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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Feb 15. 2019

수련일기_출산 후 처음 하는 요가

10개월 동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임신소식을 알고 안정을 핑계로 요가에 조금 게을러진 건 사실이다. 습관을 들이기는 힘든데 망치기는 너무나도 쉬웠다. 그래도 8년 정도 꾸준히 해왔었는데 10개월의 공백기 동안 이만큼이나 망가졌을 줄이야.


 출산 다음날 몸이 너무 멀쩡해서 병실 밖도 막 돌아다니고 옷도 단출하게 입고 다녔다. 그러다 조리원 들어와서 몸이 이전과 다름을 느끼고 부랴부랴 긴바지에 둘둘 싸매기 시작했다. 산후풍이나 산욕기 관리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 유난이라 생각했었는데 유난 떨어도 될 만큼 중요한 시기이긴 한 듯하다. (막 굴렸던 기간 때문에 6개월 후가 두렵다.)


 산욕기에 관절이라도 상할까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았다. 6주가 지나자마자 매트를 깔고 가볍게 몸을 풀어보았다. 그런데 아주 기본적인 전굴 자체도 안되고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디아나 반다(코어)의 힘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게 10개월 동안 꾸준히 커져온 내 배에 힘을 줘본 기억이 없다. 아기 공간이 좁아질까 갑갑할까 싶어 자연스럽게 들어가던 힘도 풀었었는데 힘을 줬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물라 반다(회음부)는 잡아도 잡힌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반다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동작들은 힘없이 관절에 걸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 아사나를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산욕기 기간 동안 오로 배출 때문에 물라 반다 수련은 어려웠을지 몰라도 복부 힘 감각 정도는 익혀둘걸 그리고 정말 가벼운 맨손체조 수준의 스트레칭 정도는 해둘걸 아쉬움이 밀려온다.


 오래된 선로에 방치되어있던 기차를 움직이는 것처럼 내 관절, 근육 하나하나가 움직이면서 쇳소리를 내는 것 같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호흡으로 기름칠을 한다. 처음 시작은 충격적이었으나 10여분이 지나니 몸도 조금씩 감각을 되찾는 것 같았다. 피니싱 동작의 시르사사나에서 온몸이 젠가의 마지막 탑처럼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며 첫 번째 수련을 마무리했다.


 코어 힘이 부족해서 호흡도 예전 같지 않다. 다리 뒷 근육은 엄청 단단하게 굳어있다. 손목과 무릎을 보조해주던 근육들도 많이 빠졌는지 무게가 온전히 관절에 실리는 게 느껴진다. 변화한 내 몸과 내 삶과 꾀죄죄한 내 모습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매트 위에서 과거의 나를 찾고 있었다.


 변화는 받아들이고 나아질 방향을 바라봐야지. 지금은 한 시간 온전히 매트 위에 있기도 쉽지 않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나도 내 몸을 천천히 점검하며 복원해야겠다. 언젠가 아기의 밤잠이 길어질 때 나도 조금은 더 나아진 몸으로 꾸준한 수련을 다시 할 수 있겠지.


 육아를 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한번 더 느낀다. 그리고 마음의 단단함을 위한 명상 수련도 꾸준히 해야지 다짐한다.

 나를 온전한 나로 마주하는 매트 위

 앞으로 수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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