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와 봉준호, 그리고 한국의 입시교육
위대한 일상 2023년 6월 24일
by 위대한 일상을 그리는 시지프 Jun 18. 2023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으로 널리 알려진, '명언'의 반열에 오른 문장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말을 한 주인공이 마틴 스콜세지라고 소개했고,
시상식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감격하며 다소 어리둥절하며 두 손을 모아 화답했다.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 아니라,
그의 책에 소개되어 있는 부분을 봉준호 감독이 '드라마틱'하게 '의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각본가'답게, 그 짧은 수상순간을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결정적인 클라이맥스는 자신이 직접 영어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멋진 짧은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드라마틱하게 각색되었다고 해도, 또 봉준호 스타일로 의역이 되었다고 해도,
말은 맞는 말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 수십 년 전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교육 전분가의 '탄식'이 생각난다.
"우리는 정말 잔인한 나라예요,
한날한시에 시험을 봐서 1등부터 80만 등까지 등수를 매깁니다.
그리고 1등 하는 아이에게 카메라가 가서 마이크를 들이대면,
모두 똑같이 말합니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라고 말이죠.
모두 다른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게 우리 교육입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을 하겠다고, 특수한 학교들을 많이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자본의 대물림'을 위한, '기득권'을 위한 '대책'들은 아니었을까...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고, '교육'이 아니라, '기술습득'인 것이 우리의 교육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서, 축제에선 유명스타들을 초대해서, '선택된' 기쁨을 누리고,
학교 내부의 '노동자들의 시위'엔 공부에 방해된다고 '고소'로 맞서고,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머리가 빈 지성인'이 되어간다.
'가장 개인적인 가장 창의 적인 것이다.'
봉준호가 인용한 마틴 스콜세지의 조언은 우리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다.
개인적인 것도, 창의적인 것도, 먼저 '인간'이 된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은 '인간'을 만들지 않고, '공부 기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우수한 '공부기계'들은 다시 사회에서 성공하고,
그 사회를 '인간'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든다.
슬픈 반복이다. 개인적인 것도 창의적인 것도 자라날수 없는 풍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슬픈 풍경을 가장 잘 그린 것이 '봉준호'의 작품이었다.
설국열차, 괴물, 그리고 기생충.. 모두 한국사회와 인간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보며 난 슬펐다.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한국사회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였다.
썩은 사회일수록 '예술'은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봉준호가 안 나와도 좋으니, 오징어 게임이 세계 1등을 안 해도 좋으니,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지 않아도 좋으니,
한국사회가 사람과 인간이 사는 사회가 먼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다음에 다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