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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여자미국남자 Jan 19. 2021

니편, 내편, 남의 편

어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신발 가게 아저씨가 자신을 무시하는데 남편이 자기 편을 안 들고 가게 아저씨 편을 들어서 

그 순간 이혼을 결심했다고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우리 이혼했어요’ 라는 프로에서도 

선우은숙 님이 남편과 이혼 사유를 남편이 평생을 자기 편을 안 들고 

자기가 싫다고 하는 동료 여배우 편만 들어서

심지어 선우은숙 님을 그렇게 괴롭혀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싫다고 하는데도 

남편은 그분과 함께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러 다니는 베프 였다고 한다

아, 생각만 해도 그 세월을 어찌 살아 내셨을까 너무 안쓰럽고 짠하다

그 프로에 너무 몰입을 했나?

남편이 뭐만 하면 “이거 이거 이 남자도 똑같이 내 편 안 들고 남의 편만 드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온다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은 여자였나? 




여자들만이 아는 어떤 미묘한 감정과 기류가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어도 입으로는 아주 상냥하게 말을 내뱉고 있으나 

그 밑에 깔린 bottom line 은 나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기가 막히게 잘 알아 차리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나를 위 아래로 훑여보는 그 눈빛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분이 상했다구요

그런데 남편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저 내가 민감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미국사람이라 그런 의도가 아니였을텐데 

내가 한국적으로 해석한게 아닐까 라는 덧붙임까지

그래 내가 민감할 수도 있지

내가 좀 오바해서 느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당신만은 그런 기분을 느꼈냐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건데

그이는 그저 내가 자기 친구를 욕한다고는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실랑이가 시작되다 화가 나면 막말하는 B형 남편이 

“너가 이런 마음이다 보니까 이런 게 느껴져서 그 친구가 너 한테 잘 안 대해줬나 보지, 

난 그 친구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

여기서 정말 소위 말하는 깊은 빡침 – 조절하고 싶지 않은 분노가 일었다

그래서 나도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어느 여자가 길에서 성추행을 당했어, 놀래서 신고했는데 사람들이 당신 옷차림이 이상하네요, 

이래서 뭔가 성추행 당할 여지를 줬나봐요라고  편견 어린 말을 해주는 것.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데, 그 아이한테 왕따 당할 만한 짓을 했겠지 라고 말하는거. 

즉 피해자에게 너가 그렇게 당할 만한 여지를 줬겠지라며 가해자 편을 들고 

피해자에게 네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당신은 지금 아주 똑같아. 

게다가 지금 그 말은 당신 와이프는 믿지 못하고, 당신 와이프는 평상시에 어떤 사람인지 몰라? 

그런데 당신 와이프는 뭔가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당신 친구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거야.  

한국 남편들이랑 똑같애. 남편에게는 그럴만한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항상 친절한 사람이야, 

문제가 생겼다면 당신 잘못이지라고 말하는 한국 남편들과 당신도 똑같애. 

대상만 바꼈을뿐 아주 똑같은 사람이라구! 그렇게 나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도대체 나랑 왜 결혼했니? 

나도 당신 같은 사람이랑 못 살겠다”

그러고 주섬주섬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이미 어떤 일에서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가 않고 그가 뱉은 말들에만 집중해서 

마음속에는 최대치의 높은 용암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말렸고 나 또한 내가 뭐하러 이 밤중에 집을 나가겠어, 

나가더라도 내일 아침에 나갈거라고 응수했더니 그가 웃으며 말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너야,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너를 위한 거야. 

내가 화나면 니가 한 말에 상처 받아서 나도 아무 생각없이 나쁘게 받아치는거 알잖아. 

그건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싸우지 말자. 사랑해”

이 말들이 와 닿지가 않았다

사랑은 개뿔, 내 편 아니면서

그래서 그가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 요리도 거들떠 보기도 싫고 

요리 하며 잔뜩 만들어 놓은 설거지 거리도 대신 치워주고 싶지 않아 이틀째 그릇들도 방치되어 있다

자기는 일하느라 시간이 없는데, 그 일도 나를 먹여 살리느라 혼자 열심히 일하는 건데 

지금 설거지 해주기 싫다는 거냐며 남편이 중얼거린다

그냥 이번만은 나도 맨날 모든걸 당신 편하게 다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내가 안하면 당신이 얼마나 불편한지 좀 느껴보라는 복수심

여러 가지 감정으로 툴툴 거리고 있다



내편의 기준점은 과연 어디일까?

친구 오빠가 하루는 친구한테 토로 하더랜다

도대체 얼만큼 편을 들어줘야 와이프는 “내편 안들어 줬잖아” 이말을 안하는 걸까라고

우리가 남편들에게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내편이 되기를 바라는 걸까

그런데 좀 그러면 안되나요

하늘의 별처럼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단 하나인 당신만은 그냥 이유없이 아무 때나 내편 들어주면 안되나요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하지 말고, 일단 내편 부터 들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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