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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이 평등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파리에서 본 세상

오랜만에 라디오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흘렀다.

19번이었다.

아주 오래전 친한 벗이 남기고 간 2장짜리 CD가 있었는데,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모음집이었다.

명반이었다. 

누구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호평받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브렌델의 연주가 좋았다. 

중년의 나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연주엔, 

포근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과 또 아이가 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마도 모차르트음악에 대한 이 말 때문이었을게다.

"아이들에겐 한없이 쉽고, 

어른들에겐 한없이 어려운 것이, 

모차르트 음악이다."


정말 꼭 맞는 표현 같았다.

아이가 되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성서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들어야 하고 

또 연주해야 하는 것이 모차르트의 음악인가 보다.. 생각되었다.


그렇게 모차르트도 늘 아이였는지도 모른다.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는 626곡의 아름다운 음악을 남기고 떠났다. 

포만감독의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독백 

"그의 음악은 이미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었던 거다"라는 말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첫 음을 적는 순간부터, 그냥 그 음을 따라 옳고 적었을 뿐인 것 아닐까. 

그냥 음악이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그냥 알았던 것 아닐까. 그래서 영화에서 살리에리는 말한다.

"그는 음악이었다."

이 말엔 동의한다. 그는 음악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한 문장이 목 뒷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모든 음이, '평등'하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반복되는 선율들,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음들,

그리고 피아노뿐만 아니라 모든 관현악 악기들의 소리들이,

모두 함께 울리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버려진'음이 없었다.


누군가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선율이 반복적이라고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다시 그 멜로디를 피아노가 반복하는,

그런데 나는 이것이 반복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아름다웠다. 

마치 바람결에 버들나뭇가지가 반복적으로 흔들리듯, 

바람은 수면을 가르고 비스듬히 그 흔적을 남기듯..

그저 자연에 똑같이 공존하는 아름다움들이 반복적이라고 가벼이 여겨지지 않듯이, 

모차르트의  모든 음들은 그렇게 저마다 소중했고 모두 평등했다.


음악을 들으며 서글폈다. 

집중해서 들으면 눈물이 날듯했다.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한데, 세상엔 이토록 이해되지 않는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의 음악 안에서 모든 음이 평등했고, 모든 소리가 존재의 이유를 채우고 있었으며,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추한 세상에 있기에 그의 음악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9.11 이후 이제 아이들에게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똑바로 일러주어야 한다고, 한 철학자는 말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부자들의 삶을 가난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살았던 시대는 없었다고 말한다.

한쪽은 기아로 죽어가고, 다른 한쪽에선 먹방이라며 배가 터지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권력에 가까운 사람은 어떤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고,

권력에 먼 사람은 아주 작은 잘못에도 감옥에 갈 위험에 처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 마저도 참 힘든 요즘,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다.

그래서 예술이 필요한가 보다...

모차르트는 참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구나..

너무나 불공평한 세상에서, 

어떤 한음도 가치 없는 음이 없는 그의 음악은,

우리 세상에서 그 어떤 생명도 하찮게 취급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

모차르트에게 감사를,

불평등한 세상에 치유를,

무감각해지는 세상에 반성을,

무너져가는 사회에 변화를,

그의 음악 같은 세상이 올 때까지,

모두 사랑받는 세상을,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모차르트를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SRL9qnkwb8w


영화 엘비라 마디간으로 더 유명해진 22번

https://www.youtube.com/watch?v=7-WoXsL2Z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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