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스퀘어가 넘는 거대한 갤러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맑아서 천진남만하기까지 보이는 호크니 영감을 찾기도 전에, 눈을 압도한 것은 갤러리 입구부터 포진하고 있는 호크니 연배의 나이든, 한 눈에도 동성연애자인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영국 남자들이 뿜어내는 말할 수 없이 기괴하고 힘 찬 포스였다. 다들 70이 족히 넘었을 텐데도 마치 홀쭉하고 마디가 긴 영국 청년의 몸매에 족히 그 시절에 가장 댄디 했을것 같은 복장을 하고, 담배를 피워내면서, 뚝뚝 떨어지는 “영국말”로 서로 에워싸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말할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갤러리 안, 프론트 데스크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그 엄청난 “간지”의 영국 할아버지들이 도열하듯이 서 있었고, 그 힘에 눌러, 초현실적으로 화려하기까지 한 호크니의 풍경화가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마치 팀 버튼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광경이었다. 20십대의 그 남자들이 그대로 50년 동안 어디 가 잠이라도 자고 있다가 갑자기 깨어서 나타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