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후진 세상에서,
바흐 테라피(Bach Therapy)

위대한 일상 2023

 바흐 테라피 Bach Therapy


일 년 동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만 들었다고 했다.

너무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바흐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도, 힘들고 지칠 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나기를 바랄 때,

그럼에도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 될 때,

바흐를 듣는다.


글렌 굴드의 연주로 더 유명해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로 시작해서 30개의 변주곡이 쉼 없이 이어지고,

다시 아리아로 끝을 맺는다.

아무런 의욕이 없거나, 삶이 허망하고 지칠 때, 바흐를 들으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바흐의 음악엔,

그런 힘이 있다.


그렇게, 어제도 종일

바흐를 들었다


바흐의 단조로운 선율은 마치 흐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표시해 주는 것 같았다.

"시간은 이렇게 흐르고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연주를 들으면,

나도 '시간의 톱니바튀 안'에서 함께 있었다.


아무 의욕이 없는 나의 팔을 바흐가 붙잡고서 일을 하는 듯 헸고,

나의 다리를 붙잡고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 놓는 듯했다.

그렇게 종일,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어제는,

바흐만 들었다.


권력이 아닌 권한을 원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갖고 싶었다.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나라의 일꾼으로 부리고 싶었다.


그는 부지런했으며, 발전해 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기엔,

너무 후진 세상이었다.


후진 세상을 잊기 위해 바흐를 들었다.

아... 이래서 예술이 필요한 거구나...

음악, 미술, 문학과 같은 예술은,

"세상의 느낌이 망가져 갈 때 그것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는 박문호 박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렇게,

 바흐를 들었다.


수십 개국의 정상들과 만나서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고 대통령이 미국을 누비는 동안,

비루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동지를 팔아먹는 후진 세상을 바라보며,

종일 바흐를 들었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망쳐왔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처럼,

후진세상? 상관없다.

나는 내가 그리는 아름다운 나라에 대한 꿈을 단하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까.

이렇게 바흐를 들으면서...

바흐 테라피

Bach Therapy



ps

글랜 굴드의 연주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그럼에도 이 변주곡을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임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실황에서 흥얼거림은 그의 특유의 버릇인데, 녹음에 그대로 담겨있다.



유튜브에는 여러 버전이 올라와있다.

1955년

https://www.youtube.com/watch?v=Cwas_7H5KUs


그리고 1981년 연주.

글렌 굴드는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1981년 실황 이듬해인 1982년 9월 27일 뇌일혈로 사망했다.

51세라는 이른 나이였다.

그는 평생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여러 차례 연주했는데,

81년의 연주가 마지막이었다.

이 연주 실황의 마지막 아리아를 들어 보면,

무척 느리다.

나는 이 연주를 들을 때마다 , 굴드는 이 곡과 헤어지기 싫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나고 자랐던 캐나다의 토론토, 그의 묘지 비석에는,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첫 아리아, 첫 몇 마디가 새겨져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묘비에 얹어진 꽃처럼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이래서 예술이 필요한 거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바흐와 굴드에게 감사한다,

바흐를 들으며,

이재명 대표를 응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4yAB37wG5s


https://www.youtube.com/watch?v=G7EEACEefH0




매거진의 이전글 스톱 오일,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