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에 써있듯이 전 웹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이 넓은 scope의 업무를 담당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실재론 UX디자이너의 업무 또한 수행중이지요. (실상은 HCI를 공부했단 이유로 폼을 잡는 역할이고, 그렇게 우리 디자이너는 영원히 고통 받고 있습니다) 감각적인 것, 멋스러운 것, usable한 것에 대한 어떤 ‘감각'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좀더 체계잡힌 프레임워크 속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디자인관련 포스팅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번역은 이걸 저의 모국어로 한번더 정제시키는 과정이지요.
에버노트 디자인 디렉터 출신의 조슈아 테일러의 글입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기획자로 일하면서 저 또한 디자이너들에게 느꼈던 점을 풀어낸 글이라 번역 해 보았습니다. 사실 일하다 보면 일 자체에 매몰되기가 쉽죠. 더 넓게 보고, 목적을 생각하고, 일의 결과와 상호작용을 생각하는 텔로스(telos)적 마인드셋을 말한다는 점에서 이 글은 어느 직군이든 적용이 가능한 내용이란 생각도 듭니다.
근래들어 점점 많은 회사들이 탁월한 디자인 역량을 가진 리더들을 찾고 있다. 디자인에 더 큰 중점을 둬야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디자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수용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헌데 이러면 항상 반복되는 일이 하나 있다. 디자이너들은 브랜딩에 있어서의 일관성, 매끈한 디자인, 코딩이 가능한 디자이너, 스타일 가이드,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팅.. 즉 '디자이너의 기예'에 집중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 좋은 것들이다. 필수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비지니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진정 이해하려한다면 '무엇이 비지니스를 성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집중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비지니스 전체를 이해해야만한다. 그렇게 되면 위에서 말한 ‘디자이너의 기술’이 언제 중요한지 - 또 언제 그것이 필요이상으로 지나친지- 또한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재로 많은 경우 디자이너들은 비지니스에 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설명만 해주면 되는 존재들로 인식되곤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디자이너들이 핵심 비지니스 원리에 대한 통찰력있는 대화가 가능해지고 또 그에 대해 유의미한 의견까지 내놓을 수 있다면 우리의 디자인 제안 또한 훨씬 더 무게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결정이 회사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 사용자 조사와 분석 도구들은 디자이너들의 의견에 신뢰도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디자인 리더쉽을 가진 훌륭한 회사들은 물론 디자이너들이 대형 비지니스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들도 보게 되었다 - 에어비엔비, 포켓, 페이스북, 구글, 슬랙 외에도 많은 예시가 있다.
나는 위의 언급된 회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픽셀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것보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디자이너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한다. (역주: 밑줄친 부분에 대해 좋은 댓글이 달려 밑에 덧붙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에 역사, 경제, 그리고 사회학 공부를 추가하겠다. 이게 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이걸 해낼 수만 있다면 끝내주는 서재는 물론 상당히 다재다능하고 유연성 있는 커리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윙크)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우린 놀라운 - 때때론 무섭기도한- 시대로 진입중이다. 몇몇 제품들은 점점 '무형의 형태'를 띄게 될 것이며 (예를들면 기계와 기계 사이의 대화로 이뤄지는 터치포인트가 전부인 그런 서비스) 또 다른 몇몇은 훨씬 더 그런 형태에 가까워 질 것이다 (이 경우 디자인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람들이 교차하는 곳의 흥미로운, 생산적인, 혹은 불편한 그 ‘지점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제품들이 더욱 복잡한 형태를 띄게 되면서, 한 제품의 사회적, 문화적, 구조적 여파를 예측하는 것이 디자인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 될 것이고, 제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다도 이런 측면들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내 말을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매력적이고 생산적인 UI와 산업/비쥬얼 디자인은 여전히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회와의 궁합 (socieral fit)을 이해하는 것은 한 제품에게 있어 ‘최상의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중대한 문제인 것이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사람에게 친근해 보이기 위해 특별히 디자인 되었다. 어쩌다가 나온 결정이 아니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은 보통 두려움과 불신을 가지고 대한다는 것을 앎에서 온 판단인 것이다. 그리고 무인 자동차는 보통 인간이 직접 운전할때 필요한 이런 저런 것들(핸들, 수동 브레이크 장치 등등)을 사실 필요로 하지 않기에 무인 자동차가 물리적으로 수행해야하는 기능들 및 그 사회-문화적 특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디자인을 다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리서치를 하고, 앞으로를 내다보며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디자이너의 일이 아니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건 제품 기획자나 리서쳐들이 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당신이 디자인 한 제품이 얼마나 자주 쓰이고, 어떠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며, 사람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좀더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며 가면 갈수록 더 필요한 측면이다.
자, 그렇다면 디자인이 비지니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지금 밖으로 뛰쳐나가 MBA를 따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내가 아는 디자이너들중 이렇게 한 사람들은 각자의 회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활발히 수행중이다) 하지만 어쩌면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 할 수도 있다. 영업팀과 대화를 하면 시장 상황에 대해 이해가 가능하다. 내 회사의 1분기 사업전망을 읽다보면 나의 CSS리팩토링은 이번 분기 핵심 과제들과 아무 상관이 없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학 야간코스를 듣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다. 아니면 회사를 마치고 돌아가서 최신 스케치 플러그인을 검색할 시간에 펀드는 어떻게 모아지고 주주 및 지분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비지니스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들면 비지니스 모델을 선택하는 방법이라던가, 팀관리 방법, 마케팅 분석을 하는 법, 다음분기 전망을 견적하는 일 등등.
어쩌면, 우리는 CEO나 VP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에 배우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디자인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밤을 새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 것 말이다 - ‘우리’의 문제 말고.
그렇다고 우리가 허접하게 디자인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계속 성장하고 ‘디자이너의 기예’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비지니스에 대해,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 또한 함께 시작하자. 그걸 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들은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고 회사뿐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