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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여자미국남자 Jan 19. 2021

코로나를 위한 작은 다짐

크리스마스 다음 날 

텍사스 휴스턴에 사는 시누이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어마어마해서 수에 약한 나는 읽지도 못할 숫자까지 되어 버렸다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FOOD BANK CEO로 계신 시어머니는 늘 밝고 긍정적이며

화상 통화를 할때면 언제나 웃고 계시는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다

그런 어머니가 울고 계셨다

울지 않으려고 하시면서도 내가 해줄 게 없어 더 안타까우신 듯 했다

시어머니는 휴스턴에서 차로 운전해서 가면 4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빅토리아에 살고 계신다

그 먼길을 운전해서 간들 격리중인 딸을 볼 수 도 없을 것이고

가서도 해줄 수 있는게 없기에 

우리가 가지 말고 어머니 건강을 돌보시라 하니

본인도 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미국은 우리와 달라 확진 판정을 받아도 병원으로 바로 보내지 않는다

말 그래도 집에서 자가 격리이며

필요한 보급픔, 약품을 받기 위해서는 시청 페이지에 들어가서 본인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걸 시어머니 본인이 다 알아내셔서 일일이 링크를 딸에게 보내주시고 계셨다

그리고 면역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목록을 찾아서 구매해서 소포로 보내실 거라고도 하셨다


어머니의 정성 탓이였는지 시누이는 가벼운 기침 몇번을 하고 14일 격리 기간을 무사히 마쳤다


어머님과 기뻐하며 화상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회사 직원들이 둘이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있다 한들

여러곳에서 음식을 싣고 오고 또 그 음식들을 배달해 주러 가는 트럭 기사들이 

얼마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지 알길이 없고

잘 지켰다 한들 너무 많이 퍼진 코로나에 마스크 하나에만 의지하기엔 무리가 있나보다


둘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노파심에

어머님도 테스트를 하였는데 양성 판정이 나왔다

본인의 양성 판정에는 여전히 웃고 계신다

신랑이 겨울 캠프가 끝나면 우리가 미국 갈 수 있다고 하니

우리가 코로나에 노출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며

너희는 한국에서 같이 기도해 주면 된다고 하셨다


신랑이 처음부터 얘기를 잘 해 둔 탓인지 

처음 화상 통화때부터 시어머니는 그저 나를 이뻐해 주셨다

영어 영문학 전공으로 어딜가나 영어를 참 잘하시네요 라는 소리만 들었던 나는

왠일인지 신랑 앞에서는 문법을 무시한 영어를 잘도 내 뱉는다

급한 마음에 주로 동사를 자주 빠트린다

그런 나를 신랑이 지적하면 시어머니는 오히려 신랑한테 나쁘다 하신다

그렇게 지적질 안해도 잘만 알아 듣겠구만 굳이 왜 그러냐구 내편을 들어주신다


딱히 잘 해 드린 것도 없는데 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며

본인의 반지를 하나 물려주시며 신랑에게 청혼할 때 쓰라고 해주셨다

로맨틱 이벤트와 거리가 먼 신랑은

"엄마가 이거 주래~" 

라고 어머니와 내앞에서 반지를 내밀었고

어머니는 눈을 흘기셨더랬다


가끔 어머니 신랑이 이래이랬어요 하면

"남자들은 가끔 뇌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없이 행동하나 몰라~" 

라며 같이 욕해주시면서 내 마음을 다독거려 주신다


그런 천사같은 어머니가 양성이라니

가까이 살면 한국 음식이랄지라도 이것저것 좀 해서 

문앞에 배달해 드릴텐데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다

다행이 아무런 증상도 없으시고

(신랑은 우리가 걱정할까봐 있어도 없다고 할 거 같단다)

안색은 좋아보이시니 내가 할 일이라곤 정말 기도밖에 없는 듯 하다

그래서 결심한게 어머님이 회복되시는 동안만이라도

커피 끊기!


알량만 커피이지만, 굳이 마시면 안된다 정하고 나니

매 순간이 커피 마시기 정말 좋은 순간인듯 느껴지고

커피한잔 내려 우유에 타 먹어도 정말 행복하겠다는 사심이 든다

나는 이렇게 하찮은 인간이다

금식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커피 하나 끊어 본다고 선언하고

선언 후에도 매일 신랑 커피를 타주면서

한 모금만 마셔볼까 스스로를 유혹해본다

어머님을 위한 기도가 아니고 

내 안의 유혹을 이겨내는 나를 위한 시험의 기도를 시작한 듯 하다

어떤 기도가 되었건 어머님이 코로나를 잘 이겨내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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