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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
현실로 내려온 드라마, 살인 사회

위대한 일상 2021년 10월 21일

서울 도심 시위자들이 오징어 게임 속의 복장을 하고 등장했다.

드라마가 현실에 강림한 셈인데,

실제 드라마의 이야기가 현실에 이미 존재했던 것을 생각하면,

현실에 벌어지는 일들이 드라마를 거쳐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통신사'마저도,

보수 야당의 '기관 통신사'가 되어버린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손석희가 떠난 JTBC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립을 잃고,

이제 남은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저녁마다 MBC뉴스를 보기 시작한 것이 한 달여

매일 전해지는 한국의 소식을 들으며,

매일 노동자가 죽는 사고 소식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나는 소식들

기상천외한 사기꾼이 끊이지 않는 소식들이

과연, 우리나라만 그런 것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보니,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는 정말 한국 사회의 이야기와 가깝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형. 저거 보십시오.

미셀 푸코의 책인데..

지하철에서 아주머니가 읽고 잇습니다"

20년 전, 프랑스에 처음 와서 파리에 처음 정착했을 때,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가던 후배의 말이었다.

S대 출신의 불문학도였던 그는 프랑스 사회를 깊이 알고 있었고,

그의 영향 덕분에 나 역시도 프랑스 사회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프낙이라는 체인으로 되어있는 서점에선, 매달 그달의 신간과 함께,

책의 저자를 초청해 작은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었다.

프낙 몽파르나스점 차이나타운이 위치한 13구 근처의 플러스 이탈리점, 개선문 근처의 테른점,

파리 시내 중심의 샤틀레 레알점, 등등.

파리 시내 예닐곱 곳의 프낙 매장마다, 작게는 50석에서 많아봐야 100석이 안 되는 작은 공간을

'만남의 공간'이라고 명명해두고, 책 공연 음반 등 예술과 관련된 인사들과 저자들을 초대해서

강연과 대담을 갖는 것이었다.

면면은 화려하다 못해 입이 떡하니 벌어질 정도였다.

아멜리 노통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는 기본이고,

역사책에 나오는, 지금은 작고하신 철학자 미셀 세르.

이미 더 오래전 작고하신, 현대 철학의 대명사, 자크 데리다

미디어 이론의 '바이블'중 하나인 '이미지와 삶의 죽음'의 레지스 드브레이,

그리고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장 마리 구스타프 르 끌레지오.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은 내가 직접 만난 이들일 뿐이다.

이들 말고도, 국제적으로 또 학계에서 저명한 '전문가'들이 매달 매주

프랑스의 작은 서점의 공간에서 '대중'들과 만남을 갖는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늘 그 자리를 채운다.


20여 년 전 내가 본 프랑스가 그런 모습이었다.

지금의 프랑스는, '못나고 속 좁은' 대통령을 만나 많이 망가졌지만,

그때는 참 멋있었다.


극우정당 정치인인 장 마리 르펜이 대선 결선에 진출했던 2001년,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파리 시내는 시위대로 뒤덮였다.

나 역시도 그 자리에 나갔었다.

"나는 프랑스 인인 것이 부끄럽다"는 구호와 함성 외침과 절규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다음 날도 거리를 지나는 시민은 카메라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극우가 결선에 진출하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와 할머니를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 나라 참 멋있다. 그런데,

사회가 너무 성숙하면, '작가'들이 할 일이 없다."


프랑스에선,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들은 텔레비전 뉴스와 라디오 방송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화시켜버렸다.

911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바로 미셀 세르가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서구사회에서 17세의 소년이 17년 동안 17000번의 죽음을 봅니다."


당시 생중계된 테러 참사의 상황을

자신의 연구 팀과 도출하고 있는 최신의 정보와 논리를 대중을 향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나는 작품 소재로 911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학교에서 마저도 '이런 주제를 뭐 작업으로 까지'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피부로 느껴졌었다.


사회가 성숙하면, 예술가가 할 일이 없어지니,

예술가의 할 일을 위해서라도 사회를 '미성숙'으로 남겨둬야 할까?

볼테르에게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당장 감옥에 쳐 넣어버리게"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생각이 난다.


'오징어 게임'이 '소위'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쳤다.

나는 일차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든 감독과 원작자

그리고 배우들 스태프들의 노력과 결과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또 그 박수와 함께, 이런 스토리가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아니 이런 이야기가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극 중 이야기와 같은 절망과 실패 상처와 고통 아픔에서 벋어나기를

역시 간절한 마음으로 희망한다.


나는 오징어 게임을 다 보지 못했다.

매일 MBC뉴스 데스크를 보며, 마치 중간 광고처럼,

'매일 빠지지 않고' 또 '당연한 듯' 보도되고 지나가는

'건설현장'의 '사고사' 이야기 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했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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