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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울지마...

위대한 일상 2023년  9월 19일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를 그린 영화다.

화재로 무너져 내린 성당에 대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지나간 일임에도 그날의 긴장이 영화를 타고 전해진다.

30년 전, 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사가 한마디 없는 영화에서도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작품이다.

장 쟈크 아노 감독은, 영화 '베어'에서,

어쩌면 말이 필요 없을 엄마와 아기, 어미곰과 아기곰의 사랑을 너무가 가깝고 세밀하게 보여주었다.


이번엔, '노트르담 온 파이어'에서,

프랑스 사회의 어처구니없는 현실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최고의 문화재라고 칭송하지만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보수현장과,

성당의 불길이 거세게 불타고 있는데, 교통체증으로 현장에 오지 못하는 소방차와

급박한 상황에서 열차를 놓치고, 결국  대여 자전거로 현장으로 오는 성당 관리 책임자..

가까스로 도착해서도, 성당이 불에 타고 있는데,

대여 자전거를 제자리에 꽂느라 시간을 보내는 어이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럴 수가 있나?라는 궁금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고, 결국 실소를 하게 되는 장면까지,

프랑스인 감독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여과 없이 담긴 이 영화엔,

대통령의 실재 현장 방문 장면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이 허술한 프랑스 사회, 최고의 고딕성당의 지붕과 첨탑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 허술한 프랑스 사회에 대한 뼈아픈 지적들 속에서도,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몇몇 대목이 있었다.

"문화재라고 하지만, 우리에겐 돌덩이일 뿐입니다.

돌덩이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작전의 위험성을 설명하던 중간 간부의 말이었다.

그리곤 덧붙인다  "대통령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결국 작전은 수행된다.

현장을 총괄하던 지휘관은 작전 투입조의 팀장에게 말한다.


"살려서 데려오게."



이 말이 부러웠다.

살려서 데려오게...

우리는 살려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나가서 죽게 했는데...

지휘관이라면, 상사라면, 저랬어야 하는 것 아닐까..

"부하들을 살려서 돌아오게"라고 명령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국가가 책임지지 못해서 죽어간 모든 이들이 떠오른다.

모든 가해자들이 숨어버린 슬프고 억울한 죽음들...

철학자 박구용 교수는 말한다.

"가장한 억울한 죽음은 자기가 왜 죽었는지 모르는 죽음이에요"


영결식장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며,

하늘에서 망자가 보고 있다면 그랬을 것 같았다.


 '엄마 울지마'..


자식을 잃은 부모가 정부에 감사를 전하는 손 편지가 공개되었고, 보도되었다.

가해자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원인을 규명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들을 챙기고 있다.

괴물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고 있을 수많은 유족들이 떠올랐다.


이 글을 쓰는 오늘 9월 26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상민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이 활짝 웃고 있었다.

야당출신 국회의장도 함께 활짝 웃고 있었다.

침팬지 사회를 이야기한 유시민 작가의 말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정부에서,

사람이 그립다...

자식을 잃은 어미를 달래주는 사람이 없는 정부에서

사람이 그립다...


#thegreatdays2023 le 19 septembre 어느 병사의 죽음

https://www.youtube.com/watch?v=k7qOwkW4P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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