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트로트와 클래식, 답을 주는 예술과 질문을 던지는 예술

두번째 수다

두번재 수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너무 얽히고설켜 있어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

대충, 그동안 쌓인 것을 읊어보자면,

 

'트로트와 클래식, 바흐와 랑랑, 음악과 상상력, 미술의 상상력,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미친 연주자의 미친 상상력 그리고 불닭볶음면, 

모차르트와 류현진, 노무현과 클래식 애호가 등등이 있는데,  

모두 너무 얽혀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음..

그럼 간단한 것부터 그냥 하나씩,..?"

 

대화 2 - 트로트와 클래식 그리고 노동요


 "언젠가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주제가 있어,

바로, 클래식과 트로트.


최근, 아니 한참 전부터 한국의 트로트 ,  

소위 트롯 열풍을 보면서

한편 신기했고, 다른 한편 불편했거든..


 

신기한 건, 

어떻게 저렇게 트로트가 온 나라를 덮은 것처럼 대유행이 될 수 있었을까? 였고

불편한 건,

난 소위 그 트롯 열풍을 일으킨 방송국이 맘에 안 들거든

사라져야 할 사회악이라고 보는 편인데.,,

이렇게 대박을 내버리니..  아이고 사라지긴 틀렸구나... 란 생각에 우울해졌고


 

하나 더 덧붙이면,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뽑아내는 것이 신기하기보단 불편했어, 

저 어린 나이에 대체 사랑에 대해 뭘 안다고 저렇게 부르나.. 싶었거든


 

그리고 결론적으론,  

왜 트로트는 저렇게 인기가 많은데 

클래식은 저렇게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할까... 

왜 그럴까.. 그게 참 궁금했어.


 

암튼, 왜 트로트가 더 선풍적인 인기일까? 생각해 보면,  

옛날에 박사 준비과정 때 한 발표가 생각나,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더 고전적인 미학 언어들이 각광받는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과 논쟁 중에 내가 그랬거든,  


"하루 종일 슈퍼에서 물건 정리하는 아르바이트 하고 나면  

지쳐서 집에 가서 어려운 추상 이론 공부하기 힘들어요."

  

뭐 이렇게 울며불며 매달렸거든, 점수는 따고 봐야 하니까.

그러면서, -무작정 우길 수는 없으니까  

나도 유명한 글한 줄 또 인용해줬지,

어려운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적인 이론가였던  

클래먼트 그린버그의 글 중에서 이런 대목이 있어,


« 그러나 러시아의 사정상

농부는 먹고살기 위해 온종일 고되게 일해야 하고  

그가 사는 환경이 거칠고 불편하기 때문에, 

피카소를 즐기는데 필요한 훈련을 받을 만한 여가와 에너지.  

안락이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

(클래먼트 그린버그 , 예술과 문화 중에서)   

  
  

그랬던 거야...

트로트는 노동가였던 거야

지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시민들에게  

밥 먹는 시간 수다 떠는 시간 차로 이동하는 시간  

이런 쉬는 시간이나 노동의 시간엔 부담 없는 음악이 최고인 거야..


 

« 피카소가 원인을 그린다면, 레틴은 결과를 그린다.

레핀은 관람자를 위해 이해하기 쉬운 예술을 만들어 관람자의 노력을 덜어준다. » 

(클레멘트 그린버그/ 예술과 문화)


  

난 그린버그가 한 말 중에 이 말이 제일 멋진 말인 것 같아

물론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냥 이 말이 제일 멋졌어.

레핀은 답을 주는 그림을 그린 거고,  

피카소는 질문을 던지는 그림을 그린 거야..


그래서 레핀의 그림은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피카소는 생각을, 수고를 해야 되거든..
 

일리야 레핀 , 불청객 (이미지 출처 : https://choualbox.com/sqwuz)


 

레핀의 그림을 보면,  

어쩌면 어떻게 저렇게 순간의 감정을 잘 포착했을까? 놀랄 정도로

넋을 놓고 들여다보게 돼.. 음..


 

그런데 피카소의 그림은?


피카소, 게르니카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Guernica_(Picasso))



대개는 보면 이게 뭐야.

아님 뭔 말을 하는지..

하게 되는 거야..

어쩌면 이게 모더니즘의 정수일 텐데

(그림에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사는 것도 바쁘고 힘든데,

예술을 보며 또 힘들라고? 이건 아니지.. 가 되는 거지..


 

고백하건대..

나도 일 마치고 집에 갈 땐 무조건 에즈원 들어.. 아님 가요나..

하루 8시간 넘게 운전하며 클래식만 듣다가  

집에 가는 길에까지 클래식 또 들으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모차르트를 들어도 토나와..


 

그러니까 적어도 내겐 클래식 듣기는 하나의 공부 인 셈이야..

아름다운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클래식은 내가 원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결과물이거든..

그래서 죽도록 듣고 또 분석하고 느껴보고 뭐 그런 거지..


 

그리고 내겐 공부 같은 클래식을 사람들에게 죽어라고 권하는 이유는

계속 듣다 보면, 정말 좋아하게 되는 한곡을 만나는 순간이 오거든..  

그리고 그 한곡으로 무진장 위로를 받게 되는 순간이 오거든.. 

또, 어떤 음악도 그렇게 오래 들어도 안 질릴 수는 없거든..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래서 트로트가 노동요라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그럼 어떤 노동요일까?

왜 클래식이랑 다르지?

이런 질문을 하면서 한참을 달리던 날이었는데

아..

찾았어.

그 답을 찾게 해 준 곡은 랑랑이 연주한 바흐의 를 들으면서야

아.. 이거다..

이곡은 클래식의 트로트다..

바로 이 연주야..

한번 들어봐..

바흐를 연주했는데.. 음.. 뭐랄까.. 유행가 같아..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이제 돈 벌러 가야겠어.."


파리의 우버 운전사.

https://www.youtube.com/watch?v=_fvHYbYDrpU
 

랑랑이 연주한 바흐 1068번 G선상의 아리아 관현악 편곡본.


매거진의 이전글 베토벤과 관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