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함께 읽고 나누기

[앗싸들의책수다 #4] 양심의 불씨를 이어주는 사람들

by 최은녕 라온나비


[앗싸들의책수다 #4] 양심의 불씨를 이어주는 사람들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함께 읽고 나누기 (완결)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중


들어가며 : 네 편의 여정을 마치며


1편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기로 선택한 펄롱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편에서는 펄롱의 내면을 빚은 '선의의 씨앗들'과 작가가 숨겨놓은 상징들을 탐구했고, 3편에서는 펄롱의 용기를 가로막은 '외면과 부패의 그림자'를 마주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빌 펄롱처럼 '불편한 양심'을 택할 용기가 있을까요? 혹은 아일린처럼 '현실적인 외면'을 선택하게 될까요?

이제 마지막 편에서는 이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며, 우리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1. 두 개의 크리스마스: 성냥불과 석탄불


꺼지는 불 :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야, 한 소녀가 팔지 못한 성냥을 하나씩 켭니다. 불빛 속에서 본 것은 따뜻한 난로,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랑하는 할머니였습니다. 마지막 불꽃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추운 길가에 얼어 죽은 소녀를 발견합니다.

이 오래된 이야기의 진짜 잔혹함은 소녀의 죽음이 아니라,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멈춰 서지 않았죠. 성냥팔이 소녀는 시선을 거부당한 인간의 상징입니다.



꺼지지 않는 불 : 펄롱의 석탄불

같은 겨울,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펄롱은 성냥을 켜지 않았습니다. 대신 석탄을 날랐습니다. 그의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수녀원의 문 앞에서, 펄롱은 두려움과 양심 사이에 섰습니다. 그는 알았습니다. "이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면, 결국 아무도 하지 않을 것." 그래서 그는 움직였습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손끝에서 불을 켰다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펄롱은 손끝에서 불을 지켰습니다. 하나의 불은 찰나의 불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래 타는 석탄이었죠.

성냥팔이 소녀의 비극이 수백 년간 반복된 이유는 모두가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펄롱은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작지만, 그는 행동했습니다.






2.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펄롱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깊은 질문과 성찰을 던져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맡겨진 소녀』(Foster) -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같은 우주에 속한 작품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 소녀가 경험하는 '돌봄의 부재'와 '애정'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펄롱이 세라에게 베푼 돌봄이 어디서 왔는지, '사소한' 친절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 찰스 디킨스

펄롱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 바로 그 책입니다. 이기적인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의 환상 속에서 참된 인간애를 깨닫는 과정은, 펄롱의 양심이 어떻게 싹트고 자랐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너는 변할 수 있다, 세상은 바꿀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한 사람의 선택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존엄 회복'이라는 주제로 연결되는 명작입니다. 창녀의 아들 모모가 위탁모 로자 아줌마의 돌봄을 받으며 세상의 비정함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가 버린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지켜지는 존엄성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한국 사회의 여성 억압 구조를 다룬 소설입니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사회가 특정 집단을 침묵시키는 메커니즘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김지영이 겪는 차별들은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지만, 그것들이 축적되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무너뜨립니다. 막달렌 세탁소의 소녀들이 겪은 구조적 침묵과도 닮아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 - 한강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개인의 존엄'이 어떻게 훼손되고, 잔혹한 폭력 앞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그 비극 속에서도 인간 존엄성 회복을 향한 작은 불씨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뼈아프게 질문합니다.



『런어웨이』 - 앨리스 먼로

작은 선택들이 어떻게 삶의 궤적을 바꾸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단편집입니다. 펄롱의 선택처럼, 먼로의 인물들도 '사소한 순간'에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 결정이 가져오는 파장, 후회, 그리고 간혹 찾아오는 구원. 작은 선택의 무게와 일상 속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3. '앗싸스러운' 질문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정답은 없지만, 라온나비와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앗싸스러운 질문'들을 공유합니다.


만약 당신이 빌 펄롱이었다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감수하고 세라를 구하는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가족이 있고, 지킬 것이 있고, 두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아일린이나 미시즈 케호에 가깝습니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두려워서 침묵하는.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묻게 됩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요? 정말로?


아일린의 외면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걔들이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아일린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평범한 엄마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이 수녀원의 학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그들이 갖는 힘은 딱 우리가 주는 만큼 아닌가요?"

이 문장이 가장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권력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침묵, 우리의 순응, 우리의 두려움이 그 권력을 유지시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차별과 혐오.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니까", "나서봤자 달라질 게 없으니까"라며 외면합니다.


침묵은 정말 중립일까요?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결국 그 불의를 용인하는 것 아닐까요?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말이 떠오릅니다.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당신은 억압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선한 사람이 되는 것'과 '선한 일을 하는 것'

이 소설은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작더라도, 미약하더라도, 실제로 무언가를 하는 것.

우리는 종종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당신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은혜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이면을 보여줍니다. 가장 따뜻해야 할 시기에, 가장 차가운 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 진정한 크리스마스는 반짝이는 불빛과 선물이 아니라, 어쩌면 펄롱처럼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는 것, 작은 온기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은 후 당신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마무리: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요?


펄롱은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섯 딸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석탄 배달부였습니다.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었습니다.

소녀를 발견하고 수녀원을 나선 길에서 그는 노인에게 길을 묻습니다. 노인은 펄롱을 빤히 보며 대답합니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이 대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원하는가? 모두가 외면하는 길에서 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펄롱은 그가 '원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그의 선택은 고난의 시작이었습니다. 작가는 펄롱이 이제 막 다른 문을 열었다고 말합니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펄롱은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세상은 어둡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석탄은 빛을 냅니다. 작은 불꽃이라도 켜는 사람이 있다면, 어둠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침묵이 누군가의 고통이 될 때,
누군가는 그 침묵을 깨야 한다."





감사의 말

"앗싸들의 책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일랜드 막달렌 세탁소에서 고통받았던 모든 이들을 기억합니다. 생존자들은 물론, 고된 노동과 비극 속에서 희생되었거나 잊혀진 이름 없는 이들까지.

그리고 오늘도 어딘가에서 침묵 속에 고통받고 있을 모든 이들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앗싸들의 책수다'도 기대해 주세요!




댓글로 함께 나눠요


1. 이 시리즈를 읽고 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2.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당신의 삶에 던진 가장 깊은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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