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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프랑스 정부의 오만과
프랑스인들의 자만

프랑스, 코로나 징비록(懲毖錄) #02

프랑스, 코로나 징비록(懲毖錄) #01

코로나는 복불복인가?(2)

-불란서 코로나 징비록

프랑스 정부의 오만과 프랑스인들의 자만



2020년 9월 10일, 프랑스의 코로나 확진자는 1만 명에 육박했다.

공식 집계 9843 명

같은 날 저녁 20시 47분,

파리 시내 몽마르트르 근처 거리의 카페 모습이다.

9월 10일 20시 47분 paris rue des dames
9월 10일 20시 47분 paris rue des dames



9월 10일 프랑스의 확진자수는 9843명으로 1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 3월 31일 정점을 찍었던 7578명보다 2천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검사수가 늘어나며 확진자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름세가 가파른 것 역시 사실이다.



프랑스는 지난 3월 17일에서 5월 11일까지 55일간 강도 높은 '이동제 한령'을 실시했다.

두 달여 동안 프랑스 전체가 멈추었고,

국민총생산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동제 한령을 해재하며

6월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선언이 있었던 6월 15일 프랑스의 확진자수는 152명이었다.

열흘 뒤인 6월 25일은 확진자수가 0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하루 뒤인  6월 26일, 프랑스의 확진자수는 1588명으로 집계되었다.

대통령의 승리 선언 열 하루 뒤, 확진자는 정확히 10배 증가한 것이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8월 12일 2524명,

8월 19일 3776명,

8월 28일 7379명.

그리고 9월 4일 8975명으로 9 천명대에 육박했다.


상승세 중간중간 큰 낙폭을 보이며

(8월 24일 1955명, 8월 31일 2082명)

요요현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하락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확진자는 확연히 늘어나고 있지만,

프랑스 사회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늘어가는 '수치'는 '숫자'일뿐이었고,

방송과 언론은 아직 병상수가 여유가 있으며,

지난 3월 1차 대유행 때와는 달리,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충분하고, 다양한 대비책이 있으니,

똑같은 위기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앵무새처럼 보도하고 있었다.


일부 언론의 보도로 시민들의 마음이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이 코로나를 여유 있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들을 안이하게 만든 정부의 행보였다.


국민들에게 철저한 위기의식과 자기 책임을 강조하며

프랑스는 연례행사인 '투르 드 프랑스'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투르 드 프랑스'는 여름철 3주간 프랑스 전국을 일주하는 사이클 경기다.

10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나는 도시마다 연도에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당초 7월에 열리던 경기는 코로나로 9월로 연기되었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경기는 예정대로 개최되었다.


프랑스에서 현제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부슈 뒤 혼 주'의 니스에서

8월 29일 프랑스 전국을 사이클로 질주하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8월 29일은 확진자가 7379명을 찍은 이튿날이다.

주최 측은 연도에 대회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사이클 선수들의 속도가 낮아지는 고지대 코스는

응원인파들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관람객 접근을 금지시켰다.

모든 참가팀은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팀에서 2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실격'처리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지난 9월 8일, 열흘째로 접어든 일정에서 나온 확진자는

선수도 관객도 아닌 투르 드 프랑스의 총책임자인 크리스티앙 프뤼돔 감독이었다.


매년 대통령은 투르 드 프랑스를 격려차 방문했다.

올해는 마크롱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방문했으며,

2시간 이상 프뤼돔 감독과 행사차량(승용차)에 동승하여 이동했다.

프랑스 내무부의 수장인 쟝 카스텍스 총리는 즉시 검사를 받았으며,

음성 판정이 나왔으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총리 관저에 격리되었고,

국무회의 다시 화상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체면이 땅바닥에 떨어진 꼴이었으나

프랑스 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사태 초기부터 늘 보아온 장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의 반복하여 엇갈린 행보를 보였으며

무력한 대처능력을 일관되게 지속해온 터였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 '이동제 한령'을 실시하며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치렀다.

이동을 자제하라는 당부와 함께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사태 초기부터 방역의 수장 격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마스크는 감염된 환자와 의사를 제외하곤 쓸 필요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었다.

그렇게 말하던 장관은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 지방선거에 다하기 위해 장관직을 떠났다.


마크롱 정부는 코로나 사태 한복판에서

보건부 장관을 파리 시장 후보로 내 세우기 위해

보건부 장관을 교체한 것이다.


정부의 어설픈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해

5천 이상의 군중이 운집하는 것은 법으로 막았으나,

지난 8월 18일 테마파크 '퓌 뒤 푸'는 예외적으로 9천 명의 입장객 승인을

별도로 지방 자치단체장 명으로 허용되었다.

'퓌뒤푸'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공개하며 찾은 첫 방문지였다.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코로나 대책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시간, 9월 11일 14시 37분.

이미 오능 오전 11시부터 대책회의가 진행되었으며,

담화의 형식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분적인 영업제한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들이 예상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한 가지 확고해 보이는 것은

'이동제 한령'과 같은 강력한 제제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과연, 프랑스는 또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지금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파른 상승세에도

프랑스 정부는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발맞춰 프랑스 인들 역시

코로나 사태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매일 밤 파리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며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파리시와 프랑스는 이동재 한령이 해제된 이후 식당의 경기 진작을 위해 인도와 도로변 야외테이블 설치를 전면 허용했다.  역설적으로 프랑스 전역은 코로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북적이


-나는 파리의 우버 운전사.


ps

2차 유행도, 겨울철 환절기 감기도 오지 않은 지금,

이제 맞게 될 2020년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끼리 모이는 풍습이 있다.

올겨울 온 가족이 둘러 모이는 프랑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어떻게 재현될까?

프랑스 정부, 마크롱 대통령의 오만과

프랑스 인들 특유의 자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만약 코로나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 나라다.

그런데 그렇게 운이 좋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기온이 잠시 20도로 떨어지자 기침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었다.

그들은 감기 환자인가? 코로나 환자인가?

겨울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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