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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의 음악강의와
배우 이선균

위대한 일상 2023년 12월 27일

그의 미소를 그리고 싶었는데

그리다 보니 그 미소가 쓸쓸해 보였다.

왜일까...

분명 활짝 웃는 사진이었는데,

그의 죽음이라는 소식에, 그에 대한 기억에, 안타까운 마음이 펜 끝으로 흘렀나 보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분노, 안타까움 ,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까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말'이 '단어'가 요즘처럼 '어이없게' 느껴지는 시절도 없었다.


가장 '공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정'과 '정의'를 말하고,

가장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이 '국민'을 위한다고 한다.

19시간 조사를 하고도 '강도'있는 수사가 아니었다고 하고,

죽고 나니 '애석'하다고 한다.

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말과 팬으로 사람을 죽이는 시대에,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음악은 아무것에 대한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음표일 뿐이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 강의에서, 번스타인의 말이었다

아무 뜻도 없다?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아무것에 대한 것도 아니다?

혼동스러웠다..

늘 무언가를 많이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번스타인의 말은 낯설고, 또 낯설었다.


허망하게 떠난 배우를 그리며,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 번스타인의 말이 와 닿았다

그래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다

그저 보는 사람, 듣는 사람이 느낄 뿐...

이선균의 미소를 그리려고 있는데

활짝 웃는 미소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펜이 그렇게 흘렀다...


그는 떠나고, 그의 작품만 남았다

그가 어떤 잘못을 했건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죄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돌을 던지는 사회...

그래서 아무 말도 의미가 없는 사회...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든 보호받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무도한 무리들이 사라지기를, 그래서 또 다른 희생자는 없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무도한 괴물들에게 하늘이 벌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IMG_20231227_0003.jpg

#thegreatdays2023 le 27 Decembre

Parasite actor Lee Sun-kyun found dead in Seoul


Parasite actor Lee Sun-kyun found dead in Seoul 배우 이선균의 죽음과 좀비사회.JPG
Parasite actor Lee Sun-kyun found dead in Seou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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