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본 세상
눈물의 방.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옆에 딸린 작은 방의 이름이다.
콘클라베.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가 시스틴 성당에서 진행되는 동안,
이 작은 방에는,
새로운 교황이 입을 제의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고, 발코니로 나아가 신자들에게 첫인사를 하기 전,
이 방에서 새 의복을 입게 되는 곳이 바로 눈물의 방이다.
왜
어째서 눈물의 방인가?
나도 모르게 물었고, 나도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오래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프랑스의 성지인 루르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구름 같은 신자들과 치유를 위해 그곳에 온 환자들이
교황의 주변에 빼곡히 들어찼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성모님이 발현하신 곳이라 전해진 작은 동굴 앞에서,
교황은 홀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묵상에 들어갔다.
신의 대리자인 교황이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하는 동안,
그의 주변을 가득 채운 군중은
어느 누구도 소리 내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듯한 거대한 침묵이 이어졌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던 그 무서운 침묵은,
신의 대리인으로 교황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고뇌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했다.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듯했다.
교황이라는 직책의 한 성직자가,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모두 어깨에 짊어진 채,
하느님께 간구하는 그 모습을 보며,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를 위한 치유와 은총을 기원드리는 교황의 뒤에서,
모두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간절했던 순간이었다.
새로운 교황은 눈물의 방에서 새로운 제의를 입고 그 고난의 길을 걸을 것이다.
우리를 위해, 인류를 위해, 그 누구보다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길을 걸을 걷이다.
교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선만으로도 우리는 위안받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손잡아 주었듯이,
고통받는 사람 앞에서 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듯이,
그렇게 우리를 위로해 줄 새로운 교황을 기다리며,
눈물의 방을 거쳐 모습을 드러낼 교황을 위해 기도한다.
인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만나신다면,
그 옆에서 교황님과 함께 기도하겠다...
아멘.
https://www.youtube.com/watch?v=4kTXstgF20E
ps카라얀의 음악을 올리고 보니, 카라얀과 나치의 인연이 떠오른다. 2차 대전당시 침묵했던 바티칸의 모습도 떠오른다. 신자가 사제를 탓할 수 없다고 하니, 사제를 위해 기도하듯, 교황님이 어떤 분이어도, 교황님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ps2.
프랑스인들은 참 귀엽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의미하는 하얀 연기가 오른 이후, 이번엔 '프랑스 국적'의 교황이 나올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다. '새로운 교황'이 아닌 '프랑스인 교황'을 고대하는 프랑스...
'라이씨떼 (정교분리 원칙)'을 목놓아 소리치는 나라에서 자국적의 교황을 고대하는 프랑스,
참 철없는, 가톨릭 국가답다.
ps3.
새로운 교황님을 만나다.. 5월 8일 19시 39분 (파리시간)
레오 1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