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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를 잊게 해 준, 박종성의 하모니카

파리에서 본 세상

정치 시사뉴스들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은, 정치를 통해 결정된 일들이 우리 삶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이성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코미디보다도 웃기고, 어떤 드라마보다도 막장인, 한국 정치 시사 프로그램들이 주는 중독성이 있었다.

9.11과 코로나에서 보았던 그 상상 이상의 일들, 한국 정치에서,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었다.

현실이 늘 허구보다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슬픈 중독성이었다.

무도한 권력과 무지하고 무능한 정부...

그리고 그 권력을 향한 조롱과 야유들...

모두 다 같이 시간과 돈낭비를 하는..

그렇게 침몰하는 사회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국민만을 위하한다는 정부가 매일 쏟아내는 성의 없이 준비된 정책들이 코미디의 소재로 녹여지고,

군대에 간 젊은 청년이 명령을 수행하다 죽었는데, 명령한 지휘관은 없는...

드라마에서도 쓰지 않을 플롯이 매일매일 전개된다.


그렇게 끊기 힘든, 정치 시사를 잠시 멀게 해 준 음악을 들었다.

사람의 숨으로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였다.

사랑스러운 소리였다.

화를 걷어내고, 미움과 나쁜 생각, 나쁜 것들을 걷어내주는 음악이었다.

안개가 깔린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잠시나마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었고,

고귀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같은 음악이었다.

시간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음악이었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증오보다는 화해를 이야기하는 음악이었다.

그래서 늘 사랑이 답이고, 사람이 희망이 아닐까... 생각하게 해주는 음악이었다.

그의 음악을 유튜브로 공짜로 듣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예술이 의미가 있다면,

잠든 감각과 쓰지 않는, 쓰이지 않던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증오와 분노가 남긴 감정의 그을음을 닦아주는 것은 아닐까.


정치 시사를 아마도 끊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소외받고 힘없는 약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지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외면하지 못할 것 같다.

뻔뻔하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의 끝을 꼭 보고 싶어서도 못 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중간중간에는 이런 음악으로 잠시 나를 씻고 갈 것이다.

선운사 아침 안개에 몸을 씻듯이..

역사는 너무 쉽게 우리를 망가뜨리지만, 나까지 망가지고 싶지도 않고, 또 지고 싶지도 않다.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을 것이고, 정의는 더디더라도 꼭 올 것이다.

그때까지, 상막한 내 가슴에, 시간낭비당한 내 머리를 틈틈이 채워줄 것이다.

우리는 형편없지 않다고,

우리나라는 형편없는 나라가 아니라고,

너무나 멋있는 사람이 많은 나라라고,

사실을 깨닷게 해주는 이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좋은 사람들, 좋은 정치인들을 응원하며,

좋은 예술들과 좋은 사람들을 선한 사람들을 믿고 갈 것이다.

멋진 연주에 감사한다.

아름다운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jongseongpark

https://music.bugs.co.kr/album/20636113?wl_ref=list_ab_01


https://www.youtube.com/watch?v=Yj7m0699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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