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갈림길이라면..
50.
저는 이제 만으로도 도망갈 곳이 없는 50입니다.
X세대인 저는 그 당시로는 매우 늦은 나이인 32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은 모두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하진 않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저뿐만 아니라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는 것을.
결혼 6년 후에 첫아이를 낳았고
다시 3년 후에 둘째를 낳았습니다.
이제 둘째도 초등 고학년이 되어 저는 육아로부터는 꽤나 자유롭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아이들 쫓아다닐 일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내 삶으로 아이들 멘토가 되고 싶지
아이들 매니저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와 같은 세대를 산 여자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졸업하면 취업하고 직장 다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
그것이 정말... 그것이..
인생을 거의 다 채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왜냐면 시대가 그러했으니까요.
전 그것을 거의 다 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50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그때의 세상이 아니더군요.
내가 알던 50은 지금의 50이 아니고,
내 마음 또한 내가 배웠던 50이 아닙니다.
제 마음은 아직 30 즈음인 듯합니다.
제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았습니다. 결코.
숫자만큼 마음도 늙는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엔 그렇게 알았습니다.
예전 유퀴즈라는 TV프로에서 80대의 조율사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은 아직 스무 살이라고 하신 말씀을 이제는 이해합니다.
나에게 돌아갈 집이 있고
함께 할 가족이 있고
우리 모두 건강하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로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
시대가 요구하는 일들을 해냈으나
정작 제가 온마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내 이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던가?
좀 더 사회에 쓸모를 생각하며 주체적으로 살아본 적이 있던가?
이런 생각들이 요즘 많이 듭니다.
아마도 의미 있는 삶을 원하는 제 마음의 소리인 것 같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내면의 외침인 것 같습니다.
취업, 결혼, 출산, 양육만으로 채워진 내 젊음이
저 자신에게는 아깝다는 마음이 존재합니다.
저는 제 삶이 여전히 애틋합니다.
이 나이에도 나의 남은 미래가 설레고
'나는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리....'라고
어린 시절엔 꿈꾸지 않았지만
지금은 꿈을 꿉니다.
비록 지금은 무명의 엄마, 아내, 주부이지만
앞으로는,
제 이름으로
저와 같은 마음의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그런 미래를 그려봅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요.
그래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