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펠트 이후의 샤넬, 모델만 보이네...

위대한 일상 2021년 10월 6일

"정의? 평등? 그런 것을 찾으려거든, '공무원'을 선택해라,

패션의 세계는 덧없고, 위험하며, 불공정하다."


쇼를 앞두고 끊임없이, '워킹'을 계속하고 있는 모델들의 연습을 바라보며,

칼 라거펠트가 한 말이다.

샤넬의 수장으로 지난 2019년 타계하기까지 칼 라거펠트는

세계 패션업계의 '카이져', 그러니까 '제왕'이었다.

클래식 역사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있었고,

현대 미술계에 자신이 '중심'이라고 외쳤던,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 위원장을 지낸 하랄트 제만이 있었다면,

패션에는 라거펠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제왕들이 자신의 분야에 '국한'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면,

라거펠트는 패션계의 제왕을 넘어 '샤넬'의 '상징'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라거펠트는 여성복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 시킨,

'코코 샤넬'이라는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예술가'의 등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샤넬에 1983년에 입성했다.

프랑스의 명가 샤넬이 '자존심'을 버리고 '독일계' 디자이너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샤넬에 입성한 라거펠트는, 다른 무엇보다 먼저,

샤넬에 관한 모든 '자료'와 '기록'들을 가져오게 했다고 한다.

그가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한 '인물'이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는 세간에 회자될 말 큼, '뼈 있는' 독설'을 많이 남길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

사람은 혼자 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를 인터뷰하던 다큐 제작자에게 던진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여기서 '고독'이니 뭐니 그런 판에 박힌 말로 제발 해석하지 말라!"


라거펠트가 단순이 샤넬을 넘어 패션업계의 '제왕'으로 불렸던 것은,

그가 던진 새로운 '모드', '의상'에 대한 비전을 넘어,

그가 꿈꾸었던 '꿈'의 크기가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30분도 안 되는 시즌별 패션위크,

봄/여름, 가을/겨울, 이렇게 1년에 두 번이나 치러지는 행사를 위해,

그가 벌여왔던 작업의 스케일을 보면 '아연실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계의 제왕답게 파리에서 제일 큰 전시장인 그랑팔레를 주로 선택했던 그는

4000평방미터의 실내 전시장에 '샤넬'로고가 박힌 '아폴로 우주선'을 만들어 세우는가 하면,

심지어 행사 마지막에 이 우주선을 연기와 불꽃을 뿜게 하며 천장까지 솟구쳐 올렸다.


한해 전이었던 2017년엔,

그랑팔레 전시장 안에 '에펠탑'을 만들어 버렸다.


구조물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2019년엔, 전시장 내부에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이것은,

제왕이 마지막으로 '참석'한 '패션위크' 행사였다.


세상을,

자신들의 팬들을 다시 더 분명히 보려고 그랬을까?

아니면, 마지막으로 '눈'을 맞추려고 그랬을까?

피날레에 나타난 라거펠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 선글라스가 아닌 '투명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자신의 후계자가 될, '후계자가 되어야 할' ,

버지니 비아르 (Virginie Viard)함께 등장했다.


제왕은 떠나면서 분명하게,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30년간 제왕을 보필한, '2 인자'가 그녀 자신이었던 만큼,

수많은 인력들과 다수의 공방들을 '운영'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올해 그녀가 내놓은 샤넬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을 보니,

모델들만 눈에 들어왔다.

예쁘게 짜인, 만들어진 의상과 헤어..

멋진 의상들이었지만,

어디에도, '크리에이터', '창작자'의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칼 라거펠트는 생전에, 자신의 모든 의상들은 '꿈'에서 본 것이라고 말했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는 늘 그가 꿈꾸었던 것을 '그렸'던 것이다.


그의 '힘'은 '어마 무시한 자본'을 쥐락펴락 하는 것보다,

그가 가진 '영감'이었다.

그 '영감'이 없다면,

그렇게 '어마 무시한 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나이트클럽 가죽 소파 문양이랑 똑같은데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명품 핸드백'의 '전설'의 상품인 '샤넬백'을 두고 라거펠트가 퉁명스럽게 던진 말이다.

자신의 메종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에 이렇게 '시큰둥'하는 그를 보면,

그가 단순한 '장사꾼'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떠난 샤넬의 컬렉션을 보고 있자니,

그저 '예쁜 옷'을 팔 기 위한 '양장점'이 되어가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샤넬백은 여전히 또 앞으로도 잘 팔려나갈 테고,

요즘 들어 부쩍 '샤넬 주얼리', 보석 광고도 많아졌다.


'미지의 시선'을 선도하던, 패션의 등대처럼 보였는데,

그저 장사 잘되는 큰 상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샤넬...

제왕의 제국이었을지 모르나,

기우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제왕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날,

샤넬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는지..


위대한 일상 2013 3월 2일, 라거펠트 생전.






https://www.youtube.com/watch?v=BLxM7yxo6Yk




https://www.youtube.com/watch?v=qHzam_SGlJo


https://www.youtube.com/watch?v=C89jkwr_wXk


https://www.youtube.com/watch?v=Nsuup9cmh8Q



#thegreatdays2021 le 06 oct
#fashion is not simple #beauty , #hautecouture without #concept is not #hautecouture ...


#chanel after #karl , no #clothes, only #models ... #칼라거펠트 #라거펠트 이후의 #샤넬 #옷 은 안보이고 #모델 만 보이네... #karl_lagerfeld #karllagerfeld


#paris #france A #model presents a #creation by #virginie_viard as part of her #springsummer 2022 women’s ready-to-wear collection show for #chanel at #parisfashionweek



패션계가 어떤 곳인지,

'프로'가 어떤 존재인지.

단지 '걷는 것' 하나가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조금 뜬금없지만) 예능 방송에 출연한 모델, 탑 모델 송경아의 워킹이다.


'경지'는 '피나는 노력'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있어서,

'존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4cqWfUi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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