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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의 브런치 Oct 25. 2024

난임이 내게 혹독히 가르쳐 준 것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

어쩌면 철없던 저는 드라마에도 없는 삶을 생각했던 걸까요? 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직장 다니다 결혼해서 애 낳고~그런 것이 삶, 인생인 줄 알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무책임하고 준비되지 않은 어린 생각이었는지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러나 그 시대가 그러했다고 변명해 봅니다.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고.


제가 생각한 굴곡 없는 인생은 드라마에도 없습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삶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그 무게를 모른 체 결혼을 했으니 배움은, 깨달음은 결혼 후에 시작되었습니다.


난임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내가 배운 2가지


세상엔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도 있다.


당시는 모두 20대 중반만 넘어가면 노처녀라 불렀던 시절. 저는 32에 결혼을 했으니 결혼하자 어떠했을까요? 아이를 낳으라는 무언의 압박들이 밀려옵니다.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죠.


몇 년 후 우리 부부에게 다른 이들처럼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합니다. 초조하고 불안했죠. 우리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처음 한두 달 잘되지 않자 이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저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를 갖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시킵니다.


오롯이 내가 들인 노력이 나오는 결과물들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것을 배우기까지 혹독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 아프고 싸웠습니다. 싸워서는 안 될 것들과 싸운 것이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것. 물론 그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죠.

그러나 부모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듯이 자식도 원하는 대로 낳을 수도 만들 수도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저를 조금 더 성장시켰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때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고 부모가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그 시간은 참 소중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문제는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내 앞에 닥친 문제들을 내가 자각하고 변화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 마음속이 지옥인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이건 뭔가 잘못되었구나'를  느끼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자신 뿐입니다. 옆에서 아무리 조언을 하고 도움을 주려해도 내 귀가 닫혀있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계속 늪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더군요.


저는 병원도, 서른 후반에 가져 본 종교도 그 무엇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책을 읽으며 억지 같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어여쁜 존재들이 이 글을 본다면, 올인하지 말고 평소대로 생활하면서 병원의 도움을 받는 균형을 절대적으로 유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균형, 평정심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힘들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은 내 노력으로 되니까요.



그 이후 십 년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저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과 누구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 제게 얼마나 큰 자본인지 매일 느낍니다. 그것을 모르면서 나이를 먹었다면 어땠을까 정말 아찔합니다.


아픔이 없을 수 없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짧아서 더 귀한 가을과 함께 좋은 오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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