다니며
줄곧 칭찬이나 꾸중을 받은 것 말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가 이렇게 강하게 이런 문제를
스스로에게 제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뭐라고?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멍청한 친구 같으니라고.
그게 바로 비극일세.
자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단 말이네."

'내가 가진 건 무엇인가?
도대체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마도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그것이 그의 스물다섯 해였다.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부유하고 편안하게 탄탄대로를 지내온 그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아.. 시몽이 한 여자를 통해서 어른이 되려는 순간이구나 싶더군요.



그런데 서른아홉에 자신이 늙었다는 폴의 스물다섯은 좀 달라요.

스물다섯의 폴이 두 해째 남편과 휴가를 보내고 있죠.

남편과 요트를 타고 있는 폴은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행복감이 차오름을 느낍니다.


그러나 무사태평한 남편의 눈길을 받는 순간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직감하죠.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죠.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결혼하면 이제 계속 이대로 편안하겠지~~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주문과 같은 순진한 믿음.


그러나 어떤 삶이 미래를 확정할 수 있나요?

돈이? 직업이? 외모가? 유명함이?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살면서 알아가죠.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모든 인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을.



그것이 어른이 되는 슬픔이긴 하지만

성숙해 가는 기쁨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러나 폴은 스물다섯에

그 찰나의 행복이 다시 올 수 없는 것임을 느끼지만

시몽처럼 자신에게 묻지 않은 채

서른아홉을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자신을 모른 채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으로요.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 책을 왜 썼을까요?


자립하세요~여러분~!

여자건 남자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인간은 자립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오늘도 한걸음 나아가봅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되어

내가 설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찾고

그곳에서 타인과 어우러지기 위해서요.

그것이 관계와

대단하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내 업을 만나는 시작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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