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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일상 2021
과소비와 멸종, 그리고 루이 뷔통을 위한 변명
위대한 일상 2021년 10월 5일
by
위대한 일상을 그리는 시지프
Oct 25. 2021
' overconsumption = extension ( 과소비 =종말 ) '
지난 5일 파리 패션 위크 루이 뷔통
행사중
에 등장한 슬로건이었다.
루이 뷔통의 아트 디렉터였던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가
선택한 올해 주제는 아니었다.
'overconsumption = extension ( 과소비 =종말 )'이라는 현수막을 펼쳐 든 것은,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단체였다.
나는 지구문제, 환경문제에
대한 그들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당시의 '시위 영상'을 뉴스로 보며 먼저 생각이 든 것은,
그 행사를 공들여 준비했을 스태프들과, 수많은 장인들, 모델들과
안전 요원들이었다.
"과소비=멸종'이라는 슬로건도,
말은 맞지만, 초고가 패션 행사장에 어울리지 않는 구호였다.
차라리 동물 보호 단체의 '모피 반대' 시위였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루이 뷔통이 '과소비'를 할 만큼 싼 물건일까?
패션쇼 주기가 짧아지며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어설프다.
방독면을 쓰고 행사장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그들을 보며,
'노이즈 마케팅'이거나, 그냥 '패션쇼'에 참가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지구온난화'를 비판하기 위해 '검은 기름'을 뒤집어쓰는 다른 환경단체들에 비하면,
그들의 '시위'야 말로 '사치'스러웠다.
'과소비'는 분명 '멸종'과 동의어일 수 있으나,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싶으면, '일회용 과소비'를 비판할 일이지,
가격이 몇 천유로 씩 하는 물건을 파는 곳 앞에서 '과소비'는 '웃기는 해프닝'이다.
패션계를 꼬집으려면, 차라리 방글라데시나 동남아의 초 저임금으로 감옥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노동자들 덕분에 '놀랍도록' 가격이 낮아진 '일반 의류'를 수입하는 업체와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시위'를 했어야 했다.
'
명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 시대에 가장 정교하고 뛰어난 작품들은 다른 어떤 '예술품'들 보다,
패션, 시계, 자동차와 같은 '
명품'들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치열한 경쟁이 부추기는 창의력과 찬문학적인
자본
,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동'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이기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에 메디치가와 같은 귀족들이 후원했던 '대가'들의 공방이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엔, 루이뷔통이나 샤넬 구찌 같은 곳이 '장인들의 공방'이다.
그들만의 세계라고 하면, 오산이다.
패션계의 '속살'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청색 계열의 두 가지 벨트를 두고 '고민 고민'하는 편집장과 스탭을 향해,
'콧웃음'을 날리고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던, '패션'에 무식했던 주인공에게,
'악마'같은 '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쏘아붙인다.
"이게 너완 상관없는 일이다?
넌 보풀이 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를 껴입고,
대단한 지성이나 갖춘 양 잘난 척을 떠는데,
넌 자기가 입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어,
그건 블루가 아냐 정확히 세룰린 블루야.
또 당연히 모르겠지만,
2002년엔 드 라렌타와 입생 로랑 모두 세루린 컬렉션을 했지,
세룰린 블루는 엄청 인기를 끌었고,
백화점에서 명품으로 사랑을 받다가,
슬프게도 네가 애용하는 할인매장에서,
시즌을 마감할 때까지,
수백만 불의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했어.
그런데 패션계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그 스웨터를
네가 패션을 경멸하는 상징물로 선택하다니
그야말로 웃기지 않니
?
물론 위의 영화 대사 중, 과도하게 '부와 빈' 구도의 '시니컬'한 표현이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 '수백만 불의 수익'이라는 대목을 생각하면,
명품 산업이 야기한 '소비'라 '전무'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너무나 사고 싶게끔 만들어서 '소비심리'를 부추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명품 업계를 향한 '시위'정도로 해결될 문제일까?
답이 나오지 않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앞서,
뷔통의 패션쇼의 시위를 보며,
일단은 '지구'보다 그 '사고'로 잘렸을 사람들이 먼저 더 걱정됐다.
그것도 가장 힘없을, 입구를 지켰던 건장한 흑인 안전요원들이 모두 해고되지나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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