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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비늘 Dec 09. 2019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법

자연 속에서 마시는 술은 왜 잘 취하지 않을까? 산소 탓이다.
공기 중의 산소는 21%를 차지하는데 도시는 0.5% 적다. 이 차이가 우리의 머리를 맑게 하고 피로를 빨리 회복시킨다. 그런데 나무 하나 없는 바닷가에서는 왜 같은 느낌일까?
알고 보면 산소를 발생시키는 양은 숲보다 바다가 월등하다. 바다는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50~80%를 만들어 낸다. 바다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 그중에서도 규조류가 산소 대부분을 만드는데 바다 표면에 주로 서식한다. 갯벌에서도 흙 1g당 수억 마리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산소를 만들어내니 바닷가에서 마시는 술이 잘 취하지 않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숲의 상쾌함을 더하는 것은 산소 말고도 피톤치드가 있다. 나무가 병해충을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피톤치드는 사람의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꽤 도움을 준다.
숲에서 숨만 쉬어도 바이러스 감염 세포와 종양 세포를 공격해서 죽게 하는 NK(Natural Killer) 세포 수가 늘어나고 활발해진다. 2박 3일을 숲에서 보냈다면 활성화된 NK 세포는 30일까지 그 상태가 유지되고  2주 간 숲에 머물렀을 때 그 수가 약 39%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피톤치드는 마음을 진정시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심폐를 강화할 뿐 아니라 신경세포 생성에도 도움을 주고 살균의 효과까지 있으니 미세먼지를 피해 숨 좀 쉬고 싶다면 숲으로 가자.
태어나서 지금껏 숨 쉬고 있으니 누구나 호흡 전문가일 것 같지만, 몇십 년을 배워도 늘지 않는 영어처럼 꼭 그렇지도 않다. 호흡도 배우고 연습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1. 움직임보다 호흡이 먼저
하이킹을 하다보면 보게 되는 무리하는 사람들의 패턴이 있다.
예전 한창일 때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현재 나의 컨디션으로는 무리. 호흡이 가빠온다.  함께 온 동료들과 속도를 맞추려고 헉헉거리며 따라가다가  결국 주저 앉는다. 이때 두통을 느끼며 심하면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몸이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려면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데, 심폐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쉽지 않다. 조금만 무리하면 근육은 빠르게 피로해지고, 뇌로 가는 산소의 양이 부족해지면서 두통이 온다.
해결 방법은? 움직임을 따라서 호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는 호흡이 가능한 만큼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박자를 세보자. 기준은 발걸음으로 삼는다. 세 걸음 가는 동안 들이쉬고, 세 걸음 가는 동안 내쉰다. 만약에 여유가 있다면 기준을 네 걸음으로 늘려보자. 반대로 호흡이 가쁘다면 두 걸음으로 줄인다. 두 걸음 동안 들이쉬고, 두 걸음 동안 내쉬고. 그래도 힘들면 한 걸음마다 호흡한다.  
중요한 것은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호흡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동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잠시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는 가장 느린 사람을 기준으로 속도를 맞춘다. 속도에 따라 그룹을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2. 일정한 심박을 유지하면서 호흡하기
나의 호흡에 맞는 적당한 운동 부하는 어느 정도일까? 유산소 활동을 무리하지 않고 오래 하려면 ‘젖산 역치(LT: Lactate Threshold)’를 알고 있으면 좋다.
젖산 역치는 활동 중에 몸에 쌓이는 젖산의 비율이 갑자기 높아지는 지점을 말한다. 그 지점은 심박수로 표현될 수 있는데, 해당 심박수 미만으로 활동을 하면 몸의 피로를 적게 유지하며 오래 움직일 수가 있다.
흔히 젖산 역치 심박수를 구하는 수식은 (220 - 본인 나이) X 0.75이다.
결과 값이 140이라면 심박수 140 미만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것이다(좀 더 정확한 값은 개인별 신체 능력에 따라 다른데 측정하려면 전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충분한 체력이 되기 전까지는 젖산 역치 미만으로 활동하자. 심박 장비가 없다면 일행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활동한다.

3. 복식 호흡하기
배를 내밀면서 숨을 마시고, 배를 당기면서 내쉬는 것이 복식 호흡이다. 배를 내밀면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빈 풍선 같은 폐에 공기를 채우고 반대로 배를 안으로 당기면 횡격막이 폐를 밀어 올리며 공기를 내보낸다.
배의 복근과 횡격막은 꽤 강한 근육이기 때문에 단련이 되면 호흡을 원하는 데로 느리고 빠르게 할 수 있고 깊은 호흡이 가능하며, 크게 마시고 천천히 내쉴 수 있다. 그래서 노래하는 사람, 운동선수, 명상가들에게 복식 호흡은 필수다.
복식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박과 혈압을 안정시키고 코어를 든든히 해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효과는 자연에서의 호흡 효과를 극대화한다.
다만, 복식 호흡은 가슴을 부풀리지 않기 때문에 갈비뼈 안에 갇혀 있는 폐를 그 이상으로 키울 수 없다. 호흡이 부족하다면 복식 호흡과 흉식 호흡을 함께 이용해 보자.
배를 내밀면서 동시에 갈비뼈를 확장해 숨을 크게 들이쉬거나, 배를 먼저 내밀고 이어서 바로 가슴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득 공기를 마실 수도 있다.

4. 바른 자세로 호흡하기
복식 호흡은 배를 내밀면서 호흡하고 흉식 호흡은 갈비뼈와 어깨를 열리게 해야 한다. 큰 호흡을 편하게 하려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펴고, 어깨가 앞으로 접히지 않도록 가슴을 열면서 힘을 뺀다. 목도 거북목처럼 빼지 말고 귀가 어깨와 일직선이 되도록 세운다. 웅크린 자세로는 제대로 호흡할 수 없다.

5. 코와 입으로 호흡하기
반드시 코로만 호흡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입으로 내쉬더라도 마시는 숨은 꼭 코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기능적인 문제이지 반드시 코로 들이쉬어야 할 필요는 없다.
코로 호흡을 하면 노폐물을 걸러주는 것뿐 아니라 마시는 공기를 따듯하게 해 주고, 코의 점막에서 수분을 더 하여 편안한 호흡이 된다. 하지만 격한 운동을 하기에는 호흡량이 부족하다.
입으로 숨을 마시면 짧은 순간에 많은 공기를 마실 수 있지만, 노폐물을 거를 수 없고 건조한 공기가 그대로 기관을 통해 폐로 들어가 입이 마르고 목이 쉴 수 있다. 그래서 입으로 호흡할 때는 물을 더 자주 마신다.
장단점을 이해하고 필요한 호흡량에 따라 코와 입을 함께 사용하여 호흡하면 된다.

6. 과호흡 주의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호흡하면 우리 몸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산화탄소는 우리 몸에서 일정 농도를 유지하며 호흡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할 경우, 호흡 곤란과 어지러움을 느끼며 심하면 기절할 수도 있다. 이것이 과호흡이다.
과호흡일 경우, 응급처치로 봉투나 손으로 입을 막고 호흡을 한다.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마셔서 몸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올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긴장을 많이 했을 때(오랜만에 산행을 하는 경우,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 대회 시작 전 대기 라인에서의 긴장된 마음 등) 과호흡이 일어나기 쉽다.
움직임이 많지 않을 때는 복식 호흡으로 느리고 깊게 호흡을 해보자. 여유 있는 마음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호흡하면 과호흡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글은 <GO OUT> 매거진 2019년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작가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aMeX_s2nXZYRY2cCz8z1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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